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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의 사랑 / 김왕노
돌아오고 있다 누우떼가 되어
그가 일으키는 발소리에 나뭇잎이 떤다 나도 오래 전 그가 온 것처럼 왔을 것이다
청춘의 사순절을 지내고 거친 숨소리로 악어가 도사린 강을 건너고 상처로 쩔뚝이며 건기의 도시를 지나 젖은 눈으로 사랑을 찾고 젖은 눈으로 그리워하려고 왔을 것이다
꿈속에서도 잘 떠오르지 않는 길을 더듬어 왔을 것이다 죽음의 사막 몇 개 저렇게 건너 왔을 것이다 어떤 귀소본능이 마른 그의 등짝을 후려쳤나 보다 아니면 오래 전 피로 유전된 길을 따라 그가 오나보다
밀렵꾼처럼 도사린 어둠 속으로 그가 돌아오고 있다 우기의 하늘을 밀고 밀어 돌아오고 있다 자세히 보면 벌써 몇 뼘 더 자라있는 그리움의 풀들 세상을 더듬으며 비 내리고
옛사랑이 돌아오고 있다 그가 돌아오고 있다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 김왕노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느릿느릿 갈 것 같은 사랑이 어느 새 가고,
격렬한 사랑도 아니었는데
모든 게 타버리고 혼자 뼈만 남은 사랑,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아물지 않는 울음이 있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상처가 있어,
결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퀑한 얼굴로 그물더미 같은
어둠에 얼굴 묻고 밤을 지나,
가을 마지막 날처럼 가고,
이제 혼자 남아 울어야 하는 사랑,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약속도 없이 가고, 이별의 예고도 없이 가고,
한밤이었던가, 아니면 한낮,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어떤 윤회의 약속도 없이,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격렬한 사랑도 없이 사랑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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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nero(나 돌아오리라) / T.S.Nam(남택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