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후레자식 詩 - 김인육

경호... 2012. 1. 20. 00:29


♬ 너무 아픈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양현경

           
           후레자식 詩 - 김인육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닐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속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령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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