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및生活常識]/健康常識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 사실일까 미신일까

경호... 2015. 7. 14. 04:09

 

[뉴스 사이언스]

 

‘적게 먹으면 오래 산다’ 사실일까 미신일까

 

지난 8월 29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 오래 사는 법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불쾌한’ 소식이 실렸다. 지금까지 장수의 가장 확실한 비결로 알려진 것은 소식(小食), 즉 적게 먹는 것이었다. 적게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수많은 동물 실험이나 TV 보도를 통해 입증된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소식에 힘을 써왔다.

그런데 네이처 기사는 소식과 장수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일까?

지금까지 먹고 싶은 것 참느라 괜히 헛수고만 한 것일까?

 

 

 

 

먼저 용어에 관한 바른 정의가 필요하다. 국내 언론에서는 대개 ‘소식(小食)’이라고 쓰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친숙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에서 정확한 용어는 ‘칼로리를 줄인다’는 의미의 ‘열량 제한’이다. 이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기에 여기서는 연구자들이 쓰는 대로 열량 제한으로 해두겠다.

 

‘네이처’에 기존 연구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이들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진이다. 이들은 1987년부터 무려 25년에 걸쳐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열량 제한이 건강과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붉은털원숭이는 4~5세가 되면 성(性)적으로 성숙하고 평균 수명은 25세 정도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을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나눈 뒤, 대조군에는 일반 원숭이들이 먹는 보통 음식을 주었고, 실험군에는 그보다 열량이 30% 적은 식사를 주었다. 그 결과 대조군이나 실험군이나 수명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열량 섭취를 줄인다고 해서 수명이 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의 라파엘 드카보 박사는 “연구 결과에 우리도 실망했다”고 평했다. 다만 열량 섭취를 줄인 원숭이들에게서 당뇨병, 암, 심혈관 질환 등 노화 관련 질병이 더 늦게 발생한 점은 확인됐다. 이 부분은 기존 연구 결과들과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열량 제한은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명 연장에는 별 효과가 없는 셈이다. 왠지 상식과 맞지 않는 듯하다. 건강하면 자연히 오래 산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상식 뒤엎은 네이처 논문 발표

 

이번 네이처의 연구 결과에 앞서 2009년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국립영장류연구센터에 있는 과학자들이 한 연구였다. 공교롭게도 이 연구는 이번 실험을 수행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지원을 받았다. 같은 기관의 예산으로 진행된 두 연구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1989년부터 20년 동안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이들도 원숭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대조군 원숭이들에게는 표준 식단을 제공했고 실험군 원숭이들에게는 이보다 열량을 30% 줄인 식단을 줬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원숭이들의 체중, 심장과 뇌 기능, 혈액, 내분비계 기능 등을 조사했고 사망하면 부검해 몸 상태와 사망 원인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 열량 섭취량을 줄인 집단은 암, 당뇨병, 심장병, 뇌 위축, 근육량 감소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률이 크게 줄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기간 중 실험군에서 노화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원숭이는 38마리 중 5마리에 불과한 반면, 대조군에선 38마리 중 14마리가 죽었다. 이 결과는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기존 연구 결과들과 일치했으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애초에 열량 제한 연구가 관심을 끈 것은 1930년대부터였다. 당시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생쥐의 열량 섭취를 제한하자 수명이 약 40%까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히 식사를 조절함으로써 수명을 40%나 늘리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뒤로 선충, 초파리, 쥐, 심지어 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열량 섭취량과 수명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이 꾸준히 나왔다. 결과는 거의 다 비슷했다. 즉 열량 섭취량을 줄이면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 시점과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연구는 평균 수명이 짧은 이른바 하등동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수명이 긴 영장류를 연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을 직접 연구하기란 더 어렵다. 수십 년 동안 영양분을 조절한 식단을 먹으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겠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영장류연구센터가 있었기에, 위스콘신 연구진은 마침내 원숭이 대상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그 연구 결과가 기존 결과들과 들어맞았기에 사람들은 열량 제한의 효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같은 실험, 다른 결과

