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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기행 | 양구오일장 + 대암산 솔봉] '한반도의 배꼽' 양구, '양구의 배꼽'은? 양구오일장

경호... 2015. 7. 9. 04:34

↑ [월간산]1 2013년 말끔하게 정비된 오일장터. 좌판이 한데 모여 말끔해졌지만 장날의 활기찬 느낌은 덜해졌다.

↑ [월간산]1 2013년 말끔하게 정비된 오일장터. 좌판이 한데 모여 말끔해졌지만 장날의 활기찬 느낌은 덜해졌다.

'한반도의 배꼽' 양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육지의 섬'이었다. 소양호와 파로호로 둘러싸여 교통여건이 열악해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고역이었다. 요즘 양구는 한층 가까워졌다. 경춘고속도로가 뚫리고 경춘선전철이 오가고, 배후령터널이 개통된 덕분에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게 되었다.

양구에는 펀치볼, 파로호, 박수근미술관, 을지전망대, 제4땅굴 등 유명관광지가 즐비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찾으라면 단연 양구오일장이 으뜸이다.

2년 전 중앙시장으로 자리 옮겨

5·10일장인 양구오일장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처음에는 함춘나루터(현재의 양구면 하리) 근처에 우시장과 함께 섰다. 그러던 것이 파로호가 들어서면서 장터 일대가 수몰되면서 양구읍내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까지는 양구중앙시장과 양구초등학교 사이 도로 200m 구간을 따라 좌판과 난전이 펼쳐졌다. 그러다 도로가 소방도로로 지정되면서 2013년 7월, 아케이드형 시장인 중앙시장 주차장으로 오일장을 한데 모았다. 좌판이 한데 모여 있으니 물건을 한꺼번에 사기에는 더 편해졌지만 아무래도 '오일장'의 활기찬 느낌은 조금 덜해졌다.

"오일장은 죽 늘어서서 볼거리가 많아야 제 맛인데, 이렇게 한데 모아놓으니 조금 밋밋해요. 사람들이 어디 물건만 사러 오나요? '장 구경'이란 말이 왜 있겠어요. 장에 나와서 사람 구경도 하고 물건 구경도 하고, 그렇게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어야 제대로 된 오일장이죠."

상인들은 "모름지기 오일장엔 사람이 많이 와서 오래 머물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점도 있다. 퇴근 후에 장에 들러 후딱 물건을 사야 하는 '젊은 엄마'들은 마트처럼 잘 정돈된 오일장이 오히려 편리하다는 것이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오일장을 마트처럼 이용하면서도 푸짐한 덤이 있는 사람의 정을 느끼기엔 현재의 자리가 더 좋다는 말이겠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오일장이 최고의 인기다. 단체로 오일장 견학을 온 어린이집 아이들은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많이 먹으면 배가 '아야' 하니까 하나씩만 먹어야 해요"라는 선생님 말씀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 [월간산]2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오일장 견학 와서 어묵가게에서 맛있는 먹거리 체험을 하고 있다. 3 도넛과 야채고로케, 핫도그를 파는 빵가게 풍경.

↑ [월간산]2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오일장 견학 와서 어묵가게에서 맛있는 먹거리 체험을 하고 있다. 3 도넛과 야채고로케, 핫도그를 파는 빵가게 풍경.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하기에는 시장만 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책에서만 보던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돈의 개념도 알게 되고요."

양구오일장을 동행한 안윤자 문화해설사는 어묵 하나씩을 입에 물고 세상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꼬마 손님들을 보고 흐뭇해했다. 어묵집을 나온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시장을 돌며 물건을 살펴보고 상인들에게 배꼽인사도 했다. 상인들은 그 모습이 귀여워 손을 흔들며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지금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오일장이 되었지만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았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선이다. 오일장 안내를 맡아준 양구DMZ생태관광협회 장광일 사무국장은 양구군 원당리가 고향이다. 그는 서울에 잠시 나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양구다락식품'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양구 콩으로 만든 재래식 장을 만들어 팔고 있다.

"옛날엔 워낙 길이 안 좋아서 생선이 들어올 재간이 없었죠. 당연히 저 어릴 적엔 생선 구경도 못 했었어요. 매일 먹는 게 산나물, 장아찌 그런 거였어요.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요. 동해, 서해, 남해 어디에서나 하루 만에 싱싱한 생선이 올라오니까요. 세상 정말 좋아졌어요,"

양구오일장에도 어물전이 있지만 다른 오일장에 비하면 좌판 수도 적고 규모도 무척 작은 편이다. 그래도 동해안 방어, 문어, 남해안 벌교 꼬막, 서해안 조개 등 구색은 제대로 맞췄다.

