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漢詩및 시조

湛樂堂(담락당) 하립과 三宜堂(삼의당) 김씨의 연시

경호... 2012. 1. 20. 00:53

 

 

 

 

 

 

 
 

 

 
 
 


 

湛樂堂(담락당) 하립과 三宜堂(삼의당) 김씨의 연시

 

 

하늘이 맺어준 인연

相逢俱是廣寒仙 (상봉구시광한선)
이렇게 만난 우리는 광한궁의 신선이었으니

今夜分明續舊緣 (금야분명속구연)
오늘밤은 분명 묵은 인연 이은 것이라

配合元來天所定 (배합원래천소정)
부부는 원래 하늘이 정해주는 법이거늘

世間媒작摠紛然 (세간매작총분연)
세간의 중매쟁이 바쁘기만 하구나



十八仙郞十八仙 (십팔선랑십팔선)
열여덟 새신랑 열여덟 새색시

洞房華燭好因緣 (동방화촉호인연)
신방에 촛불 밝히는 아름다운 인연이라

生同年月居同한 (생동년월거동한)
같은 해 같은 달에 나서 같은 마을에 살았으니

此夜相逢豈偶然 (차야상봉기우연)
오늘밤 이렇게 만난 것이 어찌 우연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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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듯 꽃인 듯

三更明月仲春花 (삼경명월중춘화)
깊은 밤 밝은 달 봄꽃이 피었는데

花正華時月色加 (화정화시월색가)
꽃이 활짝 피니 달빛도 따라 비추네

隨月看花人又至 (수월간화인우지)
달빛 따라 꽃을 보는데 님도 이르나니

無雙光景在吾家 (무쌍광경재오가)
둘도 없는 광경이 우리 집에 있구나



滿天明月滿園花 (만천명월만원화)
하늘엔 달빛이 가득 정원엔 꽃이 가득

花影相添月影加 (화영상첨월영가)
꽃 그림자 엉킨 곳에 달 그림자 더해지네

如月如花人對坐 (여월여화인대좌)
달인 듯 꽃인 듯 그대 얼굴 바라보니

世間榮辱屬誰家 (세간영욕속수가)
세상사 영욕은 내 알 바 아니라오



추야(秋夜 가을밤)/삼의당(三宜堂)

水晶簾外漾金波 (수정렴외양금파)
수정발 밖에 금빛 물결 출렁이고

雨歇池塘有破荷 (우헐지당유파하)
비 개인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있도다

獨坐屛間寒不寐 (독좌병간한불매)
홀로 안은 병풍, 차가워 잠은 오지 않고

滿床蟲語夜深多 (만상충어야심다)
침상에 가득한 풀벌레 소리 밤 깊어 더욱 요란하다



김삼의당(金三宜堂, 1769-1823)은 전라도 남원의 서봉방(棲鳳坊)에서 태어났다.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2-1498)의 후손인 김인혁(金仁赫)의 딸이며
삼의당은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으로 18세 때
생년월일이 똑같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난
담락당(湛樂堂) 하립(河笠)의 부인이다.

기이한 인연에 가문과 글재주도 비슷하여
천생연분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요즘말로하면 닭살 커플인 하립과 김삼의당

두사람 집안은 존경받는 학자 집안이었으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다가 하립이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자 낙향하여
부부는 진안(鎭安)에 땅을 마련하여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책을 읽고 시문을 화답하며 살았다
삼의당은 평생을 유교적인 규율과 부도(婦道)를 지키며 일생을 마쳤다

이처럼 남편은 아내의, 아내는 남편의 얼굴만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의 부귀와 공명이
헌신짝만도 못하리라.



담락당.삼의당부부시비 (진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