窮
공자(孔子)는 정치에 관심이 않았고, 몇 번 관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가 61세(BC491년) 때 벼슬을 했던 진(陳)나라에서 도망치듯 채(蔡)나라로 가야 했다. 가는 도중 공자 일행은 식량이 없어 허기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이때 제자 자로(子路)가 화난 듯 묻는다. “군자도 궁(窮)합니까?” 여기서 ‘궁(窮)’은 빈곤함이라기보다는 ‘궁색(窮色)한 처지’를 일컫는 말. ‘성인 군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수 있느냐’는 도전적 질문이다. 스승께서 정치를 하도 좋아해 우리가 이런 꼴이 됐다는 원망도 담겨있다.
‘窮(궁)’은 원래 ‘동굴(穴)에서 몸을 구부리고(躬)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답답한 굴 속에서 몸을 접고 있으니 편할 리 없다.
자전『 설문(說文)』은 궁을 ‘극이다(窮, 極也)’ 라고 설명한다. 무엇인가 불편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궁서설묘(窮鼠囓猫.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라는 말에 그 뜻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병법서 『손자』에 나오는 窮寇勿追.궁지에 몰린 적은 몰아붙이지 마라)에 나오는 ‘궁’ 역시 같은 맥락이다.
‘窮’은 ‘끝(終端)’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궁(無窮)은 ‘끝이 없다.’는 뜻이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筍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순자』부국 (富國)편은 ‘사리를 취하고 벌을 받지 않는다면 방종과 욕심이 끝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백성들은 온통 사리사욕을 채우려 날뛰게 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된다. (私行而無禍, 縱欲而無窮, 則民心奮而不可說也)’고 했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고, 죗갑을 치르게 해야 국가의 통치가 선다는 얘기다.
“군자는 그 궁함을 즐길 줄 알지만, 소인은 넘쳐나게 된다.(君子固窮, 小人斯濫矣).”군자는 궁지에 처하면 안빈낙도의 자세로 절개를 지키지만, 소인은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