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 최영미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거야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한 놈인지 두 놈인지
오늘은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비평가도 모를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거야.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모를거야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
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렴.
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힘도 날거야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 거야.
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
제 발로 걸어 나오지 않으면
두드려 패는 법은 모를걸
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 걸,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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