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世上萬事

와인[Wine] 상식. 재미있는 이야기

경호... 2012. 12. 2. 23:41

[Wine] 와인 상식 넓히는 이야기 셋

 

…재클린에게 선물했다는 와인 맛은 어떨까

 

① 프랑스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은

 

현대적 느낌의 니꼴라 푸이야트

 

 

 

 

 

 

 

 

 

샴페인 공식 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현재 3억2000만병 정도의 샴페인을 생산하는데, 그 가운데 56% 가량인 1억8000만병 정도를 자체 소비하고 있다. 영국으로 3400만병, 미국으로 1900만병 정도가 나가는 것을 볼 때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샴페인을 즐겨 마시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은 모엣샹동, 베브 클리코, 폴 로저…?

답은 그런 오래된 회사의 제품이 아니다. 샴페인 니꼴라 푸이야트가 그 주인공이다.

니꼴라 푸이야트는 연간 1000만병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성장 속도 1위의 샴페인으로 2010년 대비 지난해 성장률은 니꼴라 푸이야트가 16%대로, 13%대인 모엣샹동이나 11%대인 베브 클리코를 제쳤다. 빠른 성장률 덕분에 니꼴라 푸이야트는 2006년 세계 TOP5 샴페인 회사가 된 데 이어 올해는 TOP3에 진입했다.

세계 시장 순위는 아직 모엣샹동이나 베브 클리코가 앞서고 있으나 니꼴라의 성장세가 워낙 빨라 순위가 언제 바뀌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미국에서 커피 장사로 돈을 번 니꼴라 푸이야트가 세운 이 회사는 ‘전통’의 샴페인을 파는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식 샴페인을 내세우며, 1976년에 출범했다. 1985년 재클린 케네디에게 브뤼 리저브 파티큘리에를 선물해 퍼스트 레이디의 와인이란 명성을 얻었다. 또 모마나 구겐하임 등에 진출하고 동물을 이용한 광고로 대중에게 다가갔으며 패키지도 현대적으로 꾸몄다.

특히 대부분의 샴페인 회사가 복합적 풍미를 추구하지만 니꼴라 푸이야트는 단순하고 깨끗한 맛(Straight-forward)을 내세운다. 그만큼 젊은 감각의 샴페인이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샴페인 회사로 큰 데는 탁월한 경영전략도 한몫을 했다.

회사 이름을 주는 대신 샴페인의 포도 경작자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조합을 결성한 것. 현재 5000여 명의 경작자와 84개 협력사를 두고 있다. 17개 그랑 크뤼 중 13개, 42개 프리미에 크뤼 중 33개가 여기에 들어 있다. CV-샴페인 니꼴라스 푸이야트의 저장 능력은 9000만병이나 된다.

그 맛은 어떨까.

재클린에게 선사했다는 니꼴라 푸이야트 브뤼 리저브 파티큘리에는 부드러운 맛에 싱그러운 꽃과 배의 향기, 헤이즐넛 맛이 난다. 브뤼 샤도네 밀레짐은 아카시아와 감귤의 향이 나는데 샤도네 특유의 신선한 단맛이 오래 지속된다. 살구빛을 띤 브뤼 로제는 신선한 체리와 복숭아 향이 나는데 입맛을 깨우는 부드러운 과일의 향미가 일품이다.

오크통에서 9년 이상 숙성한 빨메 도르 브뤼 빈티지는 조각한 것 같은 병부터 이색적이다. 피노누아와 샤도네를 5대5로 블렌딩한 샴페인으로 캐러멜과 레몬의 신선한 아로마가 구수하고 부드럽게 다가오며 입안을 전체적으로 어루만지는 듯한 버블감이 상쾌하다.

 

 

② 슈퍼투스칸을 이끄는 와인은?

오랜 역사 투스카니 아닌 젊은 오르넬라이아

 

 

 

 

 

 

 

와인의 종주국은 흔히 프랑스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프랑스에 와인을 보급한 곳이 이탈리아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탈리아 중부의 투스카니아는 산지오베제 품종의 포도로 키안티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탈치노 등 이태리 주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이태리 와인의 자존심 같은 곳이다.

그런데 세계 와인의 주류를 보르도 블렌드에 빼앗긴 상태다. 여기서 보르도 와인에 버금가는 와인을 만들자며 전통을 고수하는 대신 세계적인 품질의 와인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우수 와인을 슈퍼투스칸이라고 부른다.

자연히 슈퍼투스칸에도 여러 와이너리가 있다. 그런데 젊은 오르넬라이아는 그 중에서도 빼어나다.