생선은 적지만 나물만큼은 어느 곳보다 많다. 강원도 지역에 전해내려 오는 '장타령'에서는 양구장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불렀다.

'홍천이라 구만리장 길이 멀어 못 봤네 / 이귀저귀 양구장 당귀 많아 못 보고 / 한자두자 삼척장 제일애기 못 봤네 / 횡설수설 횡성장 말썽 많아 못 보고 / 여자 많은 강릉장 강자 하나에 못 봤네' -강원도 장타령 中-



↑ [월간산]

↑ [월간산]

'당귀'는 나물 당귀를 말하기도 하고 당나귀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자의 해석대로라면 양구장에 나물이 많이 난다는 뜻일 게다.

장터엔 요즘 제철인 곰취부터 미나리, 더덕, 도라지, 고사리 등 주로 할머니들이 손수 산과 들에서 채취한 싱싱한 것들이 '나 좀 사가슈'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 한 편에 돌미나리 보따리를 푼 이옥분(88) 할머니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나왔는데, 아직 개시도 못 하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겨울 동안 나물이 나지 않아 장에 오지 못해 적적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장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할매, 이거 얼마요?"

기자 뒤에서 어깨너머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중년남성이 돌미나리 한 봉지를 달라고 했다. 아직 개시도 못 했다는 말이 걸렸던 모양이다. 할머니는 가만히 보따리를 바라보더니 "육천 원!"이라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디마디 깊은 주름이 팬 작은 손으로 돌미나리를 가득가득 쥐고 까만 봉지로 옮겨 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돌미나리 6,000원어치는 이미 다 담았는데도 할머니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할머니, 그만 주셔도 되요. 오늘 팔 거 다 줄라고 그래요?"

"아니야, 더 있어. 많아. 가져가."

손을 멈추지 않던 할머니는 기어코 두세 번은 팔 양의 돌미나리를 모조리 다 쓸어 담아 주셨다.



↑ [월간산]호미부터 요강, 쇠코뚜레, 징, 풍로, 심지어 가마솥까지 없는 것이 없는 철물 좌판.

↑ [월간산]호미부터 요강, 쇠코뚜레, 징, 풍로, 심지어 가마솥까지 없는 것이 없는 철물 좌판.

"육천 원"

누가 봐도 1만5,000원 어치는 됨직한 양이었지만 할머니는 처음의 6,000원을 고수하셨다.

"원래는 만 원어치 정도 되는데, 개시라서 많이 줬어."

흥정할 필요도 없는, 할머니의 차고 넘치는 인심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할머니는 굽은 허리를 하고 온종일 돌미나리를 뜯었을 것이다. 그 귀한 것을 이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퍼주고도 오히려 감사해하니 돈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종이쪼가리가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인, 손님 모두가 이웃사촌

군부대가 많은 양구답게 곳곳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양구오일장에선 아기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개는 군인간부들의 가족이다. 양구읍에 산다는 김선미씨 또한 대위 남편을 둔 주부이다.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양구로 온 지 1년 정도 되어 가는데, 오일장이 열리는 날엔 꼭 나와서 새로 사귄 주부 친구들을 만나곤 해요. 군것질거리가 많아 아이도 좋아하고요. 양구에 사는 젊은 엄마들에게는 오일장만 한 날도 없어요."



↑ [월간산](시계방향으로)

↑ [월간산](시계방향으로)"핫도그는 역시 오일장표 핫도그죠." 장날 구경에 빠질 수 없는 핫도그를 든 여학생들. 한 할머니가 업고 나온 손녀딸은 장터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외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은 한국의 꿀호떡. 양구장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도넛가게 사장님이 빵 반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오일장에서 장을 본 후 바로 옆 '차 없는 거리'로 가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5일마다 누리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시장 입구에서 과일 좌판을 펼친 지창수(58)씨는 30년 동안 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인상을 가진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힘들다"였다.

"30년간 과일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때는 처음입니다. 경기가 좋아서 정말 먹고 살 만할 때부터 IMF 외환위기까지 별별 일을 다 겪었지만 요즘이 장사가 가장 안 돼요. IMF 때보다도 더 해요. 사람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여는 걸요. 젊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노인들은 경제력이 점점 없어지니까 장사가 잘 안 되는 거죠."

