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問/古典

[이수의 CEO 풍수갤러리] ③④

경호... 2012. 11. 13. 02:32

[이수의 CEO 풍수갤러리]

③ 황선 스와로브스키코리아 대표 편

 

활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크리스털

 

 

 

입하를 넘긴 여름의 초입에서 황선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대표이사를 만났다. 한눈에 영특하고 민첩한 면모가 드러난다. 동시에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소탈한 관록이 엿보인다. 예리한 눈빛과 미소가 서린 입가가 잘 조화된 인상이다. 데면데면하게 수인사를 나눴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황 대표는 1958년생으로 무술생(戊戌生)이다. 정사월(丁巳月), 경자일(庚子日)에 태어나 인수용관(印綬用官)의 귀격(貴格)을 지었다. 이런 유형은 보통 관록(官祿)이 두터운 명조(命造)의 전형으로 조직 내에서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 종내 최고위직에 오른다고 했다.

경진시(庚辰時)에 났으니 자진(子辰) 수국(水局)으로 인상합작(印傷合作)하는 점이 특징. 뛰어난 직관을 바탕으로 기획과 실천이 빠른 타입이다. 이와 같이 팔자에 목화(木火)가 온전하고 수(水)로 보좌하면 필시 입업건공(立業建功)으로 영화가 절정에 이른다. 다만 상대적으로 목(木)의 기세가 미약한 편이라 부보다 귀(貴)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 윈저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황 대표는 1991년 스와로브스키벤처스 코리아 영업 마케팅 담당부장으로 영입됐다가 바로 국내법인의 법인장이 됐다. 그러니까 스와로브스키의 서울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CEO의 역할을 해온 셈. 쉽지 않은 얘기다. 성실 내지 근성 등과 같은 일반적 세인의 평가나 수식으로는 부족한 특유의 리더십 본질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은 팔자에 투영된 두터운 관록을 입증하는 동시에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명국(命局)에는 수화(水火) 양면이 공히 강한 기세를 형성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 밝고 어두운 음양과 조습(燥濕)이 잘 조화돼 이 사람은 화려한 세상과 고독한 내면에 두루 통달했다고 볼 수 있다. 고립되고 고독한 처지에 놓이면 영감을 얻고 때를 만나면 탄력을 받아 속도전을 펼친다. 2001년 그가 제안해 밀어붙인 휴대전화용 크리스털 장식 줄은 오스트리아 본사의 예상과 달리 크게 히트했다.

필자가 판단컨대 황 대표는 매년 신년(辛年)이 돌아오면 삶의 비약을 앞둔 일종의 모멘텀이 형성되는 것 같다. 1991년의 신미(辛未)년과 2001년의 신사(辛巳)년이 그러했다. 올해는 2011년 신묘(辛卯)년인데 이렇게 신금(辛金)의 운기가 도래하면 당면 과제의 중압감이나 경쟁 구도 등에 시달리는 편치 않는 형국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때 전기를 맞이한다. 영감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고독으로, 히트를 예고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순간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풍수가 영감의 바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위) 경자일생(庚子日生)의 황선 대표이사. 의리지상(義理之象)으로 예민하며 창조적인 인사다. M자형의 이마 또한 이점을 넌지시 알린다.
(아래 왼쪽) 조명과 거울, 크리스털의 삼박자가 온전한 풍수 빛 교정의 완벽한 연출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천장에 달린 크리스털 모빌은 스와로브스키의 고유성을 지녔다.
(아래 오른쪽)스와로브스키에서 생산한 제품은 아니지만 진열대 유리 상자 안에 주렁주렁 매달린 크리스털 구가 인상적이다. 수정구는 보통 천장에 매달아 포인트를 주는 소품이다.

 

 

스와로브스키는 본래의 바탕이 풍수다. 크리스털 자체가 풍수와는 떼놓을 수 없는 재료인 까닭이다. 빛은 기를 촉발하고 고양시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풍수에서 빛 교정은 ‘조명과 거울, 크리스털’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스와로브스키 매장은 예외 없이 풍수 교정도구를 모으고 애쓰지 않아도 삼박자를 다 갖춘다.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 위치한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득 언젠가 동경의 긴자 거리에서 발견한 스와로브스키 플래그십 스토어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흥이 일었다. 조그만 매장이지만 물리적 공간 이상의 에너지 파워를 발산하는 게 스와로브스키 매장의 특징이다. 1895년 다니엘 스와로브스키(D.Swarovski, 1862∼1956)가 회사를 설립할 때의 일성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크리스털을 만들고 아름답게 가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좋은 풍수를 제공한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예언자로까지 알려진 이 창업자는 크리스털이 지닌 아름다움 이상의 에너지와 그 작용을 이미 간파했던 것 같다. 크리스털의 눈부신 컬러와 광채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오래토록 사랑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터. 이미 충분히 통했다.