1981년 설립된 오르넬라이아는 해안가 미세기후의 특성이 나타나는 떼루아를 감안해 카비네 쇼비뇽과 카비네 프랑, 메를로는 물론이고 우아한 느낌의 맛을 주는 쁘띠 베르도도 심었다.

이를 통해 신대륙 와인 느낌이 날 만큼 강하면서도 깨끗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오르넬라이아 2004와 2007 빈티지에 97점을 주었다. 2005, 2006 빈티지는 95점이다. 덕분에 겨우 30여 년의 역사인데도 여러 와이너리들이 벤치마킹을 하는 곳이 됐다. 오르넬라이아의 맛은?

2010 레 볼떼 오르넬라이아는 엔트리급이라고 했는데 ‘야, 재미있네’라는 느낌을 줬다. 말이 엔트리급이지 향미가 상당했다. 산초와 후추 아로마에 약간 짠 듯한 맛이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오르넬라이아 세컨드 와인은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했다는 데 강렬한 향신료의 맛에 부드러운 메를로의 풍미가 잘 어우러졌다.

카비네 쇼비뇽을 주품종으로 하고 메를로와 카비네 프랑, 쁘띠 베르도 등을 블렌딩한 오르넬라이아는 무통 로칠드의 풍미를 연상케 했다.

산초의 풍미를 풍기면서 입안에 가득 차는 듯한 탄닌의 느낌이 잡냄새를 씻어내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향미가 길게 여운을 남겼다.

 

 

 

③ 칠레에서 경진대회 1위 한 와인은

전문가 영입해 혁신 나선 뷰 마넨

 

 

 

몬테스 알파나 1865는 한국에서 와인 좀 마셨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대표적 칠레 와인이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고 칠레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한 와이너리는 따로 있다.

바로 뷰 마넨(Viu Manent)이다.

뷰 마넨의 역사는 19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페인에서 넘어간 미구엘 뷰 가르시아는 두 아들과 함께 산티아고에 ‘보데가스 뷰’를 설립해 와인 유통을 시작했다. 1954년 작은 아들 미구엘 뷰 마넨은 독립을 결심하고 산티아고의 와이너리를 사들여 국내용 테이블 와인 생산에 나섰다. 이후 오랜 전통의 콜차구아밸리 포도원을 사들였고 와이너리 현대화에 나섰다. 뷰 마넨은 콜차구아밸리에 254헥타르나 되는 거대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안데스 산맥과 아타카마 산맥 태평양 등으로 격리돼 있어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필록세라병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덕분에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뛰어난 와인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잠시 스페인 여행에 나선 뷰 마넨은 스페인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미구엘 토레스 와인을 수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혁신에 나섰다. 이후 와인 전문가들을 영입했는데, 특히 아우렐리오 몬테스를 수석 와인 컨설턴트로 영입해 최고 수준의와인 만들기에 나섰다.

까르미네르에 말벡과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뷰 마넨 까르미네르 엘 인시던트는 후추향 산초향이 강하며 부드러운 탄닌이 우아한 느낌을 준다. 카비네 쇼비뇽 100%의 뷰 마닌 싱글 빈야드 카비네 쇼비뇽은 카쇼 특유의 구조감에 모카와 계피 등의 풍미가 길게 이어진다.

 

 

 

 

[Wine]재미있는 와인 이야기 둘…두 번이나 장식한 샴페인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샴페인이 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불과 닷새 사이에 두 번이나 큼지막하게 걸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볼랭저(Bollinger) 샴페인이다.

지난 6월 28일 나온 첫 번째 기사의 한 대목은 이렇다.

“더드, 내가 큰 신세를 졌어. 시간되면 한 번 건너와. 내가 볼랭저 한 병 딸게(Dude. I owe you big time! Come over one day and I’m opening a bottle of Bollinger).”

7월 2일엔 기사가 아니라 칼럼 제목이 제호 바로 밑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했다. 그 문구는 이렇다.

‘(투자은행의 지니를) 볼랭저 병에 넣어라(Bowler Hats to Bollinger).’

지니는 누구나 다 아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오는 그 요정인데 투자은행의 대가들을 지니에 비유했다.

이번 기사와 칼럼은 모두 최근 영국에서 일어난 금리조작 사건인 리보(RIBOR) 파문에서 바클레이즈와 관련된 것들이다. 세계적 기준금리로 통용되는 리보금리를 조작한 이 사건 때문에 바클레이즈의 CEO가 물러난 바 있는데 앞의 기사는 바클레이즈의 전 직원이 금리파생상품 트레이더에게 리보 금리를 낮춰달라고 하면서 보낸 이메일의 한 대목이다.

