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그대에게/최영미

경호... 2012. 2. 20. 02:23

그대에게 / 최영미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거야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한 놈인지 두 놈인지

오늘은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비평가도 모를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거야.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모를거야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

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렴.

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힘도 날거야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 거야.

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

제 발로 걸어 나오지 않으면

두드려 패는 법은 모를걸

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 걸,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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