크리스털이 주는 기쁨은 보다 특별한 의미의 즐거움이다. 영국의 여류소설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은 “보석은 그 안에 활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보석은 여성을 즐겁게 하고 기쁨을 주어 왔다. 미소와 웃음만 선사하는 게 아니다. 활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면 건강해지고 하는 일마다 다 잘되는 강력한 운기로 이어질 수 있다.

풍수에서 크리스털은 ‘빛, 확장, 새 에너지’를 추가하며 공간의 에너지를 좋게 변화시키는 특별한 소품으로 각광받아왔다. 보통 모퉁이의 날카로운 면에서 발생하는 뾰족한 살기를 해소하거나 세찬 바람에 노출되어 기가 흩어지는 영역에는 크리스탈 구(Fengshui Crystal Ball)를 천장에 매달아 나쁜 기운을 상쇄하는 교정도구로 썼다. 흔히 마법사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수정구슬이 같이 등장하는데 이 또한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닌 해가 되는 기운을 제거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혹 그 구슬 속에 과거와 미래상이 천연 컬러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발상. 어쨌거나 아름답게 보이는 것 자체가 좋은 풍수다. 따라서 크리스털이 발산하는 광채와 더불어 프리즘 효과도 중시된다. 모양이나 커팅, 광택 및 코팅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털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스와로브스키는 그 자체로 풍수가 되는 셈이다.


크리스털의 대명사 스와로브스키 자체가 풍수

의외다. 스와로브스키는 직접적으로 풍수를 언급한 적이 없어 보인다. 본사의 웹사이트를 찾아 히스토리 전체를 거의 다 훑어봤지만 ‘Fengshui’라는 어휘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황 대표도 풍수에는 문외한 같았다. 필자가 이점을 언급하자 “아마도 유럽 기업이라 그런 모양…”이라고 즉답했다. 소리 없이 빙긋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 서구 기업들의 풍수 마케팅은 우리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한 게 현실이다. 유럽에만 국한해도 수를 다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영국 항공업체인 브리티시 에어웨이, 버진 애틀랜틱, 컨설팅회사인 아더 앤더슨, 이동통신업체 오렌지, 백화점업체 막스 앤드 스펜서, 리츠호텔 등 영국 내 많은 유수기업이 풍수에 입각한 사무실 등을 배치함으로써 직원들의 능률 향상을 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렌지사는 풍수지리설에 근거, 자동차 번호판을 포함한 회사 물품에 불운을 암시하는 숫자인 4를 피하고 중국인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8을 사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리츠호텔은 사무실 위치 및 홀의 좌석 배치를 런던의 땅 기운과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를 응용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인 셰리 여사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꾸밀 때 풍수전문가들을 초빙, 이들의 조언을 최대한 받아들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서구인들은 어느 정도의 주술적인 분위기마저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버진 애틀랜타 항공사는 길일을 택해 새로운 항공노선의 취항 날짜를 결정할 정도다. 이 항공사의 리차드 브랜슨 사장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동양 문화를 흠모하고 홍콩에 애정이 많은 명사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홍콩 관광 홍보행사 중 어린이들과 어울려 각종 기수련 동작을 따라하는 장면이 외신을 타기도 했다.

6000만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프랑스에는 일찌감치 풍수 바람이 불었다. 프랑스인들은 외적으로는 실존주의적 사고방식에 충실한 듯해도 동양의 문화나 사상에 관심이 많다. 필자가 한때 주한프랑스부인회와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쏟아지는 질문에 시간이 모자랐던 기억이 난다. 야후 프랑스에서만도 풍수 관련 사이트를 3만여 개나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는 서구권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팔자술(八字術)도 꽤 수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프랑스의 신부들이 근대 중국의 명리학자인 위천리(韋千里)에게 사주학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점성학의 토대를 새롭게 다졌다는 것이다. 한번은 주한프랑스대사 부인 크리스틴 데스쿠엣이 풍수마니아라 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리빙인테리어>라는 책도 냈다.

일본에는 한때 ‘비누풍수’라는 것이 유행했다. 방위로 서쪽은 음(陰)의 영역으로 재물의 기운이 넘치는 곳인데 서쪽의 기운이 깃든 프랑스제 비누를 사용하면 금전운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우습지만 일본의 주부들은 이 같은 말을 듣고 즐겁게 따라 한다. 2000년대 초반 경에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ook Fair)에 취재차 참가한 한국 기자들이 놀랄 정도로 엄청난 종류의 풍수 서적들이 선을 보였다. 현지의 대형 서점에 가보면 프랑스와 독일어 번역판 풍수 서적들이 넘쳐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서구에는 우리와 같은 자생적인 풍수는 없었다. 주로 동양의 영어권 홍콩이나 싱가포르, 말레시아 등의 풍수가들에 의해 저술된 책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 순으로 최초에 전파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렇듯 마찬가지로 독일도 풍수가 유행이다. 이곳에서만 2000명이 넘는 풍수컨설턴트가 활동 중이라 전해진다.

