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問/風水.命理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

경호... 2015. 7. 4. 05:31

『한국민족문화』 45, 2012.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

 

 

박 성 대*

 

1. 머리말
2. 이론적 배경
   1) 龍(看龍法)
   2) 砂(藏風法)
   3) 水(得水法)
   4) 穴(定穴法)
3. 연구 대상 지명 선정
4.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
   1) 龍(看龍法) 관련 지명
   2) 砂(藏風) 관련 지명
   3) 水(得水) 관련 지명
   4) 穴(定穴) 관련 지명
5) 풍수지리에 의한 지명
6) 기타 지명
5. 맺음말

 

 

<국문초록>

 

지명은 해당 장소의 지리적 특성,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지명이 ‘장소’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면 전통적인 환경지각 사상인 풍수도 지명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지명이 해당 ‘장소’를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지명에는 각 지역 땅의 모양이나 위치, 방향 등은 물론 기후, 지형, 토양 등의 자연 지리적 특성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을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의 대부분이 풍수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지명에 반영된 지리적 특성이 해당 지역의 풍수적 특성과 길?흉의 정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터의 성격에 부합된 지역 개발 및 도시 계획 등에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 주요어: 지명, 지리, 지형, 풍수, 형국론

*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captainpsd@hanmail.net). 심사를 맡아 주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1. 머리말

 

사람에게 저마다 이름이 있듯이 땅에도 곳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를 땅이름이라 하고, 한자어로는 地名이라 한다. 지명(place name, 또는 geographical name)은 장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표현된 것으로서, 필연적으로 해당 장소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1)

 

지명이 해당 ‘장소’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면 풍수도 지명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풍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환경지각 사상이자 땅을 파악하는 마음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국토 전역에는 풍수와 관련이 있는 지명들이 산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지명이 해당 ‘장소’를 반영하면 자연지명이 되고,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면 인문지명이 된다. 풍수를 우리의 전통적인 환경지각 사상 및 땅을 파악하는 마음틀로 정의할 경우, 지명이 해당 ‘장소’를 반영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명에는 각 지역 땅의 모양이나 위치, 방향 등은 물론 기후, 지형, 토양 등의 자연 지리적 특성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명은 역사, 지리, 문화, 언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주로 역사학, 지리학, 언어학, 문화학 등의 영역에서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지리학에서의 지명 연구 또한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지명과 지리적 특성의 연관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특정 사례 지역을 중심으로 지명과 지형의 연관성을 고찰한 연구2)와, 그 반대로 사례 지역을 광범위하게 설정하되 특정 지명어에 국한시킨 연구3)이다. 이와 같이 특정 사례 지역이나 지명어로 제한하여 연구한 것은 실제 답사를 병행해야 하는 경험적 연구의 특성에 기인한 결과로 보여진다.

 

본 연구의 주요 관심사인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4) 또한 활발하게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풍수의 많은 논리 체계 중 형국론과 지명의 연관성을 고찰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다양한 풍수적 논리 체계를 바탕으로 지명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도 일부 있었으나, 이 또한 사례 지역이 제한되었고, 풍수적 논리 체계에 따라 지명을 문헌적?기계적으로 단순 분류한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는 본 연구에 비추어 보면, 특정 사례 지역 및 지명어에 국한되지 않는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또한 형국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풍수적 논리체계를 바탕으로 지명과의 연관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토 전역에는 풍수적으로 활용 및 참고 가치가 있는 지명들이 다양하게 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 연구는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를 것이다.

첫째, 풍수의 기본적인 논리 체계와 지명과의 연관성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에서 풍수적 요소를 추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둘째, 연구 대상 지명을 선정한다.

먼저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선별한 다음, 풍수적 기본 체계인 龍?砂?水?穴 항목으로 분류하여 연구 대상 지명을 확정할 것이다.

셋째, 선정된 지명을 대상으로 각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1) 주성재, ?유엔의 지명 논의와 지리학적 지명연구 시사점?, 『대한지리학회지』 제46권 제4호, 대한지리학회, 2011, 444쪽.

2) 서명인, ?청원군 지명에 관한 지리학적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8;

강희순?범선규, ?거제시 마을 이름에 대한 자연지리적 해석?,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11권 제5호, 한국지역지리학회, 2005;

최낙기, ?지명과 풍수지리의 관계성 연구-전북 임실군을 중심으로?, 선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5;

이영희, ?지명 속에 나타난 북한 개성시의 자연경관 특성?, 『대한지리학회지』 제41권 제3호, 대한지리학회, 2006.
3) 조강봉, ?두 江?川이 합해지는 곳의 지명 어원(Ⅰ)?, 『지명학』 제2집, 한국지명학회, 1999;

김지은, ?지명과 지형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서산시 목(項)지형을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1;

정영숙, ?지명어 ‘갑/압/곶/구’에 대하여?, 『지명학』 제6집, 한국지명학회, 2001.
4) 예경희, ?충청북도 청주지역 풍수지리와 풍수지명?, 『청대학술논집』 제6집, 청주대학교 학술연구소, 2005;

김병균, ?전북 진안지방의 풍수지명 연구-용(산)을 중심으로?, 『어문논집』 제35집, 중앙어문학회, 2006; 이욱, ?풍수형국론이 지명형성에 미친 영향-경기도 이천시를 중심으로?, 『지명학』 제15집, 한국지명학회, 2009;

권선정, ?풍수 지명과 장소 의미-충남 금산군을 대상으로?, 『문화역사지리』 제22권 제1호,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2010;

 천인호, ?지명형성의 풍수 담론-봉황형국을 중심으로?, 『지명학』 제17집, 한국지명학회, 2011.

 

 

2. 이론적 배경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풍수적 이론 체계와 지명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에서 풍수적 요소를 추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수 사상의 논리 체계는 여러 유파에 따라 분류 기준과 강조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龍, 砂, 水, 穴의 4대 구분을 따른다. 龍, 砂, 水, 穴 각 항목의 지명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龍(看龍法)

 

풍수는 땅의 生氣를 받기 위한 지리학이며, 이 생기가 흐르는 통로가 산이고, 산을 龍이라 부른다. 풍수에서는 명당의 조건을 살필 때 일차적으로 생기를 전달하는 산의 흐름을 살핀다. 간룡법은 그 산맥의 흐름이 끊이지 않고 잘 달려 왔는가를 보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祖山에서 主山을 거쳐 穴場에 이르는 맥의 연결이 잘 이어져 있는지, 병들었거나 죽은 龍은 아닌지, 또 복스럽고 순하며 생기를 가득 품고 있는 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龍이 혈을 맺는 곳은 산맥이 한창 세력을 펼치는 行龍中에 있는 것이 아니라 山勢가 다하여 그치는 곳, 바로 평야에 접하는 부분이다.

