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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여행지 5選-겨울이 오기 전, 낙엽숲으로...(문화일보)

경호... 2007. 11. 9. 19:19
<창간 16주년 특집-늦가을 여행지 5選>
겨울이 오기 전, 낙엽숲으로 오세요
박경일기자 3Dparking@munhwa.com">parking@munhwa.com">3Dparking@munhwa.com">parking@munhwa.com
가을이 중턱을 넘어 끝자락으로 접어드는 때다. 남쪽으로 내려간 단풍도 이달 중순이면 잎을 모두 떨어뜨릴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도 이제 며칠뿐이다. 가을의 문을 닫고, 겨울의 문을 여는 때. 막바지 단풍을 찾아가도 좋고, 단풍이 물러간 뒤의 호젓함을 즐기는 차분한 여행도 좋겠다. 이즈음의 여행이 차분해지는 것은 달랑 두 장만 남은 달력 때문이기도 하다. 올가을에는 유독 비가 많았지만, 가을의 끝으로 갈수록 청명한 날들이 많겠다는 게 기상청의 예보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 5곳을 골라봤다. 어느 한 곳, 빼놓기가 아쉬운 곳이다.

1. 경남 함양 상림-아름다운 낙엽

가장 가을다운 풍경을 찾는다면 경남 함양의 상림숲을 찾는 게 정답이다. 경남 함양의 상림은 되도록 늦은 가을에 찾아가야 제 맛인 곳이다. 남쪽까지 내려온 울긋불긋한 단풍이 잎을 얼추 다 떨어뜨린 후에야, 상림숲은 비로소 한해 중 최고의 모습을 드러낸다. 상림 산책로에 가득 쌓인 낙엽을 서걱대며 걷는 것도 좋고, 벤치에 앉아서 나뭇가지 사이로 드는 짧은 가을볕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상림을 찾은 때가 이른 아침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숲이 끼고 있는 위천에서 슬금슬금 올라온 물안개는 숲 사이로 그 비스듬히 드는 햇볕의 행로를 그대로 그려 보여준다. 늦가을 상림숲을 찾을 때 명심해야 할 주의사항 한 가지. 그건 절대로 ‘혼자서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 가을의 아름다움이란 때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해서, 혼자 상림숲을 거닐다보면 자칫 우울해지기 쉽다. ‘가을을 타지 않는다’고 자신할지라도 상림숲에서는 방심할 수 없다. 상림숲에 들렀다면, 지안재와 오도재를 차로 넘어 지리산으로 드는 게 순서다. 추천코스:함양 상림-지안재-오도재-서암정사-정여창 고택-개평리 한옥마을

2. 전북 순창 강천산-꽃보다 단풍

강천산을 단풍을 위한 산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내장산이나 백양사 쪽의 아름드리 거목에 달리는 단풍에는 어림도 없지만, 단풍과 산세가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은 강천산 쪽이 더 낫지 싶다. 해마다 가을이면 강천산도 단풍행락객들로 북적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나들목부터 교통정체가 빚어지는 내장산 쪽에 비하면 그래도 낫다. 강천산은 사실 ‘만들어진’ 산이다. 등산로 초입의 병풍폭포며, 강천사 뒤편의 구장군폭포는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고, 포근하게 밟히는 등산로의 흙도 순창군이 “‘맨발산행로’를 만들겠다”며 모두 트럭으로 실어다가 다진 것이다. 심지어 등산로 곳곳에 스피커를 숨겨놓고 가벼운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는다. 대체로 인공시설물 등을 혐오하는 골수 등산객들이, 그러나 이곳 강천산에서는 별 불만이 없다. 손을 댔지만 주변 경관이나 자연과 잘 어우러지게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잘 꾸며놓은 가을 정원 같은 산, 그곳이 바로 강천산이다. 이즈음 소담한 절집 강천사의 감나무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래 묵은 절집 건물을 배경으로 선 감나무 가지마다 치렁치렁 감이 열려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추천코스:강천산 강천사-담양 메타쉐쿼이아 가로수길-대나무골 테마공원

3. 경남 진주 진주성-화려한 야경

남강의 물줄기를 끼고 있는 진주성의 야경은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낭만적이지만, 그중에도 대기가 청명한 가을이 단연 최고다. 은은히 비치는 간접조명으로 수백년 전의 성곽이 또렷이 떠오르는 모습은 감격적이기까지 하다.

