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世上萬事

퇴마사가 말하는 귀신

경호... 2012. 7. 19. 15:16

<일요초대석> 상사병 걸린 톱스타 '단골 퇴마사' 김영기 법사

 

“귀신 안 믿는 사람, 빙의 더 잘 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최근 몇 년간 케이블TV에서는 ‘빙의’와 ‘퇴마’를 소재로 한 심령치유 프로그램을 쏟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퇴마사들이 등장했고 개중에는 용한 퇴마기술을 선보이며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급 퇴마사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 중 한 명인 김영기 법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귀신을 소재로 하는 영화, 이야기가 쏟아지는 요즘.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법당에서 그를 만났다.

 

 

 

“15년 전 첫 방송에서 ‘퇴마사’로 얼굴을 알린 후 줄곧 방송을 통해 퇴마의식을 해왔죠. 그러다 보니 퇴마 쪽 일만 부각되었지만 퇴마는 제가 하는 일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사주는 물론이고 풍수 등 보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20년간 우리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해결하고, 미래의 불확실함을 타파시켜온 퇴마사 김영기 법사. 그는 이미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이다.

 

특히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혹은 검찰·경찰 인사이동이 있는 시기면 그를 찾는 유명인들은 더욱 늘어난다. 뿐만 아니다. 연애문제로 고민하는 연예계 톱스타들의 단골로도 알려져 있다. 상사병에 걸리거나 삼각관계에 놓인 경우, 새 프로 출연이나 소속사를 옮기는 문제를 갖고 은밀히 그를 찾는다고 한다.

 

놀이터가 ‘산’이던 꼬마

 

김 법사가 사후세계에 심취하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어려서부터 사람의 운명에 관심이 많았다. 놀이터가 ‘산’이었던 그는 산속에 헤매다 바위에 걸터앉아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지? 왜 어떤 이는 부자고, 어떤 이는 가난하지? 누구는 예쁨을 받고, 누구는 미움을 받는지?” 등을 되뇌며 살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꼭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퇴마는 신을 받아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50%는 수행으로 만들어지지만 50%는 타고나야 하거든요.”

 

김 법사는 그간 살벌한 것부터 정이 흐르는 것까지,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왔다. 그 중에는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도 있다. 김 법사는 가장 먼저 집에 우환이 있어 고민인 사례자의 할머니, 할아버지 묘지를 이장해준 것을 꼽았다.

 

“찾아가보니 할아버지 산소는 나무뿌리가 관통하고 있었고, 할머니 산소는 물이 꽉 들어차 있는 거예요. 당시 그 자리를 정해준 지관이 함께 있었는데 제 얘기를 듣고 방방 뛰었죠. 저는 파묘를 해서 제 얘기가 틀린다면 다 물어주겠다고 했고, 결국은 제 말이 맞았죠. 이장할 자리에 가서 정확이 160cm를 파라고 했더니 정확히 그 지점부터 까만색이던 흙이 황토색으로 바뀌는 겁니다. 그 후 그 지관은 도망갔죠.”

 

‘퇴마사’인줄만 알았더니 사주·풍수 등 못하는 게 없네

귀신은 실제로 존재…“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가야”

 

식물인간이던 사람을 깨어나게 해 준 경험도 있다. 봉천동에서 사채놀이 하던 조폭 이야기다. 그 조폭이 다니던 보살집이 있었는데 보살이 계룡산 자락에 절을 사자, 비포장도로였던 길에 자갈을 쫙 깔아줬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조폭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아 식물인간이 됐다. 사연인 즉 돌아가신 아버지가 진노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다.

 

“범인을 영시해서 찾아준 뒤 조폭의 고향을 찾았죠. 산소에 갔는데 한 노인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예요. 말을 붙였더니 자기가 여기 주인이라면서 ‘나는 이렇게 추운데 놔두고 남의 집 조상한테는 길을 깔아줬다’고 분노했죠. 노인을 달래주고 그 후 조폭은 가료를 통해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또 김 법사는 잘 알려진 대로 수많은 빙의환자를 직접 치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김 법사가 치유할 수 없던 사례자도 있었다고 한다.

 

특경대 출신의 빙의 사례자는 성격이 매우 포악해 가족들조차도 2~3m 떨어져야만 대화가 가능했다. 김 법사가 그의 방에 들어가 둘러보니 칼들을 여기 저기 숨겨놓았고, 옷장을 열었는데 여자 실물크기의 인형이 있었다.

 

인형은 눈, 코, 입은 물론이고 속옷과 옷까지 입혀뒀는가 하면 고무장갑으로 여자의 성기 모양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그는 저녁만 되면 인형과 춤을 추고 섹스까지 나눴다고 한다.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빙의 환자가 워낙 거부감도 심하고, 공격적이라 손도 못 댄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빙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일까. 김 법사는 영매체질이 빙의가 잘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석 같은 영을 당기는 체질이다. 이 외에도 심신박약, 영혼자체가 근본적으로 방어가 안 되고 약한 사람, 강한 충격과 집착이 있을 때도 빙의가 되기 쉽다고 한다.