 

지명으로 나타나는 龍(看龍) 관련 이름은 두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있다.

첫째는 山勢가 다하여 그친 곳, 즉 풍수적 좋은 터를 의미하는 명당을 나타내는 지명이다. 그 다음은 산맥이 한창 세력을 펼치는 행룡중에 있는 터를 나타내는 지명이다.

전자는 ‘명당골’이나 ‘福’, ‘壽’, ‘安’, ‘康’ 등의 이름이 붙은 지명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지명들은 실제로 그 지역이 풍수적으로 완벽한 명당이기보다는 壽福康寧을 바라는 염원적 의미를 담은경우가 많다.

둘째, 산맥이 한창 행룡중에 있는 터를 의미하는 지명에는 목(項), 재(嶺) 등이 있다. 이러한 지명은 실제로 지명이 지리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풍수적으로 분석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지명이다.

 

2) 砂(藏風法)

 

산줄기가 흘러 내려와 穴 뒤에서 멈추게 되면 이 산이 主山이 된다. 이 주산을 기준으로 하여 명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 전체를 살피는 것을 藏風法이라 한다. 郭璞의 『葬書』는 “氣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춘다. 그래서 氣를 모으는 방법을 풍수라 부르는 것이다.”5)라고 밝히고 있다.

즉 기는 바람을 타면 모이지 않고 흩어지게 되며, 장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바람을 막고 생기를 모으자는 장풍의 원리는 명당을 둘러싼 산, 즉 四神砂 개념에 의해 실용화된다.

 

장풍과 관련한 대표적인 기상 요소는 바람(風)이다. 이를 반영하듯 바람(風)은 장풍과 관련한 지명 중 대표적인 이름으로 등장한다. 지명에 바람(風)이 들어있는 곳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다.

곶(串)?갑(岬), 어구(入口) 등으로 명명되는 지역 또한 장풍의 요건이 잘 구비되지 못하여 바람이 지역 환경 특성의 한 요인이 되는 곳이다.

 

5) 최창조 譯, 『청오경?금낭경』, 민음사, 1993, 72~75쪽, “氣乘風則散 界水則止 故謂之風水.”

 

3) 水(得水法)

 

풍수에서 물길을 살피는 것을 득수법이라 한다. 득수는 인간생활이 물을 떠나서는 결코 영위될 수 없다는 면에서 더 없이 중요하지만, 장풍 득수 그 자체만으로도 풍수의 요체가 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장풍이 명당을 어느 정도 외부 공간과 단절시켜 주면서도 명당은 주변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는다. 명당 안을 흐르는 물줄기는 필연적으로 명당 밖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득수가 된 명당의 안팎은 언제나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갖게 된다.

산이 명당을 나눈다면 물은 나눠진 명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산은 계속 갈라지면서 개별 지역을 나누고, 물은 하류로 흘러내릴수록 갈라진 물줄기가 하나로 합해지면서 각 지역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다. 산줄기로 나누어지면서도 동시에 물줄기로 인해 합해지는 것이 장풍과 득수의 원리이다.6)

 

물(水)이 인간생활 영위에 필수 요소인 만큼 많은 지역에는 물과 관련한 지명이 물(水), 가뭄(乾), 어구(入口) 등으로 등장한다. 특히 물 관련 지명은 범람 및 침수, 가뭄 등과 같은 재해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수해나 가뭄 등의 지리적 특성이 거주민들의 환경인식에 영향을 미쳐 지명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6) 성동환, 『나말여초 선종계열 풍수입지 연구』, 대구효성카톨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9, 85쪽.

 

4) 穴(定穴法)

 

간룡법과 장풍법으로 대략적인 명당의 범위가 파악되면 정혈법을 통해 혈을 확정한다. 혈이란 명당판 중에서도 가장 건강성이 넘치고 땅의 기운이 집중되어 있는 지점이다. 혈은 음택의 경우 시신이 직접 땅에 접하여 그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궁궐인 경복궁은 근정전, 사찰은 대웅전,민가의 경우에는 본채 또는 집안의 가장이 거처하는 곳이 혈에 위치하게된다.7) 이렇듯 풍수는 명당과 혈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명당이 제법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지역적 개념(local)임에 비해, 혈은 명당에 포함되는 것으로 풍수의 최종 목적인 지점적 개념(spot)이다.

 

그러나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을 고찰하는 본 연구에서 혈과 명당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지명은 산기슭이나 강가와 같은 국지적인 장소에서 시작하여 자연?행정적 경계를 따라 지역?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 될 수 있다. 전자가 장소에 치중한 지명(place name)임에 반해, 후자는 범위가 공간적으로 확대된 지역 명칭(geographic name)이 된다.

지명이 국지적인 장소를 뜻하는 좁은 개념으로 이용된다 하더라도 어느 특정 한 지점을 나타내는 풍수적 혈의 개념보다는 넒은 공간을 의미한다. 즉, 지명은 풍수의 혈보다는 명당의 개념에 어울린다. 따라서 본 연구
에서는 명당과 혈을 동일시하여 지명과 명당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름을 분석하고자 한다.

 

지명으로 나타나는 정혈 관련 이름은 명당의 외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구별된다.

외양적인 측면은 명당의 크기와 형태를 뜻하는 평평한 땅과 벌판(平?坪), 명당의 위치를 의미하는 응달?양지(陰?陽) 등으로 나타난다. 질적인 측면은 토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질?광물 지명으로 나타난다.

 

7) 한동환?성동환?최원석, 『자연을 읽는 지혜』, 푸른나무, 1993, 54~55쪽.

 

 

3. 연구 대상 지명 선정

 

본 연구를 위한 대상 지명 선정은 두 단계로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첫째는 국토 전역에서 비교적 출현 빈도가 높은 지명중에서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선별하는 것이다. 지명의 선별에 있어서, 본 연구는 『한국지명총람』에 수록된 총 631,233개의 지명을 대상으로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추출하는 정량적 분석을 차후 과제로 남겨 두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지명에 담겨 있는 지리적 특성을 풍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추출하여 데이터화하는 정량적 분석보다는 지명과 풍수적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고찰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지명총람』을 바탕으로 한 기존의 정량적 연구8)를 참조하여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들을 선별한 다음 유형별로 분류하였다.
현행 지명 유형 분류의 대부분은 국토지리정보원의 구분에 따라 행정지명?자연지명?인문지명 등 세 개의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 대부분이다. 본 연구 또한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유형 분류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행정지명을 유형 분류에서 제외하였다.