 

황 사장은 회사의 오랜 CEO 경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의 우월성을 높이 산다. 스와로브스키는 여성에게 더 좋은 풍수다.

 

 

얼핏 수긍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차분히 들어준 황 대표의 안내로 매장 안을 둘러봤다. 흥미롭게도 이 회사의 인력 90% 이상이 여성이다. 남자들에 비해 여직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말인데 이는 황 대표의 경영철학과 무관치 않다. 한마디로 디테일을 중시한 까닭이다. 브랜드 자체와 역사에 세심한 여성적 면모가 깃들었다. 황 대표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남달라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스와로브스키 정신을 한층 특화시킬 의지를 지녔다. 이를 통해 ‘창조와 혁신, 완벽함’으로 한발 더 앞서겠다는 의지다.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제품군 중에 보다 직접적인 풍수적 의미가 담긴 몇 가지 소품을 골라 사진으로 담아봤다. 쇼윈도에는 다양한 크리스털조각상들이 놓여있는데 이중 몇 가지 동물상을 꺼냈다. 비록 사진으로 담지는 않았지만 용(龍)과 코끼리의 조각상도 눈에 띄었다.

풍수에서 용상이 내뿜는 파워는 막강하다. 용은 곧 풍수의 수(水)로 설명되기도 하므로 재물을 끌어 모으는 기능을 한다고 본 것이다. 용은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궁극적 표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용의 기물은 엄청난 행운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용이 손으로 여의주를 쥔 모양이어야만 한다는 데 있다.

손에 쥔 여의주는 세상의 보배를 수중에 넣었다는 뜻이다. 호사가들은 용의 기물을 과장했다. 용의 머리를 출입구 바깥으로 두면 기후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장에서 본 크리스털 용은 아쉽게도 여의주를 손에 쥐지 않았다. 풍수와 결합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코끼리는 괜찮았다. 코가 하늘로 향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고길(高吉)이란 말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크게 길하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우아하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코를 하늘로 높이 쳐든 코끼리상은 구원을 얻는다. 오래 전부터 코끼리를 만나면 재복이 터진다고 했을 정도로 특별한 행운의 상징이었다. 이때 백상(白象)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므로 크리스털로 조각된 코끼리는 보다 특별한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코가 땅을 향하는 코끼리상은 행운의 소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잔나비띠와 쥐띠, 용띠 생에게는 암소가 반안(攀鞍)의 동물로 최상의 기물이 된다. 범띠와 말띠, 개띠 생은 암소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삼기에 부적합하다. 호랑이상은 말띠나 개띠에게는 행운의 기물로 적합하지만 잔나비띠와는 상극이다.



‘명리36금수’에서 진토(辰土)로 분류되는 물고기

잔나비띠와 쥐띠, 용띠 생에게는 암소가 반안(攀鞍)의 동물로 최상의 기물이 된다. 범띠와 말띠, 개띠 생은 암소를 행운의 마스코트로 삼기에 부적합하다. 호랑이상은 말띠나 개띠에게는 행운의 기물로 적합하지만 잔나비띠와는 상극이다.
풍수에서 물고기는 재화를 창출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또 하늘로 오르는 물고기 그림은 인물의 천거를 비유해서 합격의 수호신이다. 수험생을 위한 행운의 기물.

 

 

큰 부자를 염원하는 중국인들은 돈방석에 앉은 암소의 조각상을 은밀히 보관한다. 무릇 부자가 되는 꿈을 지닌 자라면 암소의 기물을 주목해볼 일이다. 암소는 소원을 들어주고 현실로 이루게 하는 파워를 지닌 상징물로 각광받아왔다. 이 물건을 북방이나 서방에 두면 기적 같은 현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풍수의 호사가들은 선전한다. 가장 좋은 것은 금장의 브론즈 제품으로 금괴 조각들과 송아지가 딸린 황소 가족상이다. 이것은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휴식, 가족의 평안을 암시한다. 덧붙여 후손의 복록까지 기약하는 상서로운 의미를 담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제품은 약간 푸른색이 감도는 황소의 상이다. 이것은 강도와 사고, 음모와 술수, 천재지변과 적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강력한 심벌로 인식된다. 특히 코뿔소는 더 좋다. 눈이 얼굴의 옆에 붙어 있어 시력은 좋지 않으나 뒤쪽도 시야에 들어오므로 재앙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드디어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붉은색이 조화된 물고기 조각상이다.

