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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가을 단풍명소’ 나들이

경호... 2007. 10. 26. 13:22
오색 물감 흩뿌린 가을에 잠기다
서울 근교 ‘가을 단풍명소’ 나들이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설악산이며 오대산, 지리산에서 날아오는 단풍소식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큰맘먹고 단풍 행락을 떠나더라도, 넘치는 인파와 차량의 홍수를 뚫고 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단풍 명소에서는 인파에 뒤섞여 자칫 짜증만 치밀어오르기 쉽다. 그럴 때 해답은 ‘가벼운 소풍’이다. 숙소예약도 필요없고, 행선지를 물색하느라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반나절의 시간만 내도 가을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데 충분하다. 가을냄새 짙게 풍기는 서울 근교의 당일치기 가을 명소를 찾아봤다.

# 은행나무 노란 그늘에 들다…경기 양평 용문사

붉은 단풍이 가을잔치를 끝낼 무렵에 찾아가면, 절집 앞의 온통 노란색 잎을 단 은행나무가 그림 같은 정경을 빚어낸다. 높이가 무려 60m, 둘레 14m에 달하고, 나이는 1100살이 넘었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은행나무로 인정받는다. 노랗게 잎이 물든 은행나무를 바라보고 서는 것만으로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신라 때 마의 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 뿌리를 내려 자란 것이라고도 한다. 용문사는 은행나무뿐만 아니라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맑은 물과 붉은 단풍도 비경이다.

# 물은 조연, 주연은 단풍…경기 오산 물향기수목원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좀 과장해 말하자면 가볍게 슬리퍼를 신고도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전철 1호선 천안행을 타고 오산대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당연히 교통체증은 없다. 수목원은 ‘물향기’란 이름처럼 물과 잘 어우러진 조경이 일품이다. 단풍놀이를 다녀왔다면 알겠지만, 단풍나무의 빛나는 조연은 바로 ‘물’이다. 수생식물원을 따라 단풍나무원을 향해 가는 길에 조성돼 있는 단풍나무들이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다. 다음 주쯤이면 제법 붉은 단풍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는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물드는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들이 있어 다채로운 색을 만날 수 있다. 구절초와 국화, 벌개미취, 쑥부쟁이 등 가을꽃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곳이다. 031-378-1261. 10월 말까지는 오전 9시에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11월부터는 폐장시간이 1시간 더 이른 오후 5시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 단풍을 따라가는 드라이브…경기 가평 75번 국도

명지산, 연인산, 백운산의 황홀한 단풍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코스다. 등산장비를 챙길 필요도 없고,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없다. 그저 드라이브 삼아 가벼운 여행으로 나서면 된다. 목적지는 경기도 가평읍내에서 75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점인 도마치봉에 이르는 길. 해발 600~700m를 넘나드는 곳이지만 잘 포장된 국도를 따라가는 길이라 어려울 게 없다. 서울에서 대략 1시간30분쯤이면 넉넉하다. 이쪽의 단풍은 한 가지 색조가 아니다. 갈색으로 물드는 참나무류와 붉은색 단풍나무, 그리고 진초록의 잣나무들이 어우러져 마치 산에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같이 아름답다. 길 옆의 과수원에 잘 익은 붉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워준다. 앞을 막아서는 첩첩산중의 산과 산 사이를 새로난 도로가 가로지른다. 무엇보다 한적하게 단풍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마치고개 정상 못 미쳐 펜션 ‘들꽃 핀 자리’(031-582-9632)가 있어 하루 묵어가도 좋다.

# 경기의 소금강에서 가을의 단풍을 만난다…동두천 소요산

경기도 동두천시에 자리한 소요산은 ‘경기도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세가 아름다운 데다 단풍색이 짙기로 유명한 곳이다. 산행코스가 그리 길지않아 큰 부담은 없다. 자재암과 중백운대, 상백운대를 거쳐 선녀탕까지 돌아보는 데 2시간 안쪽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굳이 정상을 밟지 않아도 소요산 주차장부터 자재암까지의 1㎞에 이르는 단풍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산행이 없이도 소요산을 거쳐 344번 지방도로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계곡과 단풍을 즐기며 포천 방향으로 드라이브하는 맛도 각별하다. 신북온천환타지움과 연계해서 다녀오는 것도 좋다. 21일까지 열리는 소요산 단풍제에 맞춰 가도 좋다.

# 가볍게 성곽을 따라 단풍을 즐긴다…남한산성

서울 강남 쪽이라면 남한산성을 단풍놀이의 최고 명소로 꼽을 수 있다. 휴일에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해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단풍터널 드라이브 입구인 동문에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즐비하다. 동문에서 출발해 옹성과 남문, 수어장대를 거쳐 서문을 따라 성곽을 걸으면서 단풍을 구경하는 코스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특히 성곽을 따라 멀리 적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곳인 수어장대는 조형미가 빼어나 옆으로 살짝 비켜서 단풍과 함께 전경을 보면 ‘눈 맛’이 좋다. 단풍도 좋지만, 저녁 무렵 성곽에 올라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면 한동안 잊히지 않을 장관으로 기억된다. 남한산성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1-742-7856

# 가을에 단풍만 있을까…안산 갈대습지공원

습지나 갯가 호수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갈대. 가을 햇살에 빛나는 갈대의 모습은 단풍 못지않은 정취를 자아낸다. 갈대의 명소라면 전남 순천만이나 충남 서천의 신성리 등 먼곳을 떠올리기 쉽지만 경기 안산의 갈대습지공원에서도 가을 갈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천과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갈대 등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처리식 하수종말처리장을 조성하면서 갈대습지공원이 생겨났다. 대규모 인공습지에 계획적으로 조성된 생태공원인 만큼 갈대숲 사이의 산책로 등이 잘 만들어져 있다. 갈새숲에는 겨울 철새들도 날아와 있다. 서해안고속도를 타고 매송나들목에서 내려 해양연구원 방향으로 가면 이정표가 잘 정비돼있다. 031-419-0504

박경일기자 3Dparking@munhwa.com">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