 

실제로 열량 섭취량을 줄이면 세포 성장과 수선을 조절하는 대사 경로가 활성화하는 등 에너지 관련 대사에 변화가 일어나는 듯하다. 그리고 포도 등에서 발견되는 항산화물질이자 항암 작용이 있다는 레스베라톨 같은 물질 등은 이런 경로에 작용함으로써 노화 관련 질환을 억제하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왔다. 발 빠른 사람들은 굳이 음식 섭취량을 줄이지 않고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을 찾아 나섰다. 열량 섭취 제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먹어도 수명 연장 효과가 일어나리라고 본 것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발표는 이렇게 잘 맞물려 돌아가던 흐름에 제동을 건 셈이었다.

 

그런데 두 연구진의 결과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실험 방법이 달라서 그랬을까?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국립노화연구소의 뉴스레터나 ‘와이어드’같은 과학기술 비평지들은 몇 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실험 대상 원숭이들이 섭취한 음식이 달랐다. 열량을 일정 비율로 제한했다는 점은 같지만 양쪽 연구진이 원숭이들에게 준 식단은 근본적으로 달랐다고 한다.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이른바 정제 사료를 썼다. 즉 정제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광물질 등을 섞어서 음식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반면에 국립노화연구소의 식단은 천연 원료를 토대로 했다. 천연 원료를 토대로 한 먹이는 식사 때마다 성분 함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몸이 필요로 하는 성분까지 골고루 들어 있을 확률이 더 높다.

 

이것이 결과의 차이를 빚어내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 이를테면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들은 영양 성분이 더 완벽하게 갖추어진 천연 식재료로 식사를 해왔기에 열량 제한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진은 대조군에 속한 원숭이들의 음식 섭취량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유지한 반면,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대조군의 원숭이들이 원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음식의 당분 함량도 높았다는 점이다.

 

즉,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의 경우 대조군도 과식하지 않고 적정량의 식사를 한 것이다. 다만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30% 적게 섭취했지만 양쪽 모두 적정량을 넘어서게 적게 먹거나 많이 먹은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대조군은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 있는 식사를 건강에 무리가 없을 만큼 적당히 먹은 셈이다.

 

반면에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대조군은 무절제하게 음식을 많이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눈앞에 간식거리가 보이면 배가 불러도 손을 대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음식량의 문제가 두 연구에 차이를 낳았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번 네이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식하면 장수한다는 원칙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마취 합병증처럼 질병과 무관한 원인으로 사망한 원숭이들을 통계에서 뺐다는 점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에이, 내가 실수했겠지’

 

미국 워싱턴대의 노인학 학자 루이지 폰태너는 국립노화연구소 원숭이들의 혈액 검사 결과가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열량 제한이 수명과 관련이 있으려면, 열량 섭취량에 따른 에너지 대사 활동, 호르몬 농도에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명에 영향을 주는 변화가 반드시 열량 섭취량 제한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폰태너는 식단의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변화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수십 년의 전통을 이룬 이 연구의 기본 전제를 뒤흔드는 가정이다. 즉, 열량 섭취량이 아니라 특정한 영양 성분의 함량 등이 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20년 동안 매일 성분이 정해진 식사를 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살아간다면 영장류인 원숭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들은 중국과 인도에서 들여온 반면,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원숭이들은 모두 인도산이었다. 전자가 유전적 다양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전적 차이가 결과를 모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 확률과 시기, 타고난 수명은 유전자와도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해 생쥐의 계통마다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온 사례들도 있다. 어느 계통의 생쥐에서는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린 반면, 다른 계통의 생쥐에서는 정반대로 수명을 줄였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미국 텍사스대의 노인학 학자 스티븐 오스태드도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리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야생에서 잡은 생쥐들의 새끼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는 기존 생쥐 연구들이 실험실에서 대대로 키운 생쥐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한다. 그 생쥐들은 실험실이라는 비정상적인 조건에서 오래 살다보니 본래 건강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며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리는 결과를 빚어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가 나오자, 그동안 대세에 밀려 숨을 죽이고 있던 연구자들도 한 명씩 발언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열량 제한이 수명 연장과 상관없다고 믿는 연구자들 말이다. 또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얻었음에도 ‘에이, 내가 실수했겠지’ 하고서 자료를 폐기했던 연구자들도 다시 자료를 들여다볼 성싶다.