물고기는 각광받는 교정 수단이다. 살아 있는 싱싱한 물고기는 바다의 결실로 가옥이나 사무실을 더욱 풍족하고 안전하게 만든다. 수(水)와 직결되므로 풍부한 재화를 얻는 작용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물고기가 죽으면 즉시 교체해줘야 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물고기가 상징하는 의미는 더욱 심원하다. 절의 대웅전 처마 밑 네 귀퉁이에 달린 풍경에는 어김없이 물고기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다. 또 옛날 옷장이나 돈궤 등의 자물쇠통도 대부분 물고기 모양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쟁터의 장수가 입은 갑옷은 비늘 모양의 무늬였고, 민화에는 새가 물고기를 물고 날아오르는 장면이 많다. 소위 풍수지리의 형기론자(形氣論者)들은 명당을 잡을 때 흔히 사람이나 동식물의 형체에 비유해 혈처(穴處)를 찾기도 한다. 이때 유어상탄형(遊魚上灘形)이니 어두형(魚頭形)이라 해서 어김없이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이런 형상의 명당은 합격, 장군 또는 수호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물고기가 상징하는 것들은 많다. 물고기가 도둑을 지켜준다는 것은 잘 때도 눈을 뜨고 자기 때문에 생겨난 믿음이었다.

서구인들은 엽전 위에서 노는 청동 물고기상을 두고 돈 잉어(Money Carp)라 하고 중국인들은 황금물고기라 해서 기적적인 발전과 부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물고기는 성서에서도 천국에 비유되는 기적 현상에 등장한다. 풍수에서 수족관 교정을 할 때는 주로 금붕어를 쓴다.

물고기는 ‘명리36금수’에서 진토(辰土)로 분류된다. 십이생초(十二生肖)에 진(辰)은 곧 용인데 조화를 부려 기적을 일궈낸다는 강력한 힘을 암시한다. 최근에는 벽걸이 수족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보통 가정에서는 동쪽이나 북쪽, 서쪽의 벽면에 설치하면 적합하다. 수조의 높이도 풍수에 영향을 미치는데 60~130cm 정도가 적합하다. 물은 원칙적으로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 있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너무 높으면 곤란하다. 어른의 심장 높이 정도가 적합하다는 풍수전문가의 견해가 있기도 하다.

현장에서 필자의 건성건성 빠른 설명이 이어지자 매장 직원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느껴졌다. 아마도 조금은 풍수에 대해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크리스털과 친근한 이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가 있다. 여기에 풍수적 의미를 보태면 아름다운 크리스털 제품이 지닌 더 막강한 파워를 알게 된다. 어쩌면 ‘스와로브스키 풍수(Swarovski FENGSHUI)’로 특화된 브랜드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스와로브스키는 동양의 미학이 세련되게 결합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신년벽두에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 전이 있었다. 115년 전통의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가 한복 디자이너들과 함께 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인데 이러한 협업이나 시계 컬렉션 등의 기술적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시장을 넓혀왔다. ‘이미 좋은 것도 항상 개선하자’는 사훈대로 구체적 사물을 벗어나 풍수와 같은 추상적 개념과의 융합을 꾀한다면 새로운 지평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수의 CEO 풍수갤러리] ④ 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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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의 문패인 ‘CEO 풍수갤러리’가 이번에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 잡은 하나다올신탁 본사에는 풍수적 의미를 가득 담은 각각의 그림과 기물 등이 구색을 갖췄다. 그리고 대체로 잘 조화됐다. 화려한 색상의 그림은 울긋불긋 다채로워 시선을 끌고 마음을 빼내는 데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층의 현관문 입구에는 사자머리 개나 해태상 등이 좌우로 어엿하게 사업장을 수호하고 있다. 이만하면 이곳의 사업주는 틀림없이 동양미학에 소양이 밝은 자라는 생각이 미친다.

안면이 있어서일까. 겸손한 태도가 정겹고 고분고분한 이병철 사장은 업계 최초라는 수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2001년 건교부 리츠(REITs) 1호 인가업체인 (주)W에셋을 설립했고, 2004년 민간으로는 처음으로 은행 공동출자 부동산신탁사인 다올신탁의 대표이사가 됐다. 근래에는 국내 최초의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를 론칭했다. 현재 직명은 하나금융그룹 부동산사업 그룹장 겸 하나다올신탁 사장이다. 이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학부과정을 중퇴하고 이른 나이에 실업을 일으켰다. 얼마간의 곡절 끝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투자 회사를 세워 부동산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당시에는 수많은 외국계 부동산 투자사들이 국내에 진출해 부동산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큰 수익을 남길 때였다. 이때 ‘토종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의지와 계획의 실현이 오늘날 성과를 낳았다. 그간 해외에는 있었지만 국내에는 없었던 상품과 새로운 금융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은 ‘처음’이라는 꾸밈말을 벗어나 ‘최고’를 지향하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테마로 한 거대한 기업을 꿈꾸는 것이다. 목표로 가는 도정에서 하나다올신탁은 부동산 관련 전체 인력을 한 곳으로 모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실이 됐다.

한 우물 파면 대성하는 명(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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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 일로매진으로 큰 성공을 이룰 명(命)이다.

 

 

잔나비띠, 무신생(戊申生)의 이 사장은 계해일(癸亥日)에 태어났다. 10간의 열째인 계(癸)는 줄을 감는 얼레에서 본뜬 글자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대개 이날 태어난 사람들은 십중팔구 사교적인 성향을 띤다.

