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제10회 소월시 문학상 수상 작품집(문학사상사/1995)
* 돌아보면 늘 후회의 감정이 앞선다.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마음을 괴롭힌다. 아무리 제대로 산다고 살아도 마치 잘 못 끼운 단추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고질병이다. 그래서 가끔씩 새로 인생을 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긴, 어쩔 것인가. 못난 것도 나의 한 분신일 것을. 아니, 못났기 때문에 더 애틋한 정이 더 가는지도 모르겠다. 잘못 낀 게 어디 단추 뿐이겠는가. 곳곳이 어긋나 있고 상처들이다. 하지만, 그런 상처를 겁내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것이다. /홍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