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댁 / 김정숙
다단조로 내리던 게릴라성 폭우도 멎은
성산포와 우도사이 감청색 바닷길에
부르튼 뒤축을 끌며 도항선이 멀어져.
이 섬에도 저 섬에도 다리 뻗고 오르지 못해
선잠을 자다가도 붉게 일어나는 아침
어떻게 흘러온 길을, 제 무릎만 치는고.
눈 뜨면 부서지는 것쯤 타고난 팔자려니
젖었다가 마르고 말랐다가 또 젖는
짭짤한 물방울들에 씻기다만 저 생애.
참깨 털기 / 김정숙
정성을 깻단에 모아
마당에 세운 가을
주름진 입술이
절로 쩍쩍 벌어지고
볕에다 몸을 말리네,
아무 일도 없는 듯.
젖 짜듯 기름 짜듯
먼 산 보며 눈물 짜듯
양순한 깻단처럼
그 질곡의 세월 앞에
친정집 일 년 치 사랑이
일점 팔 리터란다.
멍석에 방울방울
어머니 혼잣말 같다.
납전 몇 잎 간직한 채
나일론 끈에 묶인
당신의 팔십 평생을
막대기로 치신다.
-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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