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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이족이 개고기를 먹었던 이유.한민족은 왜 흰옷을 즐겨 입었을까

경호... 2012. 7. 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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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먹는 이유 한자 속에 답 있다

 

동이족이 개고기를 먹었던 이유

 

 

개고기 수육.

 

 

동북아에 거주하고 있는 여러 민족 가운데, 한때 방대한 영토를 점유했던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로 이어지는 동이족의 한 계열이었던 한민족(韓民族)을 규정하는 데에는 문화적 유사성 때문에 쉽지 않은 점이 있다. 그러나 어느 민족이건 침입한 문화에 동화되면서도 고유한 풍속은 남아 있기 마련, 고대인들의 문화적 양식 중에서도 제사문화와 함께 장례 풍속은 비교적 그 생명력이 길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농경민족이었던 한족과는 달리 수렵민족이었던 동이족에게 개(犬)는 사냥용으로 때로는 호신용 때로는 식량용, 혹은 제물용으로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희생 희(犧)자로 미루어 볼 때 농경민은 소(牛)를, 유목민은 양(羊)을, 그리고 동북아의 수렵민족은 주로 개(犬)를 제단에 바쳤다.

 

따라서 필자는 이 점에 주목하면서 동북방에 거주한 고대인들의 공용어였던 한자(漢字)를 통해 한민족의 정체성은 물론 그림글자인 한자가 중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을 자원의 해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고대 동북아의 주요 제물이었던 소, 양, 개

 

최근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비단 오늘날에만 자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승자의 논리로 기록된 역사는 때로는 모호한 점이 많다. 그러나 글자 제작 당시의 생활양식이 그대로 담긴 뜻글자인 한자는 어느 면에서 보면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풀어낼 수도 있다.

 

88올림픽 개최를 전후해 세계인들의 한민족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아직도 ‘개고기’를 대중적으로 식용하고 있다는 거였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다양한 민족이 개를 식용으로 하였지만 현재까지도 그러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유독 한민족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동북3성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만이 개고기를 전문적인 식단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자칭 문화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비아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러한 풍속이 곧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디 사물의 형상이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려낸 한자는 역사나 문화가 바뀌어도 본뜻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용문화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이는 한민족 고유의 제사문화와 관련이 깊다.

 

한 때 대륙의 많은 영토를 차지했던 동이족(東夷族)의 한 일원이었던 한민족은 개고기를 신성한 제단에 제물로 바쳤었다. 고조선이 멸망하고 변방으로 몰린 동이족의 문화는 중원에서도 밀려났다. 동이족과는 그 시원이 다른 지나족인 한족(漢族)은 대륙을 제패한 진시황제이후, 한나라에서는 유교(儒敎)가 정치사회의 강령이 됨에 따라 제사문화 역시 이를 따랐다. 그래서였는지 유교가 유입된 한반도에서까지 오늘날에도 ‘개고기’는 제사상에는 오를 수 없는 금기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정복당한 나라의 문화적 억압과 정신적 복속을 위해 흔히 악용되는 수단이 종교 혹은 그 민족의 전통을 짓밟는 것이다. 특히 고대사회의 특징 중 하늘땅의 신과 조상을 숭상했던 동아시아의 고대인들에게 제사는 최대의 의례행사였다. 당연히 제물로 바쳐지는 대상을 천시하거나 멸시하는 풍조를 조성하는 것이 또한 그 민족의 문화를 억압하는 방법 중의 하나였다. 개고기는 한민족에겐 중요한 제물이었다. 다음의 몇 글자만 살펴보아도 이는 명확한 증거가 되고 있다.

 

 

 

 

 

동이족은 제사상에 개고기를 올렸었다

 

먼저 살펴볼 然(연)자를 보면 이러한 인문학적 사실이 보다 명확해진다.

 ‘그러할 然(연)’의 구성은 개고기 연(肰)과 불 화(灬)로 이루어졌다.

肰(연)은 동물의 살코기를 상형한 육(肉)의 변형인 육(月)과 개 견(犬)으로 구성되었다. 犬(견)은 개의 옆모습을 본뜬 상형글자인데, 개의 가장 큰 특징인 혀를 내민 입모양을 ‘丶’으로 표현하였다. 이에 따라 肰(연)은 개(犬)의 살코기(肉=月)를 뜻한다.