팔자의 운로(運路)가 잘 펼쳐지면 능한 교제술로 성공하고 장수한다고 했다. 특히 해일(亥日)의 천문(天門)에 속하면 선견지명에다 해수(亥水), 수기(水氣)의 지혜가 겹쳐 두뇌가 명석하다.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총명하기로는 신묘일(辛卯日)과 계해일(癸亥日)이 선두를 다투는데 둘 다 겉으로는 순하고 속은 굳센 부류로 수양을 쌓아 어디가든 환대받는 유형이 많다. 이 사장의 팔자를 보면 무신(戊申)과 병진(丙辰)의 연월에서 신진수국(申辰水局)을 지었고 여기에 해수(亥水)까지 더해 풍부한 수원(水源)을 확보했다. 망망대해의 상이다. 하나의 목표를 정해 묵묵히 매진하면 국제적 인물이 될 공산이 크다. 올해 다올자산운용은 부동산 거래로는 드물게 해외부동산을 매입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말레이시아의 빌딩 6개 층에 대한 분양권을 749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약 4000억원 규모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웰스파고은행 본사 빌딩을 사들였다. 향후로도 국내 부동산을 물론 해외의 우량 실물 부동산 투자를 적극 확대시켜 나갈 전망이다. 이 사장이 태어난 시간은 계축(癸丑)이다. 계일(癸日)이 축시(丑時)에 나면 종내 반안(攀鞍)의 영예로운 지위에 오른다.

사업장에는 강렬한 황소 그림이 눈길을 확 끈다. 이 그림은 한국화를 전공한 사석원 작가의 작품. 해학이 담긴 가운데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황소의 부릅뜬 눈빛이 야성을 뿜어댄다. 무신생의 이 사장에게 이 그림은 그 어떤 부적(符籍)보다 효용이 클 듯싶다. 황소는 십이생초(十二生肖)로 축(丑)에 속한다. 때로 동물 그림에는 작가가 의도하는 이상의 상서로운 에너지가 넘쳐난다. 다만 절대적으로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혹자에게는 그것이 패망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팔자의 그릇이 정관용재(正官用財)의 귀격을 지으면서 연월의 자리에 투출한 처자(妻子)가 다 현출한 모양새다. 형세가 이러하면 가족 부양에 다소 버거운 데가 있다. 하지만 가정에 소홀해도 배우자가 조력하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화목이 깨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한 우물만 파면 반드시 크게 성공하는 명(命)이다. 구태여 우려스런 점을 짚는다면 생시와 생월의 축진파(丑辰破)다. 이 두 글자는 단단하지 않고 무른 흙토(土)의 성분이다. 이 두 글자가 서로 부딪치면 둑이 터져 침수되는 물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사람의 이상이 크게 높으면 시련과 장애가 함께 짝을 짓기 마련이란 얘기다. 계해(癸亥)는 돌고 도는 유동수(流動水)의 물로 고위직에 있다가도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돌변해서 절망적인 상황에 봉착하는 수가 있다. 보통 축년(丑年)이나 진년(辰年) 등의 때를 만났을 때 저조한 운기를 실감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지지난해 기축년(己丑年)이나 곧 다가올 2012년 임진년(壬辰年) 같은 때는 다소의 어려움을 겪기 쉽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고통을 극복할만한 근기(根氣)는 팔자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본다.

이 사장과 회동한 날은 무더운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던 오전 일과 시간이었다. 본사 12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차를 마시며 가벼운 담론을 이어가던 중 무수한 풍수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일이다. 마치 홍콩의 어느 금융기관을 방문한 느낌이 들 정도. 아니나 다를까, 이 사장이 먼저 이 점을 화제로 삼는다. 자신이 방문했던 홍콩 현지 금융기관에서 받은 감흥에 몇 가지 힌트를 얻어 내부 인테리어에 응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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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머리 개의 기물을 서북방에 두거나 현관 앞에 두면 날로 번창하게 되고 충견(忠犬)같이 재산을 잘 지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곳 헤드쿼터의 출입구 양쪽에 자리 잡은 두 마리의 사자머리 개상이다. 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또 먹을 것을 탐내고 절제하지 못한다. 돈 모으기가 끝이 없다. 이 개는 복견(福犬: Fu Dog)으로 널리 알려진 풍수 기물의 가장 대중적인 히트 상품 중 하나다. 왼쪽 발에 쥔 구슬은 행운의 전조다. 야수성을 지닌 이 개는 재산을 모으고 또 그 재산을 철벽같이 지킨다. 이외 단순한 모방을 넘어선 풍수 교정물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이나 동남아, 홍콩 일대의 현지 금융사 분위기와는 한결 다른 느낌을 준다. 사무 공간 전체에는 이 사장의 영감(靈感)이 알게 모르게 많이 스며들었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보통의 풍수 소품이나 기물 등과 달리 각각의 사물에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단적인 예로 돈을 부른다는 세발 두꺼비, 삼족섬(三足蟾)은 가장 대중화된 풍수 마스코트인데 이곳에 놓인 두꺼비는 엽전도 물지 않았다. 실제 두꺼비 원형에 가까운 옥의 재질로 된 기물이다. 그러니까 현지에서 손쉽게 구매한 소품이 아니라 가만 심중에 두었다가 흥취를 돋우는 특별한 대상을 찾으면 비싼 비용을 치러서라도 소장하는 식인 것 같다.

