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日/ 也石 박희선 (1923~1998 충남 강경 産)
문은 닫힌 그대로,
마음은 열린 그대로,
기두림은 닫힌 문 그대로,
닫히어도 그리움은 열려진 마음 그대로,
噴水 / 也石 박희선
치솟지 말라, 사랑도 사유(思惟)로는 말미
누그러뜨리면서 느끼던 슬픔이러니
치솟구치지 말라, 칼집에 든 생각
드러나서 녹스는 끝날까지
섬기려던 푸르름,
마음 한 줄기 하늘 끝에 닿아서
스스로의 만남 거역 때문에 부스러지던 순수
설령, 무지개로 휘어지는 날 있을지라도
-, 치솟지 말라.
오늘은,
어린이들 깍지밭에 채이던 돌 발굽치기
눈앞을 떠나지 못하여 휘어지던
무지개, 무성 영화 흐린 자막 틈서리
그림 되고 소리 되면서
떨어지는 슬로비디오!
치솟구치지 말라...
목숨의 절반(折半) 어찌 할 도리가 없어서
제 발부리를 때리는 낙하(落下)
나날의 아픔은 서러울지라도
생각이 절반이면 느낌도 영원,
사랑은 끼리끼리
기약(期約)하던 말미
치솟고, 치솟구쳐지던 마음으로 닿던
공경(恭敬), 그 푸름
한 줄기로 겹치면서
너의 끝 정수리로부터 휘어지는 것
금빛을 입던 씨 싸라기가 되어 서슬 푸르게 바스러지는
날,
내 마음 나에게 돌아와 내 곁에서 솟구치던
푸르름, 내 눈이 거기 가서
우리 할배 지켜보던 논밭 한 두렁
꿈벅 두 눈 꿈벅
숨쉬던,
개구리를 만나보고 돌아오는
그날까지, 치솟구치지 말라
말부리를 우리는 넋, 얼을 입고서 깨어 나오던 자
할배들의 어머니, 그때부터
날 지켜보던 눈, 푸른 빛 숨결
물방울로 솟구쳐지길 바라던 산화사(散花詞)
분수여, 너는 오늘 분명한 내 눈앞에 있다
그림자 / 也石 박희선
나는 나의 그림자를 미워한다
비 내리는 밤을 택하여 그림자의 목을 조른다
그림자도 나의 목을 조른다
나는 그림자에게 총을 겨눈다
그림자도 나에게 총을 겨눈다
얼마 후 그림자는 다시 살아나고
나는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나는 가을만 되면
내 그림자한테서 달아나고 싶다
그림자도 나한테서 도망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떨어질 수가 없다
너무나 단단히 묶여져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
내가 올리브 나무 밑에서 울고 있으면
그림자도 따라와서 운다
나보다 더 서럽게 운다
나는 언제나 더러운 옷을 입고
비린내 나는 손으로 먹고사는데
나의 그림자는 단 한 벌의 옷으로
일생을 웃으면서 살아간다
나는 비 오는 날이면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싶어
죽음보다도 깊은 무덤을 파보지만
그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와서
내 무덤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희선 시비(朴喜宣 詩碑)
시나 보드자니 (독) / Straight to Th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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