행정지명에 붙는 시?도?군?구?읍?면?동?리 등의 후부 지명소 자체는 지명과 지리적 특성의 관계를 파악하는 본 연구의 성격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행정지명에서 후부 지명소를 제외한 부분이 이미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표 1>은 이에 따라 유형별로 정리된 지명이다.

 

8) 김선희?박경, ?지명을 통해 본 재해인식 및 방재 가능성 탐색?,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16권 제5호, 한국지역지리학회, 2010;

김종혁, ?한국 지명데이터베이스의 구조분석과 발전방향?, 『지명의 지리학』, 푸른길, 2008, 408~410쪽; 오홍석, 『땅이름 점의 미학』, 부연사, 2008.

 

<표 1>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 목록

 

 

둘째, <표 1>의 지명들을 다시 풍수적 기본 체계인 龍?砂?水?穴 항목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이에는 포함되지는 않지만, 풍수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두 종류의 지명을 추가하여 분석하였다.

특히 풍수지리 관련 지명은 지명 자체가 풍수적인 개념으로 명명된 경우로, 주로 형국론에 의해 붙여진 지명이 대다수이다.

형국론은 그 자체에 龍?砂?水?穴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풍수지리 관련 지명을 龍?砂?水?穴의 특정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분류하여 고찰하였다. 이러한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 <표 2>이며, 본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할 연구대상 지명이다.

 

<표 2> 연구 대상 지명 목록

 

 

 

4.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

 

1) 龍(看龍法) 관련 지명

 

(1) 목(項) 지형

일반적으로 산줄기는 起와 伏을 반복하면서 나아간다. 산의 봉우리를 이루는 곳이 기 부분이고, 기와 기 사이 부분이 복이 된다. 풍수에서는 복 부분을 過峽이라 한다. 과협은 산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고개로 산줄기의 굵기가 상하좌우로 줄어든 부분이다. 산이 起를 하면 산줄기를 나누게 되고, 자연히 복 부분 양쪽으로 계곡이 형성된다.

 

산줄기가 伏하는 지점, 즉 풍수적 과협은 지명 ‘목(項)’으로 나타난다. 한자 項은 생물의 몸통과 머리를 잇는 ‘목’, 특히 목 뒷부분을 지칭한다.

 

<표 3> 지명에 ‘-목(項)’이 붙는 주요 지형 9)

 

 

지명에서의 목(項)은 생물의 목과 유사한 형태적 특징을 지닌 지형공간을 지칭하는 말로서, 산의 능선이 주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고개 지형이나 하도가 급히 좁아진 부분을 가리킨다.10) <표 3>은 지명에 ‘-목’이 붙는 주요 지형이다.

 

목 지형 중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지명이 장항(獐項-노루목)이다. 장항이라는 곳은 ‘느리목’이라 하여 구부러지고 기다란 河岸을 뜻한다.
이외에도 ‘개목’, ‘목쟁이’, ‘그물목’, ‘토끼목’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지역은 이충무공의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의 울돌목(鬱陶項), 경북 포항(浦項), 충남 장항(長項), 홍성군의 구항(龜項)면 등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자연관인 풍수에서는 목 지형을 過峽이라 한다. 풍수에서는 과협의 역할을 용이 살기를 털어버리고 생기를 순수하게 걸러서 힘(地氣)을 한 곳에 모아 혈의 형성을 도우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풍수는 과협을 眞穴을 판단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여긴다.

 

9) 김지은, 앞의 논문, 35쪽.
10) 위의 논문, 31~38쪽.

 

 

<그림 1> 목(項)지형에 자리한 주택

 

 

과협이 풍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과협 자체가 풍수적인 吉地, 즉 혈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협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산줄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부분이다.

眞穴과 명당은 산맥이 한창 세력을 펼치는 行龍中에 있는 것이 아니라 山勢가 다하여 그치는 곳, 바로 평야에 접하는 부분에 있다.11)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집과 마을, 도시는 대개 산줄기가 끝나 평지와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 마치 가지에 달린 꽃송이나 열매처럼 자리 잡는다.12)

 

과협은 또한 고개를 넘나드는 강한 바람을 맞는 곳이다. 풍수서 『人子須知』에서도 “대개 龍의 과협처는 그 氣를 묶어 모아지는 곳이니 바람 타는 것과 水에 겁탈(水劫)됨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13)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택지 등의 입지를 선정할 때는 이러한 목 지형과 그 하단부 일대를 가능한 회피해야 한다.

 

 

11) 최창조, 『한국의 풍수사상』, 민음사, 1984, 85쪽.
12) 홍순민, 『우리 궁궐 이야기』, 청년사, 1999, 16쪽.
13) 서선계?서선술, 김동규 譯, 『人子須知』, 명문당, 2008, 358쪽, “莫令凹缺被風吹 切忌溜牙遭水劫.”

 

 

(2) 재(嶺)

풍수적 과협에 해당하는 지형이 지명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예는 재(嶺)가 있다.

‘-재’는 ‘길이 통해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메의 고개’를 뜻하는 일반명사가 지명의 접미사로 전용된 예이다.14) 영남(嶺南)이란 지명은 문경새재(鳥嶺)의 남쪽에 있다 해서 붙여졌다. 한반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태백산맥에도 고개는 있다. 대관령?한계령?진부령이 대표적 사례이다.

 

건설 공법이 발달한 오늘날의 도로는 터널과 교각 등을 설치하여 지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직선형으로 뚫려 있다. 그러나 도보나 우마(牛馬)에 의지하고 있었던 과거에는 경사의 완급보다도 거리가 짧은 것이 보다 중요하였다. 따라서 산지로 격리된 인접지역과의 교통은 고개를 넘나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였으며, 또한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15)

 

전술한 ‘목’은 군사용어로도 사용되는데, 그 의미는 ‘통로의 다른 곳을 빠져 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나타낸다. 그래서 대침투 작전 및 방어 측면에서 적이 반드시 기동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목’ 진지를 편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개념으로 큰 산을 넘어가는 재(嶺) 부분에는 통상 휴게소나 전망대 등의 상업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이와 같이 ‘목(項)’이나 ‘재(嶺)’는 거주지로서의 명당 조건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부동산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가치가 있다.

