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는 길
최영미
내 욕망의 절반은
백화점이 해결해 준다.
식품관은 지하에,
화장품은 일 층에,
청바지는 이 층에,
구두는 삼 층에,
침대는……
전 세계가 모인 곳,
미국과 유럽의 상점에서도 진열되지 않은
내 욕망의 나머지 절반은
그가 채워 주리라, 믿으며
십 년을 이십 년을 기다렸다.
오지 않는 너.
그를 기다리며,
그에게 발견되고파,
치명적인 향기를 수집한다.
샤넬 디오르 아베다……
갖고 싶어서,
갖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사지 못한 불안한 오후.
샴푸는 일 층에,
청바지는 이 층에,
구두는 삼 층에,
그이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
『아시아』(2011년, 겨울호)
* Jij en ik (El Condor Pasa) /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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