여기에서 나타났듯이 큰 거래를 한 건하고 난 뒤 한잔 하자는 것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인 것 같다. 볼랭저는 돔 페리뇽과 함께 이런 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샴페인으로 꼽힌다.

이번엔 좋지 않은 일로 이름을 날리게 됐지만 사실 볼랭저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지난 1884년 영국 왕실이 최초로 지정한 공식 샴페인으로 인증서(Royal Warrant)까지 받았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연회 때도 사용됐다. 에드워드 7세도 볼랭저 샴페인을 아주 좋아해서 사냥을 나갈 때도 챙겨 다녔는데 볼랭저는 그가 특히 좋아한 논빈티지 샴페인에 1911년부터 ‘스페셜 꾸베 브뤼’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007 샴페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볼랭저는 1973년 <죽느냐 사느냐>를 시작으로 <문레이커(1979년)> <옥토퍼시(1983년)> 등 모두 12편의 007 시리즈 영화에 등장했다.

샴페인 업계에서 볼랭저는 특히 검은 피노누아로 만든 흰 샴페인이란 뜻의 ‘블랑 드 누아’ 메이커로 이름이 높다. 볼랭저의 최고급 블랑 드 누아인 ‘볼랭저 비에유 빈뉴 프란카이스(Bollinger Vieilles Vignes Francaises)’는 연간 5000병 내외만 만들고 있는데 한국엔 매년 60병만 배정되고 있다고 한다.


익지도 않은 와인이 맛있다고?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이너리인 도멘 드 쉬르맹은 전통적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곳 대표 와인인 ‘메르뀌레 프르미에 크뤼 라 봉뒤’ 2009 빈티지를 땄다. 잔을 코끝으로 당기니 강렬한 산초와 탄닌의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보통이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잔을 입에 댔다. 그런데 맛은 한마디로 씁쓸했다.
이 와인은 지금 미국에서 40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세금과 판매상 마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에 들어오면 10만원이 훨씬 넘는 가격에 팔릴 와인이다. 그런데 도저히 10만원 기분을 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까닭일까.

최근 소펙사 주관 부르고뉴 와인 세미나에 나온 장 피에르 르나르(Jean Pierre Renard) 강사는 이에 대해 “이 와인은 10~15년 후에 마셔야 한다”고 밝혔다. 르나르 강사는 그러면서 “세계에서 와인을 산 뒤 가장 빨리 마시는 것으로 정평이 난 미국 사람들은 평균 두 시간이면 병을 딴다”고 농담을 건넨 뒤 “나는 보통 5년 정도는 기다렸다가 마신다”고 했다.

그의 말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와인을 좀 마셨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호기로 와인을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접대를 하는 자리에선 으레 조금은 비싸다 싶은 것들을 고른다. 그러고는 그냥 따서 마신 뒤 맛있다고들 한다.

실제로는 (때가 안 돼서) 맛이 없는데도 남들 앞이니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맛있다’거나 ‘대단하다’고 한다. 상대가 사는 와인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비싼 와인의 경우 대부분은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야 제 맛이 난다. 그랑 크뤼 등급에선 10년 이상 숙성이 필요한 것도 많다. 이런 와인을 어쩔 수 없이 일찍 열어야 한다면 적어도 마시기 한두 시간 전에 디캔팅을 해야 한다.

그에게 “그렇다면 와인이 숙성된 뒤 팔아야지 왜 숙성도 되기 전에 파느냐”고 물었다.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 같으면 조금 더 주겠다며 5년 있다가 월급을 주면 좋아하냐.” 그러면서 그는 “부르고뉴 와인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다리면 열배 이상의 보상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모두 오래 기다려서 마시는 것은 아니다. 부르고뉴에선 현재 6만여 종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그 중엔 바로 마셔도 좋은 것도 있고 오래 숙성해서 마셔야 되는 것도 있다. 그 많은 와인을 어떻게 구분할까. 매일 한 가지씩 마신다고 해도 20년 가까이 마셔야 겨우 한 번을 돌 수 있는데…. 게다가 매년 나오는 빈티지가 또 다르니 끝이 없는 일 아닌가.

그 역시 부르고뉴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모른다고 하는 게 답이다”라고 했다. 6만 가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김치가 잘 익어야 맛이 나듯 와인도 제대로 숙성돼야 제 맛이 난다. 그런데 보졸레 누보 같은 가벼운 와인들은 햇와인의 느낌을 맛보는 것이다. 이런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 식초가 돼 버린다. 무조건 보물처럼 넣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 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