 

14) 노은주, ?경주군 북부 지역 지명의 뒷요소 연구?, 『 한국말글학』 제22집, 한국말글학회, 2005, 28쪽.
15) 최재영, ?경주지역 옛고갯길 조사를 통한 생태관광 자원화 방안?, 『 경주문화논총』 제14집, 경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2011, 231쪽.

 

 

2) 砂(藏風) 관련 지명

 

(1) 바람(風)

지명에 바람(風)이 들어있는 곳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거나, 바람이 지역 환경 특성의 한 요인이 되는 지역이다. 충북의 황간과 경북의 김천 사이에 자리한 秋風嶺은 지대가 높아 평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많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바람들이’로 통용하는 서울 강동구의 풍납(風納)동도 한강과 남한산 사이에 위치하여 주야간의 풍향이 바뀌면서 바람의 빈도가 높은 환경을 갖춘 곳이다.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 풍류리는 고흥반도의 서쪽 해안이며 得良灣에 자리하여 섬이나 산지로 가리움이 없어 바람이 많이 부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닷가는 海陸 간의 비열차에 의해 밤낮으로 방향이 다르더라도,
바람이 탁월한 곳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곳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계절풍이 발달한 한반도의 상황에서, 차단막이 없이 노출된 바닷가는 항시 바람이 일어나기에 알맞다.16)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위치한 냉?온대 기후이나, 대륙의 동안에 위치하여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따라서 여름과 겨울의 연교차가 크고 계절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한랭 건조한 겨울바람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의 전통가옥 구조와 생활방식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다.

 

차가운 겨울 북서풍을 견뎌 내는 한 방법으로서 우리 조상들은 ‘背山臨水’의 지형에 취락을 형성하였다. 배산임수는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가장 간결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명당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따질 때, 우선 산을 등지고 물을 앞으로 대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17)

 

바람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배산임수는 단순히 집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강이나 하천)이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술한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 목 지형(과협) 아래에 자리 잡거나 골짜기 초입부(谷口)에 자리 잡은 주택은 엄밀히 따져서 명확한 배산임수가 아니다. 목 지형과 골짜기 초입부(谷口)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산곡풍과 홍수의 피해까지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의 입지 선정 및 각 건물의 배치는 명확한 배산임수의 개념을 따라야 한다.

 

16) 오홍석, 앞의 책, 216쪽.
17) 성동환?박성대, ?학교 교가에 담겨 있는 풍수적 요소 연구-경주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인문과학연구논총』 제33(2)호,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2, 302쪽.

 

(2) 어구(入口)

어구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입구이다. 바다의 어구에 있으면 해구(海口), 강 어구에 있으면 강구(江口), 갯마을로 들어가는 어구에 있으면 포구(浦口), 항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으면 항구(港口)가 된다. 또한 동리의 입구를 동구(洞口), 골짜기로 들어가는 입구를 곡구(谷口)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경북 포항시에 형산강 하구를 중심으로 항구동(港口洞)이 있다. 경북 영덕군의 강구(江口)면은 오십천의 강 어구에 있는 데서 붙여진 지명이다. 강화도의 옛 지명은 해구(海口)이며, 바다로 진출하는 어구에 있는 데서 붙여진 지명이다. 강원도의 양구(楊口)는 버드나무 우거진 들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붙여진 지명이다.18)

 

공간적 범위를 좁혀서 살펴보면, 골짜기 초입부(谷口)는 자연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며, 풍수에서도 일반적으로 凶地로 여기는 곳이다.
<그림 2>의 건물이 이러한 지형에 자리 잡아 있다. 바람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골짜기는 물의 이동로뿐만 아니라 바람의 통로도 된다. 맑은 날, 낮 동안에는 골짜기의 하류에서 상류를 향하여 바람이 불고, 야간에는 풍향이 역전된다. 그래서 주간의 상승풍을 谷風, 야간의 하강풍을 山風이라 부르며, 이 두 바람을 총칭하여 山谷風이라 한다.19) 산곡풍은 서양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으며, 산곡풍의 일변화 체계는 협소한 산지 계곡에서 거의 규칙적으로 나타난다.20)

 

18) 오홍석, 앞의 책, 139~142쪽.
19) 박성대, ?경주지역 신라 폐사지 풍수입지 연구?, 대구한의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2, 108쪽.

20) 송호열, 『산간곡지의 동계 기온 분포 특성』, 한울아카데미, 2000, 101~102쪽.

 

 

<그림 2> 골짜기 초입부(谷口)에 자리한 주택

 

 

주택이나 공장 등의 입지 선정에 있어서도 곡구 지역은 회피 대상 지역이다.

고전 풍수서의 하나인 『雪心賦』에서도 山谷에 居한다면 凹風이 가장 겁난다고 하였다.21) 특히 겨울철 밤에 부는 산풍은 사람의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22)

 

결국 골짜기 초입부(곡구)는 수해와 산곡풍의 피해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지형이다. 따라서 이러한 곳은 주택지나 공장지의 입지로서 가능한 회피해야 한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건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여 주요 건물을 최대한 곡구와 이격하여 배치시켜야 하며, 수해와 산곡풍에 따른 화재 사고방지 등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20) 송호열, 『산간곡지의 동계 기온 분포 특성』, 한울아카데미, 2000, 101~102쪽.
21) 복응천, 신평 譯, 『雪心賦』, 관음출판사, 1997, 433쪽, “若居山谷 最?凹風”
22) 박성대, 앞의 논문, 108쪽.