 

“빙의가 된 사람들을 보면 몸을 덮고 있는 ‘오로라’부터가 다르죠. 일반사람들의 오로라는 밀도 응집이 잘 되어 강하다면 빙의환자들은 오로라가 얇거나 뚫려있는 경우가 많아요. 또 인터넷을 통해 빙의가 되는 환자들도 있는데, 귀신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파장을 내뿜을 때 그대로 들어오는 식이죠. 특히 포르노, 도박 사이트에 탐욕령, 색정령이 제일 많아요.”

 

물론 퇴마사의 퇴마의식을 들어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빙의나 퇴마의식이 현대 정신의학에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초자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김 법사는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영혼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보다 앞선 영(靈)의 세계

 

“과학보다 앞서있는 세계를 과학이 어떻게 입증하겠습니까. 어떤 장비로 심령을 측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또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현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증세에 가까운 병명을 붙여 약을 주는데 이는 만성 빙의환자들만 더 키울 뿐이에요. 오히려 귀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빙의는 더 잘되는 법이니까요. 실제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면 피해가 덜하죠. 정신과 의사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귀신을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고, 귀신에 빙의돼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공포로 인한 허상인지, 아니면 진짜 귀신이 들어와 영혼을 지배하는 것인지 알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나고, 퇴마사들의 의식을 통해 제2의 삶을 찾은 사람들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퇴마사가 말하는 귀신 "미니 스커트 입은 귀신도 있지요"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이 다양하듯 실제 귀신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고 퇴마사들은 말한다.

영화 <디 아이2>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에 소복을 걸치고, 다리도 움직이지 않은 채 허공을 떠다닌다.’

귀신의 이런 모습은 전설의 고향을 통해 전 국민 속의 뇌리에 콕 박혀 있다. 하지만 한옥이 들어섰던 자리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논과 밭에 고속도로가 놓인 지금도 이런 귀신들이 활보하고 다닐까. 귀신의 세계에 대해 퇴마사들에게 물어봤다.

귀신은 왜 생겼을까. 첫번째 질문에 김세환 법사는 “사람이 죽어도 미련이 많으면 혼령이 저승세계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고 설명했다.

 

그 근원이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과 똑같이 생활한다고 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지나 <식스센스>의 브루스 윌리스와 같은 경우라고 할까. 반면 믿음이 강하고,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하고 죽은 혼령이라면 누가 인도하지 않아도 극락세계와 같은 좋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게 김 법사의 설명이다.

 

귀신도 등급이 있다. 등급은 귀신의 아우라(형태 전체를 은은하게 감도는 기운 혹은 빛)로 판단할 수 있는데 가장 등급이 낮은 검은색부터 녹색, 밝은 주황색, 은백색을 거쳐 가장 막강한 황금색까지 있다.

가장 힘이 센 황금색이더라도 귀신은 귀신. 산신과 같은 신계의 존재보다는 힘이 약하다. 물론 영적인 능력이 없는 일반인은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아우라는 물론 형태조차 볼 수 없다.

 

등급과는 무관하게 그 성격에 따라 귀신을 나누기도 한다. 원한에 사로잡혀 계속 그 생각만 하는 원한령, 원한을 갚기 위해 직접 행동을 하는 복수령, 사람 해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악령 등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떠도는 혼령이나 선한 령은 그냥 놔둬도 괜찮지만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자살을 하게 하거나, 남에게 해코지를 하게 하는 복수령 등은 없애야 한다는 게 퇴마사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빙의(귀신이 씌운 상태)가 된 상태도 다양하다. 김세환 법사는 “몸을 빙의된 사람 속에 감추고 머리만 내미는 경우도 있고, 작은 불덩어리 모양으로 목, 어깨, 허리 등을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묘사했다.

 

귀신의 옷차림도 다양하다. 귀신은 스스로 생각하는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기 때문. 김영기 법사는 “예전에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것처럼 소복 일색이었는데 요즘은 정장, 청바지, 미니스커트 등 복장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소복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귀신을 만난다면 ‘차림이 무서워 말을 할 수 없으니 귀여운 아이나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모습을 바꿔 다시 만나자’고 설득해도 될 법하다.

 

 

 

퇴마사 "뭐, 사람아닌 귀신이 나자빠졌다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물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열대야, 긴긴 불면의 밤. 그리고 덩달아 바빠진 사람들, 퇴마사. 허무맹랑한 거짓이라고 단정짓기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귀신을 쫓는다”는 그들의 삶이 비장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왜 하필 많은 이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퇴마사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요.

사람들이 믿든 말든 악령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야 할 소명의식을 느낀다는 그들. 귀신의 존재도 믿을 수 없는데 퇴마사가 웬말이냐고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 처음부터 친근했던 귀신

 

“그게 참 희한하지. 귀신을 봐도 무섭지가 않대요. 아마 신의 뜻이었던 게죠.”