灬(화)는 불꽃을 뜻하는 火(화)의 변형이다. 火(화)는 타오르는 불꽃을 본뜬 상형글자로 주로 자형의 하부에 놓일 때는 연화발이라 하여 ‘灬’로 쓰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글자 然(연)에는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동이족만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은 유교 및 불교적 사상이 유입되어 개고기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지만 고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즉 개(犬)를 통째로 불(灬)에 그슬려 그 고기 덩이(月=肉)를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러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개를 제사용으로 바칠 때는 불에 그슬려서 제단에 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요즘도 유독 개를 식용으로 할 때는 불에 그슬려서 하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개고기와 관련한 또 다른 글자로 獻(헌)자를 들 수 있다.

개와 함께 호랑이는 한민족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문화적 연관을 맺어 왔다. 동북아 최고의 지리서인 『山海經산해경』「海外東經해외동경」에 “군자의 나라가 북쪽에 있는데, 의복을 갖추고 관을 썼으며 칼을 차고 다닌다. 육식을 하며 큰 호랑이 두 마리를 곁에서 호위케 하였다. 그 나라 사람들은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 훈화초(무궁화)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國在其北 衣冠帶劍 食獸 使二大虎在旁 其人好讓不爭 有薰華草 朝生夕死).”라고 하였다. 이 책의 기술에서처럼 호랑이와 무궁화는 한민족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獻(헌) 자를 자세히 풀어보자. ‘바칠 獻(헌)’의 구성은 솥 권(鬳)과 개의 모습을 상형한 개 견(犬)으로 이루어졌다. 鬳(권)은 호피 무늬 호(虍)와 솥 력(鬲)으로 구성되었다.

호랑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虎(호)는 자형상부는 머리를, 가운데(厂과 七)는 늘름한 몸통을, 그리고 하부는 사람의 발(儿)을 가차하여 그려낸 상형글자이다. 다른 부수에 더해 새로운 자형을 만들 때는 보통 하부의 발(儿)을 생략한 채 虍(호)만을 사용하는데, 그래도 호랑이라는 본뜻은 그대로 있다.

鬲(력)은 천지인 삼원사상에 따라 세 발 달린 솥을 상형한 것이다. 이에 따라 鬳(권)은 동이족 중에서도 한민족이 친근한 영물로 여겼던 호랑이 무늬(虍)를 새겨 넣은 세 발 달린 솥(鬲)을 그려낸 것이다. 따라서 獻(헌)에 담긴 내용은 호랑이 무늬(虍)가 새겨진 세 발 달린 솥(鬲)에 개(犬)를 삶아서 제물로써 천제 혹은 종묘에 바친다는 데서 ‘바치다’ ‘올리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개고기를 제물로 바치는 풍속을 담은 또 다른 글자로 猶(유) 자를 들 수 있다.

‘오히려 猶(유)’의 구성은 큰 개 견(犭)과 두목 추(酋)로 이루어졌다. 犭(견)은 개의 모양을 상형한 犬(견)의 간략형으로 주로 자형의 좌변에 놓인다. 酋(추)는 항아리에 담긴 술(酉)로써 오랫동안 잘 발효시켜 좋은 향이 퍼짐(八)을 표현한 자형이다. 즉 잘 발효된 좋은 술은 우두머리와 같은 높은 사람이 마실 수 있으니 ‘추장’ 혹은 ‘우두머리’와 같은 뜻으로도 확장되었는데, 본뜻은 ‘잘 익은 술’이란 뜻이다. 따라서 猶(유)의 본래 의미는 천지 신에게 바칠 제물인 개고기(犭)와 잘 익은 술(酉)을 제단에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는데서 ‘마땅히’라는 뜻이었으나, 후대로 오면서 ‘오히려’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동북공정과 같은 만행은 예전에도 있었다

 

수렵민족이었던 동이족은 특히나도 친밀한 동물이었던 개를 제단에 올린 것이다. 동이족에게 있어 개는 사람을 대신해 제단에 오를 만큼 신성한 동물이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원에서 밀려난 동이족의 제사문화는 오랑캐의 저급한 것으로 치부되어 제물에서마저 제외되어 버렸다. 한민족과는 달리 중원지방에서는 저급한 용도로 격하시켜버렸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꽃인 무궁화를 말살한 정책과 다름없다. 그들은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난다’, ‘무궁화의 꽃가루는 부스럼을 나게 한다’, ‘벌레가 많이 낀다’라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화나 다름없는 무궁화를 저급한 꽃으로 비하하여 민족의 자긍심을 깎아내렸다.

