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하늘을 볼 때마다 / 천양희

경호... 2012. 1. 31. 03:17

 

 

 

 

 

 

하늘을 볼 때마다 / 천양희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같은데

하늘을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서울살이 삼십년 동안 나는 늘 같은데

서울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길에는 건널목이 있고

나무에는 마디가 있다지요?

산천어는 산록 맑은 계곡에 살고

눈먼 새는 죽을 때 한 번 눈뜨고 죽는다지요?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살고

주목나무는 고목이 되어도 썩지 않는다지요?

귀한 진주는 보잘것없는 조개에서 나오고

아름다운 구슬은 거친 옥돌에서 나온다지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고

모든 문제는 반드시 답이 있다지요?

 

사는 것이 왠지 슬픈 생각이 든다고 하겠지요?

슬픔을 가질 수 있어 내가 기쁘다고 하겠지요.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자리 잎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잎 진자리 새가 앉는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중에서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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