독특한 취향에 정성이 배였다. 은연중에 풍수가 부자를 실현하는 동양의 경험 철학이란 관념을 지닌 실업가의 수는 상상 이상으로 많다. 화교들은 삼족섬을 비슈(??)라 하고 서구인들은 머니 프로그(money frog)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 소품은 정작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게 아니다. 일단 팔자에 진토(辰土)라는 글자가 있어야 꽤 유용하다. 이를테면 앞의 명조(命造)에서 병진(丙辰)과 같은 간지가 있을 때에 해당되는 말이다. 또 돼지띠나 토끼띠, 양띠에 한해 특히 두꺼비는 행운의 상징이 된다. 여느 때와 같았다면 이 같은 소품들이 기사의 한 부분을 장식했을 터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기자기한 소품 등은 지천에 널려있었지만 이보다 더 월등한 풍수 교정물이 눈길을 끌어 사진으로 담을 여지가 없다.

이 사장의 집무실 책상 뒷 벽에는 김덕용 작가의 `꽃길`이라는 정겨운 풍취의 아름다운 그림이 걸렸다. 풍수에서 길은 수(水)에 속한다. 또 잠자리가 나는 공간은 마치 연못을 연상시킨다. 이런 그림은 등을 지고 배치해선 곤란하므로 위치를 옮길 필요가 있다. 등 뒤의 그림으로는 배산(背山)의 이치에 많게 산이나 성벽, 빌딩 등을 주제로 삼은 그림이나 사진이 적합하다.

강렬한 황소그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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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밖 복도 [봄], [여름], [가을] 풍경화 그림. 인선준 선생이 그림 위치와 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집무실을 나서면 최영걸 작가의 작품 `봄`, `여름`, `가을`이 복도에 나란히 걸려 있다. 아직 작품 `겨울` 하나를 소장하지 못했다. 작품 `봄`은 전남 구례, 가을은 전남 장성과 같은 식으로 실제 정경을 화폭에 담아 보기에 색다른 데가 있다. 동행한 인선준 선생은 이 그림들을 사방의 내부 공간에 입체적으로 전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펼쳤다. 봄은 동쪽, 여름은 남쪽, 가을을 서쪽에 두면 보국(保局)이 잘 형성된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보국이란 산이 사방을 감싸 그 안에 생기는 공간 전체를 말하는데 주변의 산수와 조화를 이루면 곧 명당이 된다. 그럴듯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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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원 작가의 동물 그림이 다올신탁 풍수의 핵심. 잔나비띠의 이 사장에게 황소는 반안(攀鞍)으로 명예, 호랑이는 역마(驛馬)로 풍요를 상징한다.

 

 

하이라이트는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는 사석원 작가의 동물 그림들이다. 사 작가의 그림은 몇 작품을 보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차릴 내용이 있다. 작품 소재가 ‘동물’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계속 작품 속에서 동물이 등장한다. 그 종류도 ‘소, 양, 말, 닭, 개구리, 당나귀, 호랑이, 토끼’ 등 무수히 많다. 채색이 현란하고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생기발랄한 느낌이라 저절로 눈이 간다.

출입구 정면의 십이지(十二支) 그림은 전통적인 정서를 물씬 풍긴다. 사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국의 냄새가 나고 원시적이며 역동적이다. 여기에 뛰어난 해학이 내포됐다. 힘이 넘치지만 평온한 감을 준다”는 공통적인 느낌과 평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필자의 생각을 좀 더 보태고 싶다. 왜 동물일까. 분명 예사롭지 않은 기(氣)가 있다. 이것들은 정말 훌륭한 방편(方便)이 될 수 있다. 십이신장(十二神將)에 버금가는, 현대인들에게 더 알맞은. 가령 잔나비띠의 이 사장에게 ‘황소’ 그림은 최선의 선택이다. 그는 이 그림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뺏겼다고 했다. 작가를 흠모하는 마음이 커서인지 동일 작가의 다양한 동물 그림 컬렉션이 주요 소장목록을 차지하고 있다.

아래층에서는 붉은 색채가 강렬한 `모란과 호랑이`작품이 눈에 띄었다. 호랑이는 인목(寅木)에 배속된 십이지수(十二支獸)다. 잔나비띠의 수명(水命)에 호랑이 그림이나 기물은 역마(驛馬)에 속한다. 이 역마에는 식신(食神)과 재물(財)의 목화(木火) 기운이 담겼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발전한다는 길한 의미를 품는다. 보통 ‘원숭이, 쥐, 용띠’에게 호랑이 그림은 호재로 작용하지만 ‘뱀이나 닭, 소띠’에게 호랑이 그림은 절지(絶地)의 단절을 암시하므로 불리하다.