 

이러한 내용은 範(범) 자를 풀어보면 알 수 있다.

‘법 範(범)’은 대 죽(竹)과 수레 차(車), 병부 절(㔾)로 구성되었다. 이 글자에는 고대 중원 사람들이 액땜을 하는 생활양식이 담겨 있다. 즉 수레(車)를 끌고서 집을 나서기에 앞서 사고 없이 무사귀환(無事歸還)을 바라는 의식 가운데 하나이다. 먼저 대나무(竹)를 잘 엮어서 바구니를 만든 다음 그 속에 살아 있는 개(㔾=犬)를 넣고서 수레(車)를 몰아 바퀴로 깔아뭉개는데, 이 때 개의 피가 바퀴에 묻으면 액(厄)막이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유풍이 살생을 금하는 종교적 생명존중 사상의 유입 등으로 정월대보름이나 굿을 하고나서 바가지를 밟아 깨뜨려 액땜을 하는 풍속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러한 액막이 풍속은 사라지고 그 때 대나무로 만든 ‘틀’이나 ‘거푸집’이란 뜻으로 쓰이다 ‘규칙’이나 ‘본보기’라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그들은 또한 액막이의 일종으로 살아있는 개를 죽인 후 큰 도성의 4대문에 내걸어 악기(惡氣)나 고(蠱: 독 고)를 물리치는 명목으로 취급하거나 건축물을 짓거나 쌓을 때도 개를 희생의 제물로 삼아 저주를 막았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고조선시대에 해당하는 청동기시대까지 개는 우리민족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었다. 이러한 유물로 옛 고조선의 영토였던 만주지역에서 발굴한 이 시기의 무덤 속에는 개 뼈가 순장되어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장례풍속과 관련하여 개 견(犬)이 들어가는 글자로 기(器) 자를 들 수 있다.

‘그릇 器(기)’는 네 개의 입 구(口)와 개 견(犬)으로 구성되었다. 器(기)자는 고대의 장례풍속인 순장(殉葬)제와 관련이 깊다. 특히 지배계급의 왕족이 사망하면 죽은 사람과 가까운 아내나 신하, 그리고 첩이나 노예를 시신과 함께 묻는 순장은 고대문명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습속이었다. 한반도에서는 신라 지증왕 3년(서기 502년) 3월에서야 순장법을 금지하는 법령이 반포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사람대신 동물, 특히 동물 중에서도 한민족과 유독 친근한 개를 금은으로 만든 귀중한 보물 및 그릇 등과 함께 무덤 속에 묻었다. 따라서 器(기)의 전체적인 의미는 죽은 사람의 시신 곁에 순장한 개(犬)와 귀중한 보물 및 평소 망자가 사용했던 그릇(네 개의 口)을 부장품으로 함께 묻었던 고대인의 장례습속이 담겨있다.

 

삼복더위에 보신탕과 삼계탕을 먹는 이유

 

개고기는 다만 제사상에서는 밀려났지만 식용으로서는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음식디미방』『산림경제』『증보산림경제』『규합총서』『민천집설』『임원십육지』『오주연문장전산고』『조선무쌍신식요리』『조선고유색사전』등의 많은 책들에서 개고기의 요리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 종류만도 요즘보다 다양하다. 요리로는 개구이, 개순대, 개장국, 개탕, 개장고지 느르미, 개장국 느르미, 개장찜, 개찜 등이 있다.

 

이러한 식용의 전통은 유독 한민족과 관련한 유사민족만이 이어오고 있다. 개를 보신탕의 식재료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역시 한자로 풀어보면 명확해진다. ‘홀로 獨(독)’자에 그 까닭이 담겨 있다.

