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六祖壇經

혜국 스님의 육조단경 법문1

경호... 2011. 10. 5. 04:12

“파도 없애려 말고 바람을 잠재우라”

 

봉은사 육조단경 혜국 스님 논강1

 

번뇌를 끊으려 하기보다 화두로 바꾸어야 참 수행
‘매일 5000배-손가락 연비’등 수행과정 소개도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은 우리 선가의 종지입니다. 선맥은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이어 인도에서 이어지다가 28대 보리 달마에 의해 마침내 중국에서 선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육조단경』은 6조 혜능대사의 생애와 말씀을 담은 것으로 선종의 제일 경전이 되어왔고 많은 선문(禪門)의 종지가 쏟아져 나온 원천입니다.

달마 스님이 중국으로 올 때만 해도 그 당시는 각 종파에 따라 불법을 제각각 해석하고 그에 따라 엄청난 파벌의식이 만연돼 있었습니다. 이 때 선종이 주창한 것이 부처님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습니다. 돈오견성(頓悟見性) 즉 마음 하나를 깨닫는 것으로 말입니다. 부처님은 법화니 화엄이니 천태니 하는 것을 말하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마음하나 즉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달마대사에서 시작된 선은 혜능 스님 대에 이르러 남방은 돈교(頓敎), 신수 스님이 계시던 북방은 점교(漸敎)가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북방선의 돈(頓)이 무엇이냐? 이것은 말로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어쨌든 돈은 마하반야바라밀이고 요즘말로 하면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청정무구한 자리입니다. 마치 달이 하나지만 그것이 잔을 비추는 개수에 따라 달이 천개도 되고 만개도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말에 떨어지면 안됩니다. 혜능 스님이 말하는 정심(淨心)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럽고 깨끗한 정심이 아니라 번뇌가 끊긴 그 마음자리,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정심이고 무념입니다. 그리고 이 무념으로 들어가는 것이 화두참구법입니다. 그런데 이 무념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잠깐 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는 전강 스님으로부터 ‘판치생모(板齒生毛)’라는 화두를 받았습니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판때기 이빨에 털 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60년대 말 그것을 붙잡고 선방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온갖 망상과 졸음만 찾아 들고 나중에는 ‘판치’라는 것이 ‘판때기’가 맞는 것인지 ‘앞 이빨’이 맞는지 엉뚱한 생각만 하다가 전강 스님으로부터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화두 잡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날마다 5000배씩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절을 하면 할수록 내 앞에 서 있는 부처님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있는 60조의 세포 하나하나에 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마침내 손가락을 하나하나를 태우며 내 안의 모든 업장이 녹기를 발원했습니다. 이후 다시 발심해서 태백산 도솔암에서 3년 동안 눕지 않는 장좌불와와 생식을 하며 용맹정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잠을 이기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여기서 죽을 각오로 열심히 정진했다고 하지만 실제 수행에 전념한 기간은 기껏 두세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시간을 온갖 망상과 졸음과 싸웠습니다. 천장에 줄을 묶어 목을 넣은 채 졸음을 이기려고도 해보고, 머리에 물그릇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잘 안되더라고요. 지금 반성해보면 그 때는 망상과 싸우려고 했지요. 그런데 내 몸 안에 망상이 가득차 있었으니 어떻게 상대가 되겠어요. 마음이 어느 곳을 향하느냐에 따라 돈(頓)으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파도와 바다가 하나이듯이 중생과 부처가 하나입니다. 파도를 없애려면 바람을 잠재우면 되듯 망상을 없애려는 것은 무모합니다. 오히려 망상 하나하나를 화두로 바꿔 나가야 수행이 제대로 됩니다. 그럴 때 망상이 부처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육조단경』은 새로 만드는 법이 아닙니다. 본래 있는 완전무결한 나를 보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좌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2004-03-03/745호>

 

“관세음보살도 화두 된다”

혜국 스님 일문일답

 

▷참선할 때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호흡은 무념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화두하는 사람은 평상시보다 조금 더 깊게 숨을 쉬면된다. 자칫 호흡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화두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제법무아인데 무엇이 업을 받는가.

내가 없다는 제법무아만을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고 제행무상만을 생각하는 것을 상견이라고 한다. 제법무아에서 없다는 것은 다만 연기론적인 측면에서 없다는 것이다. 당장 공기를 비롯해 수많은 것들이 있어야 지금 내가 살 수 있지 않은가. 총체적으로 봐야지 단견에 빠져서는 안된다.


▷관세음보살도 화두가 될 수 있나.

지장보살이나 관세음보살이나 그 분들이 계셔서 우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화두가 아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과 내가 다르지 않고 그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그 놈이 누군가를 관하면 그 순간 그것은 화두가 된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속에서 화두가 지속될 수 있나.

이것이 처음에는 요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나도 처음 몇 년 동안은 말하다보면 번번이 화두를 놓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말이 화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화두와 말이 둘이 아님을 알게 됐다. 『육조단경』에도 나오듯이 일체의 행동을 하면서도 화두를 놓치지 않는 경지와 딱 연결되는 순간이 있다.


▷계율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불사음 같은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뚜렷한 방법은 없다. 음(淫)은 인간의 근본 욕망으로 잠과 더불어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 중 하나다. 다만 이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발원으로 금생에 이를 악물고 이겨내려 노력해야 할 뿐이다.


▷천도재는 무슨 마음으로 지내야 바람직 하나.

천도재는 마하반야바라밀의 상태, 즉 무심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것이 안되면 천도재를 지내는 내가 누구인가를 관하고, 그것도 안되면 돌아가신 분에 대한 간절히 발원을 하라. 그것도 어려우면 천도하는 분들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