 

열량 섭취량과 수명의 관계에 관한 상반된 결과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열량 제한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 유전, 전반적인 영양 상태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복잡한 양상을 띨 수 있다. 그것은 양쪽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는 말과 같다. 또 우리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열량 제한과 수명의 관계를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열량 제한은 세포 대사, 유전자 발현, 인슐린 신호 경로, 기타 생물학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물음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소식이 장수의 지름길이라는 이론이 대세일 때에는 이런 미묘한 점들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과연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로 외면받던 사항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날지, 아니면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기존 이론이 굳게 버틸지가 흥미롭다.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우리 식습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만약 텔레비전 앞에 누워 치킨과 팝콘을 마구 먹어도 성인병 발병 시기가 조금 빨라질 뿐 수명과 무관하다면, 이 쾌락을 포기하지 않을 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두 연구진은 현재 연구 결과에 왜 차이가 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 한쪽이 옳다는 판명이 나기를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생물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그런 딱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다. 아마 양쪽 다 옳다고 하면서 차이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생명 현상은 연구하면 할수록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생물학의 법칙일 것이다.

 

 

치킨 팝콘 마구 먹어도 괜찮다?

 

이 법칙이 옳다고 입증하는 또 하나의 과학 뉴스가 9월 6일 나왔다. 사람 유전체에서 쓸모없는 부위라고 여겨졌던 정크 DNA가 사실은 사람의 질병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의 유전체에서 유전자 등 쓸모 있는 역할을 하는 부위는 2%에 불과하다고 여겨져왔다. 나머지는 진화 과정에서 그냥 따라붙었거나 돌연변이로 기능을 잃었거나 바이러스에 의해 흔적만 남아 있는 쓰레기로 취급되었다.

 

물론 과학자들은 혹시 그 부위도 어떤 기능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연이 98%나 되는 쓰레기를 굳이 남겨두고 있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정크(junk) DNA라고 이름을 붙였다. 정크를 의미하는 잡동사니 중에는 가끔 쓸모가 있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별다른 기능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정크 DNA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해왔는데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 등 5개국의 과학자 400여 명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정크 DNA에서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스위치를 400만 개나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각종 학술지에 무려 30편이 넘는 논문을 실으면서 말이다.

 

연구진은 흔한 질병 수백 가지가 정크 DNA에 있는 스위치에 영향을 받으며, 사람 유전체의 약 80%가 어떤 식으로든 활성을 띤다고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98%가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가, 이제는 80% 이상이 활성을 띤다고 하니 놀라운 관점 전환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 결과가 각종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몸이 수정란에서 성체로 발달하는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줄 것이라고 본다.

 

 

인간은 어설프게 알고 있었다

 

며칠간에 걸쳐 발표된 열량 섭취와 수명의 관계, 그리고 정크 DNA 연구 결과는 기존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것이 어설펐으며 이해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2009년 발표된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영장류에게서 식단 조절을 통해 수명 연장이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였으며 당연히 사람의 수명 연장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더욱 확실히 불러일으켰다.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그 희망을 꺾으려 하고 있다. 국립노화연구소의 드카보는 “모든 종에게 열량 제한이 효과가 있다고 처음부터 믿고 시작한 연구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부정적인 결과를 못 보거나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과학의 장점은 많은 이로부터 검증을 받는다는 점이다. 어떤 이론이든 반증되면 폐기된다. 이것이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점점 더 자연을 깊이 알아간다. 그리고 생명은 캐면 캘수록 오묘하고 복잡하게 뒤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소식, 혹은 적은 열량 섭취가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적어도 소식이 질병을 억제하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점만큼은 다시금 입증되었다. 다시 과식(過食)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끝)