 

獨(독)자의 구성은 개를 의미하는 犭(견)과 누에를 뜻하는 촉(蜀)으로 짜여 있다. 개와 누에는 먹을 것만 주면 오직 저 혼자서만 한없이 먹어 ‘홀로’ 떼어놓지 않으면 안댈 만큼 소화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와 누에는 인간이 섭취했을 때 소화가 잘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구분된다. 그래서 요즘 소화불량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누에가루가 각광을 받고, 큰 수술을 받고난 환자에게 체력보강을 위해 권장되는 식품이 바로 개고기, 바로 보신탕이다.

 

삼복(三伏)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우리는 왜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을까! 이는 우리 인체의 한열(寒熱)작용은 항상 겉과 속이 다른 점을 이용한 식이법이다. 즉 요즘처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인체는 이에 대응하려고 열기를 몸의 표면에 집중시킨다. 그러다 보니 체표면은 열기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를 중심으로 한 뱃속은 차가워진다. 때문에 여름철에 차가운 것이나 조금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쉽게 난다. 뱃속이 차갑다는 것은 혈류순환이 체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될 뿐만 아니라 음식물과 함께 유입된 냉기(冷氣)가 위의 기능을 더욱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기로 인해 무력화된 위의 기능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시원하고 차가운 음식보다는 오히려 열기가 많은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양기가 듬뿍 담긴 개는 신석기 시대부터 보신용으로나 삼복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음식으로 다양하게 조리되어 왔다. 또한 양기가 많은 닭(鷄)과 식물 중에서 열기가 높은 인삼(人蔘)을 넣어 함께 끓인 탕을 여름철 보신용 음식으로 애용하였다. 이렇게 열기로 조합된 삼계탕은 뱃속의 냉기를 가시게 할 뿐 아니라 기력을 회복하는데도 탁월한 역할을 하였다.

 

우리가 그 더운 여름철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들며 땀을 뻘뻘 흘리지만,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뱃속이 따뜻해짐에 따라 반대로 체표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체표온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뱃속은 냉기로 가득 차게 되는데, 이때 차가운 아이스크림이나 냉수를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더욱 더위를 느끼는 것은 바로 인체의 표리작용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따라서 더위를 가시게 하려면 오히려 뱃속을 따뜻하게 해줄 음식이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한자(漢字)는 어느 한 민족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북아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제작했던 동북아 공동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한자는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전달하려는 그림문자이다. 그 속에는 글자 제작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적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또한 개는 한민족과는 매우 가깝고 친밀한 동물이었다. 수렵민족이었던 우리 조상들이 길러온 개는 사냥용이나 식용을 위한 가축용이었지, 요즘 많이들 집안에서 키우는 푸들이나 시츄와 같이 귀여운 애완용이 아니었다.

 

문화적 유형은 사람들의 관념변화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우리 문화 역시 근세에 접어들면서 전통적 문화양식을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며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오랜 전통에 담긴 식문화를 새로 유입된 종교적 혹은 사상적 이유만으로 미개한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민족은 왜 흰옷을 즐겨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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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여행가 스탄코 브라즈가 찍은 1901년 4월 조선의 수도 한양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동서양 공히 호흡법은 사람 숫자만큼이나 다양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수련 입문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게 바로 호흡법이다. 어느 사람은 이렇게 하라 하고, 또 어떤 책에는 저렇게 하라는 등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게 맞다. 왜냐면 수련자 개개인이 자신의 호흡을 관찰해서 얻은 체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호흡은 현재 몸의 상태를 말해주는 ‘잣대’라는 점이다.

 

‘호흡만큼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잘 반영하는 것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호흡을 제대로 관찰해보면, 답은 거기에 있다. 그래서 호흡의 기준점을 자신의 몸에서 찾아야지 다른 이가 주장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다치는 수가 있다. 호흡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한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호흡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최대한 편안한 상태로 누워서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면 마냥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들숨이 길다는 것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날숨이 길다는 것은 에너지가 과잉현상을 일으켜 몸이 흥분되어 있다는 뜻이다.

 

가늘고 길게 ‘거북이 호흡법’ 장수 비결

 

따라서 인위적으로 호흡을 조절할 게 아니라 고요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하다. 처음에는 들숨과 날숨이 거칠어도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하고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호흡 역시 편안해지면서 가늘고 길어진다.