 

퇴마사 김세환(58)씨는 38살이던 1987년에 귀신을 처음 봤다고 했다. 당시 한 중소기업의 기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그의 눈앞에 불현듯 “회장의 아버지”를 자처하는 노신사가 나타난 것.

 

“지인에게 빌려준 700만원을 못 받고 죽었다고 하소연을 하기에 곧장 회장실로 뛰어가 확인해 봤죠. 거참, 신기하게도 실제 회장 부친이 죽기 전에 못 받은 빚이 700만원이라 합디다.”

 

동료들의 크고 작은 신상의 변화를 점치는 능력이 남달라 이미 ‘김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실제 귀신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의 삶은 180도로 달라졌다. 계단을 걷다 무심코 앞 사람을 쳐다보면 발만 있고 몸의 형체가 없는 일이 부지기수. 이후 그는 영혼과의 만남, 그리고 대화를 즐기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샐러리맨으로 보낸 14년 세월이 수련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배웠으니 그만큼 귀신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잘 풀어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멀쩡히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퇴마사로 나선 그였지만 가족의 반대는 없었다. 매사 그의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아내는 오히려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섰다.

 

그는 혼령과 퇴마사의 치열한 결투가 벌어지는 영화 속 장면들이 퇴마사에 대한 오해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그거 다 가짜요. 귀신의 본성도 사람인데 왜 싸워. 영혼이라는 게 결국 사람이 죽으면 마음이 이전돼 생기는 ‘마음의 집결체’예요.”

 

그는 그래서 퇴마라는 말 대신 ‘제마’라는 표현을 쓴다. 귀신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귀신을 통제하는 게 진짜 유능한 퇴마사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퇴마사를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굳이 설득할 생각은 없다”는 김씨는 “다만 사람들이 귀신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사람에게 해가 되는 원한령, 복수령, 악령 이 세 가지 영혼의 활보는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마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내 마음을 잘 다스릴 때 귀신을 피할 수 있다’는 명제만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 나는 기독교인이었다.

 

인터넷 무료 퇴마 상담가로 유명한 이승택(29)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저 공포감과 인간의 한계, 스릴을 느끼고 싶어 흉가체험을 하러 다니던 20대 젊은이였다.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고 흉가체험을 시작했다”는 이씨는 “모태신앙으로 청년모임 활동도 열심히 하던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다가 흉가체험을 하던 동호회 회원들이 접신으로 하반신 마비 등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퇴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연치 않게도 귀신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래서 그 능력을 개발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퇴마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속신앙과만 연관이 있는 게 아니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귀신을 쫓는 행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 받는 지인들을 보면서 유일신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능력을 키워 이들을 직접 돌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교회에 나가는 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기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나 밀교 경전 연구에 매달린 것도 그래서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퇴마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루 80~100통의 상담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더욱이 영혼의 괴롭힘 때문인지 여자친구가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 사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상담 업무를 잠시 중단한 동안 신들림 현상인 빙의로 괴로워하며 그에게 상담을 받았던 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생업인 연예매니지먼트회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인터넷 퇴마 상담을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본격적인 인터넷 상담을 시작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맡은 상담 건수만 무려 1만 여건. 그는 “해외에서는 영과 대화하기 위한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귀신의 존재 여부에 관해서는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저 역시 이전까지 전혀 믿지 못했는걸요. 그저 저는 남들보다 일찍 체험을 한 것이고 다른 분들은 경험하지 못한 것 뿐이죠.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의 모든 신념을 저버려야 하나요? 그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종교를 모두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 퇴마사는 나의 천직

 

김영기(44)씨는 퇴마사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어려서부터 초능력 등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까닭이다. “귀신이나 초능력 이야기를 들으면 심장이 뛰고 가슴이 설레곤 했다”는 김씨는 “항상 귀신과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 왔다”고 했다. 그 기회는 15년 전 머리가 셋인 신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고.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귀신을 보고 대화하는 능력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가족력이 있었더군요.”

 

사연인즉 이렇다. 그가 태어나기 전인 6ㆍ25 한국전쟁 당시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형제들이 염병(장티푸스)에 걸려 고생한 일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꿈속에서 신이 지어준 약을 먹고 실제로도 건강을 되찾았고 다른 식구들도 같은 방식으로 병을 고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퇴마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제공한 15년 전의 그 신이 그의 아버지의 꿈에 나타난 동일한 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김씨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가 혹시 외부의 부정적 시선에 상처받을까 싶어 서울 마포에 법당을 차려서 나와 산다. 그래도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수없이 많은 귀신이 인간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 중엔 악한 귀신도 상당수라 누군가는 이들을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안 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자아에 대한 부정은 귀신을 불러들이는 주문과도 같습니다. 악한 귀신의 사주를 받으면 자살, 살인 등 어떤 행동을 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연은 각각 다르지만 퇴마사들의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빙의든, 정신질환이든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 마음에 있다는 것. 귀신의 존재 여부야 영원한 미스터리라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게 최우선이라는 이들의 주장 만큼은 새겨들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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