 

 

 

 

성생활 잦으면 오래 못산다

 

조선시대 고환을 제거한 환관이 양반보다 14~19년 더 오래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식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하는 남성들로선 조금 당혹스러운 내용임에 틀림없다. 남성호르몬, 성생활과 수명은 정말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내시와 왕, 후궁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 ‘후궁’.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 연구진은 최근 남성호르몬이 수명에 안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조선시대 환관의 족보인 ‘양세계보’를 분석했다. 동시대 세 양반 가문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51~56세였던 반면, 환관 81명의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환관이 14~19년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해외 언론도 앞 다퉈 보도했다.

 

환관은 고환을 제거한 사람이다. 고환은 정자를 생산하고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주된 장소다. 따라서 고환을 제거하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크게 줄어든다. 연구진은 환관의 수명이 긴 이유가 남성호르몬 분비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남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보통의 남성은 장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일까?

 

연구진은 남성호르몬 분비 억제가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로 뒷받침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논문은 남녀의 수명 차이, 남성호르몬의 역할, 남성의 번식 능력을 논의하면서 이런 결론을 이끌어낸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논문의 논의에 따르면 호르몬의 차이가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연구진은 남성호르몬이 면역계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침으로써 남성의 수명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생식에 쓰이는 에너지와 자원

 

남성호르몬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이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고환에서 분비된다. 부신 같은 기관에서도 분비되긴 한다. 또 여성의 몸에서도 미량이긴 하지만 분비되기 때문에 남성호르몬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 고환 제거로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수염, 근육, 거친 목소리 같은 남성의 2차 성징이 덜 뚜렷해진다. 여성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간드러진 목소리의 내시 모습을 떠올리면 될 듯하다.

 

환관의 장수 효과를 또 다른 측면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바로 번식 문제다. 환관이 된 사람들은 대개 자식을 낳기 이전인 10대 초에 거세를 했다. 따라서 자식을 갖지 못했고 대개 입양을 해 대를 이었다. 여기서 연구진은 수명이 번식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도 언급한다. 일명 일회용 체세포 이론은 토머스 커크우드가 제시한 것으로서 몸의 자원 분배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마치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각 부서에 분배하듯이, 몸도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를 기능별로 분배한다는 것이다. 대사 활동이나 수선 같은 유지 관리, 번식 등에 말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번식 활동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많은 자원이 번식에 투자되어 몸을 유지 관리하는 데 투자되는 자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노화가 빨리 일어나고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거세를 통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환관은 번식에 들어갈 자원과 에너지를 신체 유지 관리 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될 것이다.

 

 

최적의 성생활 횟수는?

 

이 연구를 보도한 기사들은 동물 실험 자료도 소개한다. 동물을 거세하면 수명이 쥐 수컷은 3개월, 고양이 수컷은 1~3년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거세한 개 연구도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그 수가 적으며 결과도 혼란스럽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수용된 거세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수명을 비교했더니 전자가 수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변성기를 거치지 않도록 일찍 거세를 해 멋진 음색을 가지는 카스트라토는 그렇지 않은 남성 가수들과 수명이 다르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민경진 연구진은 환관 연구가 전자를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성생활의 남용과 지나친 억제는 모두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 필라델피아 VA의료센터의 프랜시스 브래넌은 면역력을 높이는 최적의 성행위 횟수로 주 1~2회를 제시했다. ‘사랑’이란 책을 낸 송웅달 KBS 다큐멘터리 PD에 따르면 같은 성행위라도 로맨스가 넘치는 성행위가 건강과 수명연장에는 더 낫다.

 

거세 연구만큼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남성호르몬 감소가 오히려 남성의 수명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연구 결과는 많이 있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해마다 약 1.6%씩 체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진다. 이는 피로, 집중력 감퇴, 비만, 당뇨, 성욕 저하 같은 노화 증상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진이 소도시 남성들을 20년 동안 추적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은 남성들이 정상인 남성들보다 사망 확률이 23%p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비만, 술, 담배 등 다른 요인 때문이 아닐까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가외변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연구진은 남성호르몬 농도가 정상보다 높다고 수명이 더 긴 것도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유전자의 최대 관심은 종의 번식이다. 몸의 수명은 부차적 사안이다.