 

이러한 다양한 호흡법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수련의 목적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리 몸의 주인인 마음이 깨어있음을 알아차리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자연스럽게 몸을 통한 호흡 또한 고요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호흡은 인위적으로 조종할 게 아니라 그저 일관된 마음으로 들고 나는 숨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명력 유지에 필수적인 호흡법은 거북이를 닮을 것을 권유한다. 장수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진 거북이의 가장 큰 특징을 호흡에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호흡을 하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가늘고 길게 하는 것으로 알려진 거북이. 수련인들이 닮고자 하는 호흡의 대표주자이다.

 

그렇다면 흰옷을 숭상하면서도 흰옷을 즐겨 입었던 동이족(東夷族).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의미심장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동양철학의 핵심이자 2천년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계통적 사유체계를 제공하고 있는 오행사상에서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흰색은 오행(五行=木・火・土・金・水) 중 금(金)과 관련이 깊다. 오행사상에서 금은 인체의 오장육부 중에서 폐와 대장을 의미하며, 그 색상은 흰색의 속성을 지닌다고 본다. 폐와 대장은 인체의 생리기능 중에 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폐는 인체의 상부에서 코를 통한 호흡을 주관하고, 대장은 배꼽을 중심으로 한 복부 전체를 휘감아 돌며 복식호흡, 즉 살갗을 통한 피부호흡을 주도한다.

 

또한 금의 속성은 전자기력과 호응관계가 깊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불가에서 말하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속뜻은 ‘이 우주가 텅 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이지도, 들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어떤 미묘한 것들로 충만하다’는 것으로, ‘텅 빈 충만’을 의미한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이 미묘한 것으로 가득 찬 우주의 기본적인 성향을 전자기력(電磁氣力)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질 구성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소립자는 전자・양성자・중성자의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더 미분하면 곧 미물질(未物質)적인 파동의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파동은 곧 전자기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우리 주변의 텅 빈 공간 속에는 무궁무진한 전자기적 성향을 띠는 파동의 에너지 입자들이 가득 차 있다는 것. 그 파동의 입자들은 기(氣)적인 에너지 뿐만 아니라 우주의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폐호흡과 피부호흡을 통해 이 무형의 에너지와 정보를 받아들여 활용하게 되는데, 이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금에 해당하는 폐와 대장을 통해서이다.

 

흰옷 폐기능 활성화에 도움…수행자들 하얀 도포 즐겨

 

달리 말하면, 우리는 호흡을 통해 공간에 무수히 유동하고 있는 자기입자(磁氣粒子)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호흡을 주관하는 폐는 오행 중의 쇠의 속성을 지닌 금(金)에 배당된다. 자기성은 유독 쇠에 잘 흡착되어 흐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는 철을 포함한 포르피린고리와 단백질의 일종(글로빈)을 포함한 헴(heme)이라는 구조 4개가 모여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에 따라 폐를 통해 유입된 자기력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담겨져서 70조개 이르는 우리 몸의 각 세포에 에너지원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또한 오행에서의 금(金)은 색상으로 흰색인데, 바로 하얀색의 옷을 입었을 때 폐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영적 수행을 하는 수도자들이나 선도(仙道)를 닦는 도사들이 하얀 도포자락을 즐겨 입는다. 즉 영적인 기운과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이 공간 속의 무한 에너지와 정보를 얻는데 백의(白衣)를 활용하였던 것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은 것은, 이처럼 대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위해 그랬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의 풍속이 단절되어서 그렇지 고대부터 우리 민족은 심신을 단련하는 선도의식이 아주 강렬했다. 신라시대 최치원(857 ~ ?)이 지은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말하기를 풍류라 한다. 가르침의 연원은 선사(仙史)에 소상하게 갖추어져 있으며, 이는 실로 유불선 삼교를 포함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있다(國有玄妙之道曰風流. 說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 三敎 接化群生)”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선도의 일종인 풍류도가 고대부터 널리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글 최상용 /신문과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다가 동양철학에 매료돼 원광대에서 기(氣)공학과 기(氣)학을 공부한 동양철학박사. 현재 인문기학연구소 소장으로 동양사상과 생활건강 및 명상에 대해 강의한다. 저서로는 한자의 강점인 회화적인 특징을 되살리고 글자에 담긴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한 <브레인 한자>와 <한자실력이 국어실력이다>등이 있다.

/ 한겨레.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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