 

 

(3) 곶(串)?갑(岬) 지형

 

곶(串)?갑(岬)은 주로 바다와 강이 인접한 곳에서 나타나며, 육지가 해안으로, 또는 산기슭이 평야로 불쑥 나온 지형(凸형)에 붙여진 지명이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경북 영일의 장기곶(長嗜串), 김포 월곶(月串), 황해도 장연군 장산곶(長山串) 등이 있다. 세 곳 모두 육지가 해안으로 돌출한 지형으로 붙여진 지명이다. 서울 성북구의 석관(石串)동은 우리말로 ‘돌곶’이 되며, 천장(天藏)산의 동쪽 산부리가 벌판으로 뻗어간 모습에서 온 지명이다.23)

 

곶?갑 지형은 우리나라 말로 ‘-고지, -구지’계 지명으로 나타난다. ‘-고지’형태는 외고지, 돌꼬지(立石-강원 명주), 모롱고지(충북 중원), 보싯고지(음성), 문꼬지(충남 서산), 질꼬지(보성) 등으로 나타나며, ‘-구지’ 형태는 모롱구지(경기 광주), 돌방구지(파주), 대꼬지(竹串里-충북 제천), 가매구지, 절구지(강원 영월), 질구지(深井-곡성), 대꾸지(大串), 나리꾸지(羅里- 전남 진도), 싱구지(신안) 등으로 나타난다.24)

 

곶?갑 지명이 붙은 곳의 일반적인 지형적 특징은 주위에 바람을 막아주는 산이 없어 바람이 많다는 것이다. 육지가 해안으로 돌출한 지형은 해풍과 파랑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침식지형을 이루게 된다. 산기슭이 평야로 불쑥 나온 지형(凸형) 또한 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다.

 

이러한 지형은 장소에 따라서 오히려 인간생활 영위에 장점이 되기도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를 의미하는 장풍국의 도시는 풍수 원리로 볼 때 ‘생기’를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람의 유통이 활발하지 않아 여름철의 고온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25)

장풍국 도시 내의 凸형 지역은 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아 여름철 체감온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23) 오홍석, 앞의 책, 129~132쪽.
24) 이돈주, ?땅이름(지명)의 자료와 우리말 연구?, 『지명학』 제1집, 한국지명학회, 1998, 182쪽.
25) 천인호, ?장풍국에서 도시녹화사업의 기온조절효과-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GRI연구논총』 제13권 제2호, 경기개발연구원, 2011, 339쪽.

 

 

3) 水(得水) 관련 지명

 

(1) 물(水)

물가를 나타내는 지명은 천(川), 수(水), 하(河), 강(江), 진(津), 탄(灘), 주(洲), 빈(濱), 계(溪), 호수와 소택(湖?沼), 바다(海?洋) 등이 있다.

이 중 천(川)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포천군 포천(抱川)읍, 경북 영천(永川)시 등 전국 76개 지역에서 나타난다. 천(川)은 산(山)자와 더불어 큰 강을 낀 지역에 주로 많이 쓰는 지명이다.26)

경기도의 수원(水原), 전북 장수(長水: 긴 시내)군, 여수(麗水: 아름다운 물줄기), 평북 삭주군의 수풍(水豊: 물이 풍족한 곳), 경북 영덕군 창수면(蒼水: 창창하고 아름다운 물) 등은 모두 물(水)과 관련된 지명이다.

 

물(水)과 관련한 지명이 나타나는 지역은 수해의 발생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물(水)과 관련한 재해는 범람 및 침수, 가뭄 등이 있다. 이 중 ‘범람’과 관계있는 지명은 ‘물탕’, ‘물도리’, ‘큰물’, ‘무네미’, ‘넘은 개울’ 등이 있다. 이러한 지명은 모두 장마철에 하천이 범람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저지 및 습지 등과 관련된 지명인 ‘둠벙’, ‘구렁’, ‘구덩’, ‘수렁’ 등은 전남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며,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형적 특성을 보여준다.27)

 

<그림 3>은 곡류하천의 범람 및 침수 발생가능 지역이다. 물길이 ‘S’ 자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 갈 때, 물이 감도는 안쪽(B와 C지점)을 퇴적 사면이라 하고, 그 반대쪽(A와 D지점)을 공격사면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퇴적사면에는 모래 등이 쌓여 마을과 농경지가 형성되는 반면 물돌이가 치는 공격사면에는 물살에 공격을 받아 절벽이 형성된다.28) 또한 공격사면에는 유속이 빨라 측방 및 하방 침식이 활발히 일어난 결과, 깊은 물웅덩이인 ‘소(pool)’를 이루게 된다.

 

26) 강길부, 『땅이름 국토사랑』, 집문당, 1997, 139쪽.
27) 김선희?박경, 앞의 논문, 466쪽.
28) 이재영?김병우, ?풍수논리에 적용되는 龍?水의 吉凶 연구?, 『경산문화연구』 제13집, 대구한의대학교 경산문화연구소, 2011, 305~306쪽.

 

 

<그림 3> 공격사면과 퇴적사면(지도출처: 다음스카이뷰)

 

 

하천이 범람할 때 모래와 작은 자갈 등은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하천 근처에 퇴적이 되어 자연제방을 크게 형성한다. 대하천의 중?하류 지역에서는 이 곳에 취락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하천 범람시 침수의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는 집터를 높여 짓는 ‘터돋움집’이 발달하였다.

 

풍수에서도 평지에서는 주위보다 높은 터(突穴)를 길(吉)로 여긴다.

풍수 고전의 하나인 『人子須知』는 높은 산에서는 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목하고 낮은 터를 구하고, 평지에서는 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은 터를 구하라고 하였다.29)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는 주택지는 가능한 하천의 퇴적사면에 자리 잡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공격사면에 자리할 경우 범람 및 침수 대책을 따로 강구해야 한다.

 

물과 관련한 지명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한 이름은 ‘두물머리’이다. 두물머리는 두 줄기 물이 합쳐질 때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이를 한자화하면 양수(兩水), 이수두(二水頭), 합수(合水)가 된다. 경기도 양평군의 양수리, 강원도 인제의 합강(合江) 등이 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아우내’도 두 개울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병천(幷川?竝川)에 해당하는 고유어 지명이 ‘아우라지? 아울치?아우내?아오내?아옵골?아내?아으내?아리?아름’ 등으로 나타난다.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강’도 두 강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우라지’는 ‘아올다>아울다>아우르다’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되었을 것이며, ‘아우내’는 ‘아울+내>아우내’에서 형성된 지명일 것이다.30)

交河 또한 글자 그대로 ‘물이 서로 사귄다’는 뜻으로 임진강과 한강물이 합쳐지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31)

 

本流와 支流가 합수되는 지점은 물고기의 서식지로 적합하여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장소이다.32) 그러나 합수지점은 익사사고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소(pool)가 형성되어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기도 하며, 겉으로는 물길이 잔잔하게 보이지만 물속은 유속이 빠르고 소용돌이가 형성되기도 한다.

 

29) 서선계?서선술 저, 김동규 역, 앞의 책, 764쪽, “山谷且要藏風 平洋先須得水 高山求窟 平洋求突.”