 

남녀의 수명 차이가 남성호르몬보다는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연구도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포유동물은 대개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왜 그럴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 항산화 효과를 강화해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있다. 폐경기 증상 때문에 에스트로겐 요법을 받은 여성들은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골절,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고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등 건강이 좋아진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수명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오히려 호르몬 균형이 교란되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 남성은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고 여성은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건강과 수명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병원이 반길 사안인지는 모르지만 부작용 등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일부 연구는 성호르몬보다는 성호르몬의 합성을 조절하는 황체형성호르몬이나 여포자극호르몬이 수명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또한 이런 조절 호르몬은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호르몬들은 젊을 때에는 번식할 수 있도록 성장과 발달을 자극하지만 번식 연령이 지난 뒤에는 노화를 유도한다.

 

진화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같은 유전자들이 이렇게 상반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길항적 다형질 발현이라는 노화 이론을 내놓기도 했다. 즉 젊을 때는 좋은 쪽으로 일하던 유전자들이 번식 연령이 일단 지나면 해로운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럼으로써 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를 염색체로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지닌 반면,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하나씩 지닌다. 나이가 들수록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쌓이고 이런저런 이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은 X 염색체가 둘이어서 한쪽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반면에 남성은 X 염색체가 하나이므로 이상이 생기면 세포가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남성의 세포는 더 일찍 제 기능을 잃고 노화한다는 것이다.

 

노화와 죽음의 네 가지 원인

 

우리는 조선시대 환관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고려해봐야 한다. 영화에서는 환관이 궁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계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양 묘사된다. 100세가 넘는 사람도 3명씩이나 나오는 등 환관들이 이렇게 장수를 누렸다는 것은 대체로 음모나 계략과는 거리를 두었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연구진은 환관이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궁 밖에서 생활했고 아내와 수양 자식을 두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상생활은 일반인과 별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환관은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거나 방탕한 생활을 하는 양반들에 비해 생활도 규칙적이었을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니 거칠게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분노를 폭발하는 행동도 덜 했을지 모른다. 아울러 일반 남성들보다 근력을 쓸 일도 적었을 테니 음식도 덜 먹지 않았을까? 남성호르몬보다는 이런 요인들이 수명 연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성호르몬과 수명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은 노화 이론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늙고 죽을까? 노화의 원인은 네 가지로 수렴된다. 몸이 자원을 번식으로 돌리는 데 쓰기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는 일회용 체세포 이론, 종족 번식을 끝낸 뒤에는 유전자가 해로운 기능을 함으로써 늙는다는 길항적 다형질 발현 이론,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세포에 이상이 생긴다는 돌연변이 축적 이론, 산화물질에 계속 공격당해 서서히 세포가 망가져 간다는 활성 산소 이론이 그것이다.

 

이 이론들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고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다. 특정 측면을 아주 잘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환관의 거세와 관련해선 번식 억제가 수명 연장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환관 연구진은 노화 이론 중에서 일회용 체세포 이론의 관점을 주로 사용한 것 같다.

 

일회용 체세포 이론에 의하면 번식에 투자하는 자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 내용을 남녀의 수명 문제에 적용하면 문제에 부딪힌다. 번식에 투자하는 자원으로 따지자면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 한 달에 한 번 난자를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될 것이다. 임신하고 수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회용 체세포 이론 체계로는 번식에 자원을 덜 쓰는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더 길어야 마땅하다.

 

또 소식, 즉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린다는 동물 연구 결과들과도 상충한다. 열량이 제한되면 체내 전체 에너지가 줄어들어서 번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하지만 열량 제한은 암컷의 번식력은 떨어뜨려도 수컷의 번식력은 그다지 줄이지 못하는 듯하다. 노화 이론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번식, 자원 할당, 노화, 수명의 관계를 다룬 이 이론은 원래 진화론적 관점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공대의 프레드라그 류분시크와 아브라함 레즈니크의 논문을 토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 문제를 진화의 관점에서 맨 처음 다룬 사람은 찰스 다윈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독일 발생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이다. 바이스만은 죽음이 내재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고 가정했다.