진주성의 야경은 남강 건너편에 내려서서 봐도 좋지만, 강둑에 조성된 울창한 대숲 속에서 내다보는 게 가장 낫다. 밤에는 대숲도 조명을 받아 진초록빛으로 빛난다. 유독 가을에 진주를 찾는 까닭은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 남도의 음식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경상도 쪽의 한정식 상은, 아는 사람만 안다. 진주의 한정식은 이른바 ‘교방’음식이다. 교방이란 고려 때 시작돼 1905년까지 존속된, 기생을 교육하던 기관. 진주 기생의 유명세야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만 교방음식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교방음식이란 사대부의 양반들이 진주 교방청의 기생들과 함께 어울릴 때 가무와 술에 곁들였던 각종 연회 잔치음식을 뜻한다. 교방음식은 무엇보다 화려하다. 한양으로 뽑혀간 기생들이 화려한 궁궐음식을 어깨너머로 보고 내려와 비슷하게 재연해냈기 때문이다. 추천코스:진주 촉석루-진양호-통영 충렬사-서호어시장

4. 전남 순천 순천만-여행 종합선물세트

가을 순천만은 가을 정취가 첫손으로 꼽히는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습지에다가 해질녘 쓸쓸한 개펄의 풍경까지 가세하면, 이곳에는 ‘가을 아닌 것’이 없다. 갈대숲은 늦가을을 넘어 겨울까지 성성하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한복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순천만에는 붉은 칠면초가 물감을 흩뿌린 듯 자라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안개나루로 그려진 다대포구에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안개가 자주 낀다. 이곳에는 소설에서 이름을 딴 ‘무진교’란 다리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1.2㎞가 넘는 갈대숲길이 이어져있다. 갈대가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갈대숲길로 들어섰다면 용산전망대를 꼭 들러야 한다. 구름 없는 해질녘이 가장 좋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낙조 풍경은 그야말로 ‘필설로 다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S자로 휘어진 물길이 노을로 붉게 타오르고, 그 불붙은 강 위에 배 몇 척이 자취를 그리면서 나아가는 모습은 강렬하게 가슴에 인화된다.

순천만이 각별한 것은 고색찬연한 선암사와 화려하고 웅장한 송광사, 푸근한 느낌의 낙안읍성마을 등을 함께 주변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들을 돌면 마치 여행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은 푸짐한 느낌이다. 추천코스:순천만-낙안읍성마을-선암사-송광사

5. 강원 동해 추암-일출보기 좋은 계절

가을은 어느 때보다 대기가 청명하다. 그 덕에 일출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동해바다를 차고 오르는 붉은 해의 감동은 이른 새벽 백사장에서 기다려본 사람만 안다. 푸른 새벽기운을 뚫고 동쪽에서 서서히 붉은 기운이 감돌다가 불덩이 같은 해가 모습을 드러낼 때의 감동은 최고다. 해가 뜨는 것은 동해안 어느 바다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유독 추암의 일출이 손꼽히는 것은 촛대바위를 위시한 해안의 기암괴석 때문이다. 새벽 동해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새벽’을 기다리지만, 사실 티끌하나 없이 맑은 날의 일출은 밋밋하기 이를 데 없다. 적당한 구름이 조금씩 다른 붉은 색감으로 물들었을 때의 전경이 최고다. 비슷한 이유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 수평선에서 뜨는 해보다, 적당한 기암들이 흩어져있는 곳의 일출이 훨씬 더 아름답다. 추암은 동해와 삼척의 경계선쯤에 있다. 동해 쪽에서 정면으로 촛대바위를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삼척 쪽 모래사장에서 비스듬히 추암의 바위와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다.

추암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삼척의 정라항으로 이어진 새천년해안도로를 달려보는 맛도 각별하다. 요즘 동해와 삼척 일대는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직 조금 이르긴 하지만, 곰치국도 곧 맛볼 수 있다. 곰치 몇 토막에 묵은 김치를 썰어 넣어 푹 끓여낸 곰치국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과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살점이 일품이다.

추천코스:동해 추암-삼척 정라항-준경묘-대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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