하루 먹고 사는 것이 너무 고되다 보니 과일조차 사치품이 된 것일까? 불황이 이어지니 사람들은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줄였다. 사과 한 알 사는 데도 흔쾌히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와 지씨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젊은 총각 한 명이 수박을 고르러 왔다. 그 모습을 본 옆 건어물가게 이경숙(63)씨가 잽싸게 과일가게로 건너와 좋은 수박에 대해 일장연설을 했다. 양구오일장은 매번 장이 열릴 때 자리가 고정되어 있어 옆 가게는 오래 만난 이웃사촌이나 다름없다.

"내 가게, 네 가게가 따로 없어요. 잠시 자리 비우면 옆에서 봐주고,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니까 서로 돕고 그렇게 장사하는 거죠."

어머니에 이어 2대째 건어물가게를 이어받아 하고 있다는 이씨는 아들이 춘천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고 있다며 '3대 건어물가게'라고 자랑했다.



↑ [월간산]지씨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오일장의 아침을 활기차게 연다.

↑ [월간산]지씨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오일장의 아침을 활기차게 연다.

이씨는 "아침 7시 30분까지 장에 나와 좌판을 벌이고 물건을 내는 일이 고단하지만 이제는 이력이 붙어 괜찮다"며 "장사만 조금 더 잘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부장수 정운식(50)씨는 중앙시장 내에 가게가 있지만 장날엔 두부를 가지고 나와 좌판을 연다. 예전엔 가게 앞 도로에 좌판을 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소방도로라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금 귀찮아졌지만 어쩔 수 있나요. 그래도 장에 좌판을 열면 조금 더 장사가 잘 돼요. 우리 가게는 양구에서 나는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요. 그래서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옆에 빵 가게가 왔지 뭐예요. 저 가게가 우리 시장에서 장사가 제일 잘 돼요."

정씨는 옆에서 연신 반죽을 하는 빵가게 사장을 가리키며 농담을 했다. 정씨의 말에 따르면 "손님들이 죄다 빵가게에 와서 도넛이며 핫도그만 사먹고 두부는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었다. 정씨의 애정 섞인 질투 뒤엔 '이웃사촌'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하루에 2,000개씩 빵 반죽을 하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대단해요. 나야 미리 만든 두부를 가져와서 팔면 되지만 저 사장님은 빵 반죽하랴, 빵 튀기랴, 핫도그 옷 입히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깐. 그래도 저렇게 장사가 잘되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요."

과일장수 지창수씨

시장 입구에 자리를 잡은 지창수씨의 과일좌판은 제법 크다. 수박부터 참외, 사과, 토마토, 키위 등 없는 것이 없다. 지씨는 오일장상인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양구를 비롯해 화천, 춘천의 오일장을 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미처 다 팔지 못하고 되가져가는 과일들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씨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오일장의 아침을 활기차게 연다.



↑ [월간산]양구 콩으로 만든 정씨의 두부와 콩물은 장터 내에서도 맛좋기로 소문났다.

↑ [월간산]양구 콩으로 만든 정씨의 두부와 콩물은 장터 내에서도 맛좋기로 소문났다.

두부장수 정운식씨

중앙시장 내에 두부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오일장이면 장터로 나와 좌판을 펼치는데 사람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질 좋은 양구 콩으로 만든 정씨의 두부와 콩물은 장터 내에서도 맛좋기로 소문났다. 평소에는 열심히 두부를 만들고 일요일에는 조기 축구를 하는 게 낙이라는 정씨는 "장터에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작지만 활기 넘치는 양구오일장

양구오일장은 아침 7시 30분 정도부터 해질 무렵까지 열린다. 주로 퇴근하고 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가 길어지고 낮에 더운 요즘은 일부러 마실 삼아 저녁 무렵에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엔 파장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활기가 넘친단다.

가방을 멘 여고생들은 떡볶이가게 앞에 진을 쳤고, 주부들은 저녁 찬거리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고단했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양구오일장의 하루도 끝이 나려 한다. 팔다 남은 물건을 챙기는 상인들이 얼굴엔 옅은 미소와 한숨이 교차했다. 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안도와 감사함의 표현이었다.

[대암산 솔봉] "광치계곡서 만난 옹녀폭포에 사나이 심장이 쿵!"



↑ [월간산]1 건어물 가게 주인인 이경숙씨가 단골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정도 나눈다. 2 돌미나리며 파, 시금치 등을 내놓은 할머니들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사는 잘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다.

↑ [월간산]1 건어물 가게 주인인 이경숙씨가 단골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정도 나눈다. 2 돌미나리며 파, 시금치 등을 내놓은 할머니들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사는 잘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다.