세포는 정해진 횟수만큼 분열한 뒤 알아서 죽게 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생물이 번식이 끝난 뒤로도 오래 산다면 한정된 자원을 놓고 세대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은 뒤 그 자식과 자원 경쟁을 벌이는 것은 종족 보전이라는 번식의 궁극적 목적과 상충된다. 따라서 자식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자라면 부모는 죽어야 한다. 자연이 이렇게 우리를 프로그램 해놓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번식이 있는 곳에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된 죽음이라는 개념은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방식으로 세포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현대적 이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성적 매력 유전자가 나중엔…

 

바이스만의 뒤를 이어 노화 이론을 더 다듬은 사람은 피터 메더워였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쌓이고 기능 이상이 점점 심해짐으로써 노화와 죽음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세포에는 손상된 유전자를 수선하는 기구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손상을 막아주는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 메더워는 이러함에도 노화와 죽음이 찾아오는 것을 자연선택으로 설명한다.

 

자연선택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를 살려두는 힘이다. 어떤 개체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자식을 잘 키워 종족 보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덧 나이를 먹게 된다. 자연선택은 이런 나이 든 개체에게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선택 압력이 약해지므로 나이 든 개체의 몸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쌓여도 굳이 수선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결국 돌연변이가 쌓여 노화와 죽음이 빚어진다.

 

메더워의 이야기는 조지 윌리엄스의 이론으로 이어진다. 윌리엄스는 유전자를 주로 다뤘다. 그는 젊었을 때에는 유익한 역할을 하다가 나이가 들면 해로운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이 있다고 보았다. 즉 한 유전자가 둘 이상의 형질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젊을 때에는 번식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 해를 끼치는 역할이 예상되어도 이 유전자는 살아남는다. 젊을 때 남성호르몬을 왈칵 분비시켜 남성다운 모습, 강인함, 용맹함을 드러내는 유전자는 번식을 돕는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을 잘 기르고 나이를 먹고 나면 바로 이 유전자가 오히려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에스트로겐을 일찍 분비시켜서 여성을 성숙시키는 데 기여한 유전자들이 나중에 유방암 발병 확률을 높이는 것이 이런 사례다.

 

이는 일회용 체세포 이론과 다시 연결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우리의 몸은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이다. 우리의 몸이 자식을 낳아 키워주고 나면 유전자의 번식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므로 유전자는 굳이 우리의 몸을 수선하거나 관리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노화와 죽음의 이론은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와 비슷하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몸이라는 제품엔 번식, 유지 관리, 대사 기능이 있습니다, 각 기능에 투여되는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합니다. 번식 기능에 에너지를 많이 쓰면 피로 현상이 나타나 유지 관리 기능이 위축됩니다. 이에 따라 몸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또 있다. 과학자들이 동물에게서 발견한 장수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선충에서 발견된 ‘daf-2’라는 유전자의 한 돌연변이는 선충의 수명을 두 배로 늘렸다. 일부 노화 이론대로라면 수명이 두 배 늘면 생식 능력과 대사 기능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돌연변이를 지닌 선충은 수명이 일반 선충의 두 배이면서 유지 관리 능력과 생식 능력도 정상이었다.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운명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것은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장수유전자 하나면 다 해결된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오래 살기 위해 제아무리 음식량을 조절하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자제하고 심지어 거세까지 한다고 해도 타고난 유전자에는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굳이 거세를 하지 않아도 장수유전자를 지니지 않아도 보건·위생·의료·식생활의 획기적 발달로 우리의 수명이 환관 못지않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할수록 노화와 죽음의 도래를 늦추는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이란 끝이 없으므로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사람의 수명을 두 배로 늘려주는 몸의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끝)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