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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앗찔한 잇꽃 좀 보소 / 박규리

경호... 2015. 7. 7. 04:51

 

 

 

 

 

 

   저, 앗찔한 잇꽃 좀 보소 / 박규리

 

 

 

 


  보따리 풀어놓고  어둔 방안에 앉은  당신을 보니  참말로 가슴이 무너져내리네

 

  그동안...어찌...살았는가.....   다 접어둠세......  새끼들 두고 도주한 자네 심정

 

  생각하면 그 사연 소설 몇 권 안 되겠나 피차 누굴 원망하겠는가  내 죄 더 큼세

 

  저 꼼지락대는 것들 눈앞에 감감하여 농약병도  깊숙이 넣어둔 지 나도 꽤 오래

 

  네 자네 없이 살아보니 말이네만 내 속이 깊지 못했네 축사를 덮는 골판 지붕에

 

  도 왜 있잖은가 푹푹 골이 잘 져야 빗물이건  눈물이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던가

 

  제 몸의 골도 잘 파여야 하다못해 지나는  바람 한줄기 편히 흘러내리지 않던가

 

  긴말 할 것 없네 몇 년 사이에 골 깊어진 이맛살을 보니 이녁 마음살도 터졌네...

 

  한잔 더 하려고 들고 온 술인데 잘 되었구만 쭉, 드소! 암말 말고 눈물바람도 치

 

  우고, 저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 물 스미듯,  맺힌 맘 모진 세월 휘이휘이 가슴팍

 

  아래로 흘려내리소 자, 자  이쪽 툇마루쪽으로 좀 나와보소   아, 눈물에 부대낀

 

  만큼 파이고 낮아 지지 않는 세월 봤는가..저기, 아찔한 연분홍, 잇꽃 부푼 것 좀

 

  보소

 

 

 

 

 

 

 

  * Zhao Kun Yu / Break Of Da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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