30) 조강봉, 앞의 논문, 26~27쪽.
31) 김기빈, 『국토와 지명3-땅은 이름으로 말한다』,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 2004, 31~34쪽.
32) 김현정, ?지형호칭에 의한 하천 미지형경관의 분류와 공간특성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석사학위논문, 49쪽.

 

(2) 어구(入口)

골짜기 초입부(谷口)는 바람의 측면에서 산곡풍의 피해가 발생하는 지형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홍수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형이다. 우리나라 지형의 통상적인 골짜기 형태를 풍수에서는 乾流水라 칭하며, 평상시에는 물이 잘 흐르지 않다가 장마철이나 폭우가 쏟아질 때 급격히 물이 불어 수해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기온의 현저한 상승과 함께 호우의 강도도 증가했으며, 일 10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최근 10년 간 뚜렷이 증가하였다. 이로 인하여 태풍·호우 등이 발생할 때 산지 일대에서는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게 되고, 하천 하류부에서는 홍수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높다.33) 이러한 추세를 보면 곡구 지역에서의 자연 재해 발생 가능성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3) 국토포털, 국가지도집 www.land.go.kr (검색일: 2012.8.16)

 

(3) 가뭄(乾)

물(水)과 관련한 재해는 범람 및 침수, 가뭄 등이 있다. 이 중 가뭄은 현대 기상학에서 무강수 계속일수가 20일 이상으로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뭄이 가장 심한 곳은 영남지방이다. 영남지방은 지형적 특성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자연재해 가운데 가뭄의 빈도가 가장 높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약 90회에 달해 5~6년 주기로 크고 작은 가뭄이 있었으며, 1960~1994년 동안에도 9번 기록되어 평균 4~5년에 한번 발생하였다.34)

 

이를 반영하듯 경북 지방에는 가뭄 관련 지명이 유독 집중되어 있다. 가뭄과 관계있는 지명은 ‘乾’, ‘가물’, ‘마른’, ‘한발’, ‘旱’, ‘마른 개울’ 등으로 나타나며, 매해 물이 부족한 지역의 갈수기 상황을 보여 준다. 이 중 乾은 경북 지방에 집중 분포(전국 201개 지역 중 53개 지역)되어 있다.35)

 

34) 윤순옥?황상일, ?삼국사기를 통해 본 한국 고대의 자연재해와 가뭄주기?, 『대한지리학회지』 제44권 제4호, 대한지리학회, 2009, 500쪽.
35) 김선희?박경, 앞의 논문, 462쪽.

 

 

4) 穴(定穴) 관련 지명

 

(1) 평평한 땅과 벌판(平?坪)

평평한 땅과 벌판(平?坪)은 명당의 크기 및 형태와 관련되는 지명이다.
과거 농경생활에 의존하던 시기에는 풍수적 명당 국면의 크기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리서 이중환의 『擇里志』, ?卜居總論?에는 삶터를 정하는 기준으로 地理, 生利, 人心, 山水 순으로 두어, 지리 다음으로 생리를 강조했다. 생리는 인간생활의 기본인 衣·食을 위한 경제적 환경으로 인문지리적 요건에 해당하며, 그 조건은 토질이 비옥한 곳과 물자교역이 원활한 곳이다.36)

결국 명당 국면이 넓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생리’적 조건을 갖춘 장소임을 의미하며,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평평한 땅과 벌판(平?坪) 지명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평야는 해발고도가 250m 내외로 낮고, 경사도가 완만한 저지대를 가리킨다. 평평한 땅도 위치, 모양, 구성 물질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강원도 동해시의 북평(北平)은 북쪽에 있는 평평한 땅에서, 전남 나주군의 남평(南平)은 남쪽에 있는 평평한 땅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장흥군의 장평(長平)은 면의 중앙을 흐르는 보성강 유역에 협장(狹長)한 곡저평야가 발달되어 있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의 광평(廣坪)은 해발 600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도 광활한 평지가 전개되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태백산지와 소백산지에는 고위 평탄면이 분포한다. 해발고도가 700m 이상일 정도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경사가 완만한 지형이다. 그 중 강원도 평창군이 대표적이다. 평창군에는 평창, 봉평, 용평, 장평 등 ‘평’ 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이 지역은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가파른 산지를 이루고 있지만, 정상 부근에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평탄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평’자가 구성 물질과 합쳐 지명이 지어진 곳도 있다. 구성 물질이 미세한 점토이면 토평(土坪), 보다 굵은 모래이면 사평(沙坪)이 된다. 전자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후자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알려진 섬진강 유역에서 나타난다. ‘평평한 모래밭’이라는 의미로서 ‘평사(坪沙)’리인 것이다.

 

36) 김연호, 『한국 전통 지리사상』, 한국학술정보, 2010, 81쪽.

 

(2) 응달과 양지(陰?陽)

지명 응달과 양지(陰?陽)는 명당 국면의 위치를 반영한다. 한자 지명에서 ‘양(陽)’은 산의 남쪽(예, 한양=한산의 남쪽), 또는 강의 북쪽(한양=한강의 북쪽)을 뜻한다.37) 이를 山南水北이라 표현하며 햇빛이 잘 비치는 양지로서 사람이 거주할 만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반면에 응달진 곳은 山北水南의 장소로서 산지의 북사면인 음지가 된다.

 

지구 표면의 기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요인은 지표로 입사하는 태양복사 에너지이다. 이러한 태양복사 에너지는 계절에 따라, 밤과 낮에 따라 변하므로 기온도 계절 변화 및 일변화를 하게 된다. 이러한 효과는 산악 지방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북쪽으로 향한 산사면보다 남쪽으로 향한 산사면에서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나며 토양이 건조한 상태로 있다. 이것은 기온이 높을수록 증발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즉, 산악 지방의 남사면은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은 반면 북사면은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다.38)

 

보편적으로 음양 포함 지명은 음양 대응형이 많으며, 대부분 지형 조건과 일조 관계에 의한 명명이다. 남향의 산록에 입지하여 채광이 양호한 마을의 명칭이 ‘양지’가 되고, 그 대응의 경우가 ‘음지’가 된다.39)

‘양지’는 건물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남향 위주로 되어 관계없으나, ‘음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음지’에서 채광 조건만을 강조해 건물을 일방적으로 남향으로 배치할 경우 지세의 흐름과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풍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背山臨水’가 아닌 ‘背水臨山’이 된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펼치는 군사 전법인 ‘배수진’과 같은 형국이 되는 것이다.

