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최영미] 백화점 가는 길

경호... 2012. 1. 20. 00:35

 백화점 가는 길

 

 최영미

 

 

 

내 욕망의 절반은

백화점이 해결해 준다.

 

식품관은 지하에,

화장품은 일 층에,

청바지는 이 층에,

구두는 삼 층에,

침대는……

 

전 세계가 모인 곳,

미국과 유럽의 상점에서도 진열되지 않은

내 욕망의 나머지 절반은

그가 채워 주리라, 믿으며

십 년을 이십 년을 기다렸다.

오지 않는 너.

 

그를 기다리며,

그에게 발견되고파,

치명적인 향기를 수집한다.

샤넬 디오르 아베다……

 

갖고 싶어서,

갖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사지 못한 불안한 오후.

 

샴푸는 일 층에,

청바지는 이 층에,

구두는 삼 층에,

그이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

 

 

 

                            『아시아』(2011년, 겨울호)

 

  

 

* Jij en ik (El Condor Pasa) /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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