광치자연휴양림~옹녀폭포~솔봉~양구생태식물원 약 8.1km
계곡 따라 야생화, 나무 천국… 등산로 정비해 아이들도 걷기 좋아

대암산(擡巖山·1,304m)은 첩첩산중 강원도의 산답게 해발 1,300m가 넘는 큰 산이지만 등산객들에게 낯익은 산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 근처의 용늪은 군사보호구역이자 천연기념물, 게다가 1997년에는 국제습지조약(람사조약)의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되어 출입이 통제되었다. 아직도 대암산 전체가 출입금지 구역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근래 대암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양구군이 작년 가을 대암산이 가진 절경지 중 하나인 솔봉~광치계곡 일원의 등산로를 다듬어 공개했고, 양구까지 가는 길도 무척 빨라진 덕분이다.

광치계곡 따라 펼쳐진 야생화 천국

이번 대암산 산행의 코스는 광치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잡아 솔봉(1122.4m)까지 오른 후 양구생태식물원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잡았다. 이 코스는 대암산 생태탐방로 3코스이기도 하다.

산행에는 양구DMZ생태관광협회(www.ygecotour.com)의 장암석, 한수철, 정재관, 안윤자 자연환경해설사가 동행해 주었다. 이들은 대암산 생태탐방로와 두타연 탐방로 등 양구를 대표하는 탐방로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광치자연휴양림을 지나 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연록의 빛이 만개한 광치계곡엔 각각의 색을 잔뜩 머금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산행일 이틀 전에 제법 비가 온 덕분에 광치계곡엔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바위의 높이에 따라 만들어진 작은 폭포엔 맑은 물이 콸콸 쏟아졌다. 작은 소는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해 산객들의 눈을 홀렸다. 가히 신선이 놀다갈 만한 풍광이었다.



↑ [월간산]기묘하게 생긴 옹녀폭포. 옹녀와 변강쇠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서 정분을 나누다가 이를 보고 크게 노한 산신령의 지팡이에 얻어맞아 각각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월간산]기묘하게 생긴 옹녀폭포. 옹녀와 변강쇠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서 정분을 나누다가 이를 보고 크게 노한 산신령의 지팡이에 얻어맞아 각각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안윤자 해설사는 계곡의 절경을 바라보며 "대암산이 조금 덜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고 말했다.

"금낭화가 한창이네요. 금낭화의 다른 이름을 아시죠? 며느리밥풀꽃이에요."

자연생태해설을 하는 이들인지라 역시 최대 관심사는 꽃과 나무, 풀이다.

장암석 해설사는 길을 안내하며 피나무, 옻나무, 고사리, 관중, 노랑제비꽃, 피나물 등 눈에 보이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온다면 식물도감이 꼭 필요할 듯했다.

계곡 상류로 오를수록 수풀이 짙어졌다. 야생화와 계곡을 번갈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이내 오른쪽의 강쇠바위를 지나 계곡의 하이라이트인 옹녀폭포에 닿았다.

"야~, 진짜 뭣 같이 생겼네!"

"어찌 저렇게 잘 만들어 놨을까? 진짜 별나다 별나. 하하."



↑ [월간산]1 금낭화 군락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생태해설사들. 대암산 광치계곡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생태학습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 [월간산]1 금낭화 군락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생태해설사들. 대암산 광치계곡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생태학습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옹녀폭포를 처음 본 한수철, 정재관 해설사가 감탄을 쏟아냈다. 남자의 심장을 '쿵' 하게 만드는 기묘한 생김새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폭포수가 쏟아지는 위치도 절묘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옹녀의 '그것'을 앞에 두고 도시락을 꺼냈다. 왠지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몸이 좋아질 것 같아서였다. 정재관 해설사는 길에서 뜯은 곰취를 쥐어 주었다. 흰쌀밥에 쌈만 싸 먹어도 향긋한 나물 냄새가 입안에 퍼졌다.

식사 후 폭포 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곳부터 능선에 닿기까지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솔봉으로 가는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일행을 맞았다. 바람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몸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한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감촉 때문이었다.

후곡약수터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솔봉으로 향한다. 북위 38도를 지나고 해발고도는 대관령과 비슷한 800m대를 지난 덕분에 이곳부터는 때늦은 연분홍 철쭉이 한창이었다.

'바위를 이고 있는 산(擡巖山)'이라는 이름답게 길 곳곳에 바위가 즐비하다. 그보다 신통한 것은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와 신갈나무 등이다. 고목의 뿌리는 바위를 파고 든 것도 모자라 아예 바위를 여러 방향으로 쪼개 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유난히 전투가 심했던 이 산에서 지독하게 삶의 끈을 부여잡고 있었던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며 풀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이것 좀 보세요."



↑ [월간산]2 바위를 뚫고 감싸며 자란 고목. 이리저리 뒤틀린 모습에서 지난 세월을 가늠해 본다.

