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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소간의 비밀 / 박규리

경호... 2013. 10. 1. 04:06

 

 

 

 

 

 

 

 그 변소간의 비밀 / 박규리

 

 

 

 

 

 


  십년 넘은 그 절 변소간은 그동안 한번도 똥을 푼 적 없다는데요   통을 만들 때 한 구멍 뚫었을 거라는 둥

 

아예 처음부터 밑이 없었다는 둥 말도 많았습니다  변소간을 지은  아랫말 미장이 영감은 벼락 맞을 소리라

 

고 펄펄 뛰지만요, 하여간 그곳은  이상하게 냄새도 안 나고 볼일 볼 때 그것이 튀어 엉덩이에 묻는 일도 없

 

었지요  어쨌거나 변소간 근처에 오동나무랑  매실나무가  그 절에서 가장 눈에 띄게 싯푸르고요  호박이랑

 

산수유도 유난히 크고 환한 걸 보면요 분명 뭐가 새긴 새는 것이라고 딱한 우리 스님도  남몰래 고개를 갸우

 

뚱거리는데요 누가 알겠어요, 저 변소는  이미 제 가장 깊은 곳에 자기를 버릴 구멍을 스스로 찾았는지도요

 

막막한 어둠 속에서 더 갈 곳 없는 인생은 스스로 길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어서요 한줌 사랑이든 향기 잃은

 

증오든 한 가지만 오래도록 품고 가슴   썩은 것들은,     남의 손 빌리지 않고도 속에 맺힌 서러움 제 몸으로

 

걸러서,   세상에 거름 되는 법 알게 되는 것이어서요  십년 넘게 남몰래 풀과 나무와 바람과 어우러진 늙은

 

변소의 장엄한 마음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만도 하지만요   밤마다 변소가 참말로 오줌 누고 똥 누다가

 

방귀까지 뀐다고

 

어린 스님들 앞에서 떠들어대는 저 구미호 같은 보살말고는, 그 누가 또 짐작이나 하겠어요

 

 

 

 

 

 

 

 

 

          * The Dark Night of the Soul 外/ Loreena Mckennitt

          

 

 

 

The Dark Night of the Soul

Tango To Evora 
The Bonny Swans
Prologue
God Rest Ye Merry, Gentlemen 

Good King Wenceslas
Coventry Carol
All Souls Night 
Ancient Pines
The Wexford Carol 

Snow
Samain Night 
Mystic's Dream 
Lu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