 

산간 지역의 주택은 통상 평지가 아닌 산능선 하단부에 조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물 배치를 자연 지형에 순응하여 배산임수로 조성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산간지역 주택의 입지 선정은 가능한 ‘양지’에 해야 일조권 및 에너지 절약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불가피하게 ‘음지’에 입지 할 경우에는, 건물의 기본 방향을 절대방위보다 지형에 맞게 배산임수로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주출입문을 지형상 하단부에 배치하되, 남쪽의 창문을 넓혀 일조 조건을 보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음지를 나타내는 지역은 충북 음성(陰城), 황해도 평산 땅에 강음이 있다. 경남의 산청(山淸)은 산음(山陰)에서 고쳐진 지명이다. 양지에는 양촌(陽村)?양지마을?양지뜸 등의 이름이 표출된다. 경기도 김포군의 양촌면과 화성군의 남양(南陽)면, 충북 영동군의 양산(陽山)면, 충남 논산군의 양촌면, 경남 하동군의 악양(岳陽)면, 경남 통영군의 산양(山陽)면, 경남 산천포시의 남양 등이 있다.40)

 

37) 강길부, 『울산 땅이름 이야기』, 도서출판 해든디앤피, 2007, 128쪽.

38) 이광호, 『인간과 기후환경』, 시그마프레스, 2010, 43~44쪽.
39) 강희순?범선규, 앞의 논문, 376쪽.

40) 오홍석, 앞의 책, 64~69쪽.

 

(3) 지질?광물

① 흙과 모래와 돌(土?砂?石)

토질은 眞穴을 판단하는 한 요소이다. 토양의 구성 성분, 색깔 등이 지명으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토양은 그 입자의 크기에 따라 자갈, 모래, 흙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흙이라도 砂土보다 沈積土의 입자는 가늘고 섬세하다. 입자의 크기는 운반력과 관계되므로 하천의 상류에 굵은 것이, 하류에 섬세한 것이 퇴적된다. 일반적으로 산지 계곡하천의 상류지역으로 갈수록 ‘돌’, ‘석’자 지명이 나타나며41), 하류로 갈수록 모래(砂)와 흙(土)의 지명이 나타난다.

 

전남 곡성군의 석곡(石谷),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석촌(石村: 돌골)과 석읍(石邑), 강원도 홍천의 서석면(瑞石: 상서로운 돌)은 모두 돌이 많은 지역 환경을 반영하는 이름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하천인 모래내(사천), 강원도 명주군의 사천면, 경북 영풍군 단산면의 사천리는 모두 모래가 많은 하천에서 붙여진 이름이다.42)

 

41) 이영희, 앞의 논문, 293쪽.
42) 오홍석, 앞의 책, 193~196쪽.

 

② 검고 흼(黑?白)

기반암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지명이 붙는 경우도 있다. 전남 신안군의 흑산도(黑山)는 ‘검은 뫼’라는 뜻이다. 이곳은 백악기 말 화산활동의 영향권에 포함되는 곳으로 지질이 검은색인 화산암류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암석 중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넓은 것은 편마암이며, 그 다음이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흰 빛깔을 띠기 때문에 지명에 백(白)자가 많이 들어간다. 전북 김제군의 백산(白山)면과 경기도 양주군 백석(白石)면은 둘 다 흰 빛을 띠는 화강암을 기반암으로 삼는 지형조건과 연계된다. 설악산은 눈처럼 희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화강암은 중생대에 지하 깊은 곳에 관입한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암석이다. 땅속 깊은 곳에 있던 화강암이 오랜 세월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아 피복 물질이 제거되고 지표 위로 드러난 것이 우리가 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화강암은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비롯한 산 전체에 널려 있는 돌산(石山)이다(<그림 4>).

서울의 북한산, 관악산, 계룡산, 설악산, 경주의 남산 등이 대표적이다.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진 돌산은 식생이 빈약하고 지하수가 적은 편이다. 반면 편마암 지역은 산 전체에 토양이 두터워지고 평탄한 느낌의 흙산(土山)이 된다. 흙산은 흙이 두터워 울창한 삼림으로 덮이고, 풍부한 지하수를 머금을 수 있어 가뭄의 피해가 적다.43) 태백산에서 오대산에 이르는 영서고원 지대와 지리산, 덕유산 등이 흙산이다.

 

43) 노웅희?박병석, 『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2006, 33~37쪽.

 

 

<그림 4> 흙산(土山)과 돌산(石山)

 

 

화강암 지역은 흙이 두텁지 못하고 식생이 빈약하여 지하수를 오랫동안 머금지 못한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계곡물의 양이 얼마 되지 않다가 비가 오면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은 급류가 되어 계곡은 왕성한 침식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하류 일대의 하천이나 바닷가에는 모래가 많이 퇴적된 것을 볼 수 있다.

 

풍수에서는 화강암(石山) 지역을 오성(五星-木?火?土?金?水) 중 火星으로 분류한다. 뾰족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산 정상의 형태가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성질에 있어서도 陰陽五行의 ‘화’와 석산은 공통점을 보인다.

음양오행에서의 ‘화’는 타오르는 불꽃을 의미하며, 뜨겁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가진 물질, 또는 그 성질이 맹렬한 것에 비유된다. 그래서 방위로는 남쪽을 가리키며, 계절로는 여름(夏)에 해당한다.44)

토산이 나무로 울창하게 덮여 있고, 계곡물의 양이 비교적 일정함을 유지하는 반면에, 석산은 뾰족하고 거친 바위가 드러나 있고 계곡물의 양과 침식 작용 등에 있어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석산은 음양오행의 ‘화’의 성질을 닮아, 풍수에서 氣勢가 강한 산으로 여겨진다.

 

또한 풍수에서는 이러한 석산에 뒤를 기대어 자리를 잡거나 석산이 앞에 보일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마을 주위에 火山이 보일 경우 숲을 조성하여 화산을 가리거나, 오리를 얹은 솟대 혹은 자라나 거북 등의 조형물을 배치하거나, 못을 파서 火氣를 극하는 등의 裨補45) 조치를 하였다.46)

 

숲을 조성하거나 조형물을 배치하는 행위는 석산의 형태가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과 닮았다고 여기는 환경 심리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수동적인 비보였다. 반면 마을과 화산 사이에 못을 파는 행위는 실제 화재 발생시 석산의 지질적 특성상 평소 개천의 지표수가 부족한 것에 대비하여 消火水를 준비한 보다 적극적인 비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44) 강진원, 『알기쉬운 역의 원리』, 정신세계사, 2011, 82~85쪽.
45) 완벽한 명당의 조건을 갖춘 땅을 실제로 찾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에 기존 땅의 결함을
보완하여 길한 땅으로 바꾸어 주는 풍수적 조치를 의미한다.
46) 최원석, 『한국의 풍수와 비보』, 민속원, 2004, 290쪽.