남자의 재성(財星)은 육친으로 곧 처(妻)

양택(陽宅)의 길흉 판단은 팔방(八方)이 주가 되는데 재물의 증식이나 유통과 관련해서는 서쪽의 태방(兌方)과 동남쪽이 손방(巽方)이 유리하다고 했다. 단지 재물에 초점을 맞추어 음양의 이치를 살피자면 음의 영역은 재물의 입수와 축적을, 양의 영역은 재물의 순환과 유통을 의미한다. 채광이 밝은 거실이나 불을 많은 쓰는 주방은 대개 양의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이곳에 지갑이나 핸드백을 두면 지출이 증가하게끔 돼 있다.

반대로 안방의 수납장에 지갑을 두면 지출보다 소득이 늘어난다. 서양에도 ‘어두운 곳에서 재물의 에너지가 증폭된다’는 말이 있다. 몇 해 전 이 사장은 풍수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고를 두는 영역을 정했다고 해서 필자가 한번 둘러본 적이 있다. 금고가 위치한 방위는 적정했지만 한 가지 놀란 점이 있었다. 24시간 금고 위에 조명을 밝혀두고 있었던 것. 한마디로 난센스다. 즉시 조명을 끄게 하고 캄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남편이 양(陽)이면 부인은 음(陰)이다. 그래서 옛말에 ‘부자가 되려면 돈이 부인의 치마폭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재물의 관리는 안방마님의 몫이 돼야만 재물이 모이는 법이다.

팔자술에서 남자의 재성(財星)은 육친으로 곧 처(妻)를 뜻하는데 부자가 되려면 좋은 배우자와 인연을 맺어야만 한다는 얘기와 통한다. 부자를 따라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리란 법은 없다.

부자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보통 배우자에게 꽤나 만족한다. 좋은 배우자와 인연이 되지 않는 운명은 실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 이때 방법은 하나다.

악처라도 좋은 배우자가 되게끔 노력을 해야 한다. 생활에서 재물운을 좋게 하려면 아내의 기분부터 좋게 만드는 게 첩경이다. 처와의 궁합이 온전하지 않고서는 재운이 평탄할 수가 없다. 독신이라면 좋은 이성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단 기분을 좋게 하는 상대가 최선의 궁합이다.

이러한 공식과 관련해 재미있는 비방이 하나 있는데 혹 부부간의 모임이나 가족 모임에서 고스톱 같은 놀이라도 할라치면 부인을 옆에 두는 게 백번 유리하다. 방이나 공간에서 서쪽이나 동남쪽 영역으로 자리를 잡고 부인이 남편 뒷자리에 바짝 앉아 슬그머니 남편 몸에 손을 대고 있으면 십중팔구 돈을 잃는 법이 없다.

보통 재물운을 고양시키고 행운을 부른다는 기물은 재물의 영역에 두면 무방하다. 반면 조상의 사진이나 종교 기물 등은 두는 방위가 따로 있고 이 점을 철저히 유념해 배치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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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을재산운용 입구에 놓인 탑. 탑은 장소를 잘 택해 놓아야 한다. 천살(天煞)방위가 좋다.

 

 

본사의 10층에는 하나금융지주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 계열사인 다올자산운용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입구에는 특이하게도 탑(塔)이 놓여있다. 이 사장이 경북 상주에서 골동품으로 구입해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코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는 의미를 부여한 모습을 보니 분명 별스러운 데가 있다. 탑 주변으로는 낙산사에서 가져온 기왓장을 썰어 담을 쌓아 치장하고 조명을 밝혔다. 가만 응시하니 일종의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탑은 상층부로 갈수록 뾰족해지면서 강렬한 기가 응집된다.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애환과 소원이 담겼다.

사찰에서 탑은 부처님이나 기타 덕이 높은 스님들의 신골(身骨)인 사리를 넣는 무덤이다. 그 후 탑은 무덤의 성격과 기념물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닌 숭배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 사장에게 실내의 탑은 높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간절한 기원 두 가지 뜻을 품은 기물인 듯싶다. 정상으로 향하는 노정에서 각 층에 패이고 진 굴곡을 넘어설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까. 수십조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유수의 종합부동산회사들과의 한판 승부를 피해가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탑은 장소를 잘 택해 놓아야 한다. 천살(天煞) 방위에 둬야 한다. 잔나비띠라면 공간의 서남 영역에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북쪽 출입구 사무실 책상 위치는 동쪽

복이 들어오는 발복(發福)에도 시효가 있다. 명리(命理)에서는 선천수(先天數)를 활용하는데 풍수에서는 보통 오행수로 판단한다. 대개 CEO의 책상이나 집무실이 위치한 방위의 오행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가령 북쪽에 출입구가 있는 사무실의 동쪽에 책상을 놓으면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복가(福家) 배치가 된다.

