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漢詩및 시조

守歲 . 元朝對鏡

경호... 2015. 7. 17. 02:22

 


 

 

한해를 보내며

 

외로이 찬 방에서 앉아 새벽 맞으며

남은 해 전별하곤 마음 가만 상하네.

흡사 마치 강남 땅서 나그네 되었을 제

석양의 정자에서 고운 님 작별한 듯.

 

寒齋孤獨坐侵晨 한난고독좌침신

餞罷殘年暗損神 전파잔년암손신

恰似江南爲客日 흡사강남위객일

夕陽亭畔送佳人 석양정반송가인

 

〈섣달 그믐날 (守歲 : 수세) 〉 -손필대(孫必大, 1559-?),

 

침신(侵晨): 새벽이 되다.

전파(餞罷): 전별을 마치다. 餞 보낼 전. 餞別

잔년(殘年) : 늙어서 죽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나머지 나이

손신(損神): 마음이 상하다. 허전하다.

수세(守歲): 섣달 그믐날 밤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는 일.

흡사(恰似): 비슷하다

 

 

새해의 첫 먼동이 틀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혼자 앉아 지샜다. 젊은 날엔 벗들과 어울려 왁자하게 술잔을

나누며 새해를 맞은 적도 있었다. 떠나보낸 지난 해들을 생각하면 남 몰래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이것은 아쉬움일까? 아니면 후련함일까?

허전한 마음을 달래느라 멍하니 앉았자니,예전 강남 땅을 나그네로 떠돌 적, 석양 무렵 잔광을 뒤로 하고

고운 님과 작별하던 그때의 막막한 심경이 되살아난다.

새해를 맞는 벅찬 기쁨이나 설렘 같은 것은 이제는 없다.

 

손필대 : 자는 이원(而遠), 호는 세한재(歲寒齋), 본관은 평해(平海).

 

 

 

元朝對鏡 (원조대경)

 

忽然添得數莖鬚 全不加長六尺軀  홀연첨득수경수 전불가장육척구

鏡裏容顔隨歲異 穉心猶自去年吾  경리용안수세이 치심유자거년오

 

몇 올의 수염이 갑작스레 돋았으나

여섯 자의 몸뚱이는 변함없이 그대롤세.

거울 속 내 모습은 해 마다 달라져도

어린 마음 오히려 지난 해의 나일세.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정월 초하루에 거울을 보다가(元朝對鏡)〉

 

 

元朝(원조) 설날

忽然(홀연) 문득. 뜻하지 않게

添得(첨득): 보태지다.

數莖(수경): 몇 오라기. 

隨歲異(수세이): 해를 따라 달라지다.

穉心(치심): 어린 마음. 철없는 마음.

 

정월 초 하루 아침에 거울을 보려니까 턱밑에 거뭇거뭇한 것이 돋아나 있다. 이것이 무엇이냐?

깜짝 놀라 가만히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고 수염이 돋아났다. 여섯 자 되는 몸뚱이가 갑자 기 자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거뭇한 수염 몇 오라기만으로도 새해에는 어른이 된 것만 같아 흐믓 하다.

나는 다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것처럼, 내 정신의 성장 또한 그 렇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걱정한다. 어린이가 자라 청년이 되고, 듬직한 장년을 지 나 연륜을 갖춘 노년으로 변해가듯, 내 정신의 표정도 나이에 맞게 깊어지고 그윽해지기를 희망한다.

 

- 정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