↑ [월간산]2 바위를 뚫고 감싸며 자란 고목. 이리저리 뒤틀린 모습에서 지난 세월을 가늠해 본다.

장 해설사가 무언가를 주워 기자에게 보여 주었다. 잔뜩 녹슨 물건은 M1 소총 실탄을 장전하는 클립이었다.

"길옆에 움푹 팬 구덩이가 몇몇 보일 겁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암산 전투와 도솔산 전투에서 사망한 전몰장병의 유해를 발굴한 것이랍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대암산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간직되어 있었다.

대암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

솔봉 정상엔 태양열 전지판을 방패처럼 두른 정자와 정상표지석이 있다. 정자에 오르면 남서쪽으로는 사명산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양구 동면 일대가 보인다. 동북쪽 방향으로는 설악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대암산 정상이 보이고 하늘이 맑은 날엔 금강산도 희미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자 뒤쪽으로 대암산 정상(용늪)으로 가는 길이 나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출입허가를 받지 않는 한 들어갈 수 없다. 6km 정도 이어지는 저 길엔 또 어떤 풍경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왔던 길을 잠시 되짚어 서쪽 능선을 타고 양구생태식물원 방향으로 하산한다. 거리는 짧지만 그만큼 가파르게 내려가야 한다. 1시간 정도면 양구생태식물원에 닿는다.



↑ [월간산]3 하산지점인 양구생태식물원의 꽃밭. 왼쪽 뒤편으로 솔봉의 모습이 보인다.

↑ [월간산]3 하산지점인 양구생태식물원의 꽃밭. 왼쪽 뒤편으로 솔봉의 모습이 보인다.

INFORMATION

산행가이드

양구에서 대암산 솔봉에 오르는 들머리는 크게 광치자연휴양림, 후곡약수터, 양구생태식물원 세 곳이다. 광치자연휴양림을 지나 도로 끝 주차장에서 직진하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옹녀폭포까지는 산책로 같은 길이 계속 되고, 이후 능선까지 다소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폭포를 지나 능선에 올라 왼쪽 후곡약수터 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약 6.5km에 3시간 30분쯤 걸린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옹녀폭포까지만 왔다가 길을 되돌아가는 편이 낫다.

광치계곡부터 옹녀폭포~주릉~솔봉~ 양구생태식물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약 8.1km로 휴식시간 포함해 4시간 정도 걸린다. 솔봉을 갔다가 후곡약수터로 하산하면 약 12km에 5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솔봉~대암산~도솔산 구간은 출입 2주 전에 양구군청(033-481-2191) 생태산림과에서 출입허가공문을 미리 받아야 한다.

교통서울·춘천고속도로와 배후령터널이 생기면서 양구가 훨씬 가까워졌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중앙고속도로 춘천분기점까지 간 후 우측 '춘천(중앙선), 원주, 홍천' 방면으로 빠져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춘천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인제, 양구, 화천, 소양강댐' 방향으로 간다. 46번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다가 신북교차로에서 '양구, 오음' 방향 우회전해 직진하면 양구읍이다. 양구읍에서 산행들머리인 광치자연휴양림까지는 자가용으로 9.6km 정도다. 약 30분 소요.



↑ [월간산]

↑ [월간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행 시외버스가 하루 23회(첫차 06:30, 막차 20:02) 다닌다. 요금 1만2,300원. 양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광치자연휴양림까지는 택시를 타야 한다. 약 10km 거리에 요금은 1만3,000원 정도 나온다. 문의 양구택시 033-481-8804.

숙식(지역번호 033)광치자연휴양림은 최근 조성된 곳이라 시설이 좋은 편이다. 숲속의 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4만~13만 원. 휴양림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문의 482-3115,www.kwangchi.or.kr. 양구읍내 포시즌펜션(481-6666), 스타펜션(482-6004), 이삭펜션(482-9001) 등도 가족이 묵기에 좋다. 양구읍내에는 모텔이 여럿 있다.

광치자연휴양림 근처 광치막국수(481-4095)는 직접 뽑는 메밀국수가 별미다. 편육(1만2,000원)과 감자전(6,000원), 민들레전(6,000원)도 별미다. 후곡약수는 오색약수처럼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약수다. 근처에 약수물로 밥을 지어 파는 민박집이 서넛 있다. 그린쉼터(481-0440), 한마음쉼터(481-5727), 단풍나무집(481-0235) 등.

양구읍에 위치한 석장골 오골계숯불구이집 (482-0801)과 전주식당(481-7922)은 각각 오골계 구이와 두부전골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