여기서 동쪽은 오행의 목(木) 자리로 해당 오행수는 3과 8이다. 이 숫자는 빠르면 3년, 늦어도 8년과 같은 식으로 응용돼 발복 시효를 암시한다. 이런 식으로 성공을 미리 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시효가 있다. 시효가 끝나면 복도 끝나기 때문에 복이 들어오는 자리 배치를 미리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처럼 처음에 동쪽에 책상을 놓았다면 이번에는 남쪽이나 동남쪽의 영역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이면 사업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다. 북쪽 출입구와 동쪽 자리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나 업종을 전환할 때 유리하지만 오래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효과가 덜 미친다. 여러 해 동안 무난하게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시간이 지나 사업이 기울어지는 하향세를 겪기도 한다.

오행수는 하도(河圖)를 바탕으로 한 오행론의 기본이다. 하도는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나타났다는 55개의 점을 말하며 주역의 근본이 됐다고 전해지는 그림이다. 하도는 우주 자연이 생성되는 이치를 설명한 것으로 암흑과 혼돈의 공간에서 창조되는 각각의 기운 순서를 설명한다. 첫째는 수(水), 둘째는 화(火), 셋째는 목(木), 넷째는 금(金), 다섯째는 토(土)의 기운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1水, 2火, 3木, 4金, 5土라는 고유수가 부여됐다. 이를 생수(生數)라고 말한다. 여기에 각각 5를 합한 수, 이를테면 물의 기운인 1과 흙의 기운인 5가 합해져 6의 수를 이루는 것을 성수(成數)라고 한다. 그래서 물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체는 6의 수로 이루어짐을 뜻한다.

보통 물은 물 분자가 고리를 이룬 상태로 존재한다. 이 가운데 물 분자 5개 고리로 연결돼 있는 5각형 구조와 6개가 연결돼 있는 6각형 구조가 가장 많다. 이 가운데 6각형 고리 구조의 물을 육각수라 부른다. 생체 분자가 좋아하는 물의 구조가 바로 육각형 고리인데 물의 기본이 곧 육각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성수를 만들 때는 각각의 오행수에 흙의 기운인 5를 더해야 비로소 하나의 물체가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써 1·6水, 2·7火, 3·8木, 4·9金, 5·10土라는 홀수와 짝수의 음양이 배합된 숫자 조합이 형성되는데 수량이나 시간을 표시해 길흉을 따진다. 이를테면 수량의 측면에서 과거에 대문 위치를 기준으로 동쪽에 문이 나 있는 동사택의 복가(福家)일 경우 재산의 정도는 3000석이나 8000석 등으로 가늠했던 식이다. 이때 주택의 방위인 좌향만 좋으면 3000석 정도로 추산하고 주변 지세까지 명당인 경우에는 8000석으로 계산했다.

시간적 측면으로는 주인의 자리가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안방이 위치한 영역에 해당되는 오행수로 성공의 기한을 예상했다. 서구에서 간추려진 현공 풍수 이론에서는 출입구의 위치에 따른 길흉화복을 공식처럼 정해 실생활에 응용토록 하고 있다. 이때 왕방(旺方)과 재방(財方)에 주목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 왕방은 출입구의 위치를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왕성한 지기(地氣)가 미치는 곳으로 대길의 방위에 속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방은 왕방에 견주지는 못하고 우여곡절을 야기하는 영역이지만 응용하는 방법에 따라 재운을 고양시킬 수 있다고 본다. 건물 전체에서 재방에 해당하는 자리에 재정 부서를 두거나 금고를 두면 자금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단 이때 고비를 넘기거나 장애가 제거되면 이러한 조치를 해제하고 다른 길방을 찾아 자리 배치를 다시 해야 한다. 하나다올신탁의 경우 한번쯤 공간 배치에 손을 볼 때가 된 듯싶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대동한 풍수전문가 인 선생을 통해 후일을 기약했다.

■ 구체적으로 방향에 따른 재방과 왕방의 방위는 다음과 같다.

1. 문이 정북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동쪽과 서남쪽, 왕방은 남쪽, 동쪽, 북쪽이 된다.
2. 문이 동북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동남쪽, 왕방은 서남쪽과 동쪽이 된다.
3. 문이 정동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북쪽과 서남쪽, 왕방은 남쪽과 동남쪽, 서북쪽이 된다.
4. 문이 동남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동쪽과 서남쪽, 왕방은 북쪽과 서쪽, 서북쪽이 된다.
5. 문이 정남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동남쪽, 왕방은 북쪽과 서남쪽이 된다.
6. 문이 서남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서쪽, 왕방은 동북쪽과 서북쪽이 된다.
7. 문이 정서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북쪽과 동남쪽, 왕방은 서북쪽과 동쪽이 된다.
8. 문이 서북방에 위치하면 재방은 동쪽과 남쪽, 왕방은 서남쪽, 동남쪽이 된다.


[이수 / 명리학자]

 

/ 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