 

③ 붉음(赤?丹)

석회암지대의 흙은 붉은 빛을 띠어서 ‘붉은 흙’을 뜻하는 ‘테라로사’로 불린다. 테라로사는 석회암이 용식되는 과정에서 물에 녹지 않고 남은 철이나 알루미늄 등이 산화하여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이러한 지역에는 석회동굴이 많이 있어 관광지가 형성되어 있고, 시멘트 공장이 들어선 경우가 많다.

 

충북 단양군의 적성(赤城: 붉은 성)면, 경북 영풍군 단산(丹山)면의 옛 이름인 적산(赤山), 경남 산청군의 단성면(丹城: 붉은 고을)은 모두 석회암의 붉은 색과 연계되는 지명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홍도(紅島: 붉은 섬)는 암석이 사암(砂岩)이거나, 그것이 변질된 규암(硅岩)이므로, 모두 불그스름한 색채를 띠고 있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5) 풍수지리에 의한 지명

 

풍수지리는 자연의 형세와 사람의 吉凶禍福을 연관 지어 이해하려는 전통적 지리사상이다. 한국의 국토는 구석구석이 풍수의 세례를 받아 왔고,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포함한 전통문화는 풍수와 연결된 면이 많다.47) 지명 또한 예외일 수 없으며, 한국의 지명에는 풍수적으로 해석 가능한 것들이 많고 풍수적 사고가 아니면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는 지명이 동?식물, 사람, 사물의 형상을 차용하여 명명된 경우가 많고, 풍수적 사고 또는 풍수의 형국론적 사고에서 해석 가능한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48)

 

풍수 사상의 이론체계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지명은 주로 ‘형국론’에 의해 붙여진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일반인들이 여타 이론 풍수에 비해 형국론을 쉽게 접할 수가 있었으며,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변 사물들을 사람이나 사물의 형국에 비유하여 그 소응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형국론은 산천의 겉모양에는 각각 그에 상응하는 기운이나 정기가 내재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혈과 명당 주위 환경을 사람이나 동?식물, 혹은 사물에 비유하여 풍수 형국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특정한 풍수 형국의 경관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 풍수 형국의 조화를 깨뜨리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했으며,49) 오히려 형국을 완성하여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비보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마을이 ‘제비집 형국(燕巢形)’인데 그 맞은편 산자락이 ‘지네산(蜈蚣形)’이므로 지네가 제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숲을 조성했다거나, 마을 뒷산이 ‘누워 있는 소(臥牛形)’의 형국에 해당하므로 마을 앞에는 소의 여물이 담겨 있는 구시를 상징하는 연못을 팠다든가, 마을의 지세가 ‘떠나가는 배(行舟形)’의 형국이므로 마을 안에 우물을 파면 배가 가라앉는 격이 되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든가 하는 예 등이 있다.50)

 

풍수 형국명은 단독형으로 된 것도 있지만, 주로 두 개 또는 세 개의 형국이 상호 경계, 보완하는 구조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호랑이산(伏虎形) 앞에는 개(狗)나 노루(獐) 모양의 작은 동산이 있다. 호랑이는 먹잇감이 있어야 산기운이 발동해서 이 땅을 점유한 자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진다.

그리고 산이 길고 골짜기가 양쪽으로 있는 지형에는 ‘백족산’이라는 지명이 붙는데, 백족은 지네의 별명이다. 지네산의 앞쪽에는 구인(?蚓: 지렁이)형과 지네의 강한 힘을 견제하기 위한 닭 형국이 있기 마련이다. <표 4>는전국의 지명에 나타나는 풍수 형국명의 사례이다.

 

47) 윤홍기, ?왜 풍수는 중요한 연구주제인가??, 『대한지리학회지』 제36권 제4호, 대한지리학회, 2001, 344쪽.
48) 천인호, 앞의 논문, 2011, 213쪽.

49) 성동환, ?풍수 논리 속의 생태개념과 생태기술?, 『대동문화연구』 제50집,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2005, 513쪽.
50) 권선정, 앞의 논문, 25쪽.

 

<표 4> 지명에 나타나는 풍수 형국명 사례 51)

 

 

또한 풍수 형국은 그 형태와 크기에 따라 그 지역의 개발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의 개발 성장의 한계성 사상을 내포하고 있고 한국형 환경 관리의 일면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명당 형국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도성이 될 수 있고 작은 읍이나 마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풍수에서는 하나의 국세를 이루는 명당 주위 분지만이 개발이 가능하며 뒤로 주산, 동으로 청룡, 서쪽으로 백호 앞으로 안산 등은 개발 저지 지구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도시나 취락의 주위는 녹지대로 보호되었으며 녹지가 없는 곳에는 오히려 녹지를 조성했다.52)

 

풍수 형국명은 우리 국토 곳곳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며, 인근 지역에도 있을 수 있다. 지역의 토착민들은 풍수 형국명이 어떠한 배경으로 발생 되었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지금까지도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 개발 및 도시 계획 입안자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풍수 형국명이 부여된 산이나 바위 등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민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51) 위의 논문, 26쪽.
52) 윤홍기, 『땅의 마음』, 사이언스북스, 2011, 158쪽.

 

 

6) 기타 지명

 

(1) 동?식물 상징 지명

동?식물을 상징하는 지명도 전국에 다수 분포한다. 동물의 이름이 지명으로 채택되는 원인은 대부분 그 지역의 생김새가 동물의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로 장수(長壽)하는 동?식물의 명칭을 지명에 사용한 경우가 많다.53)

많이 나타나는 동물로는 용(龍), 봉(鳳), 마(馬), 학(鶴), 웅(熊), 호(虎), 구(龜), 우(牛) 등이며, 식물은 송(松), 죽(竹), 오(梧), 리(梨), 초(草)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동물이 해당지역에 많이 서식하였거나 서식한 적이 있는 경우에도 동물 지명이 붙는 경우도 있다. 이영희는 지명 속에 나타난 북한 개성시의 자연경관특성을 고찰한 연구에서, 동?식물 지명이 나타나는 지역의 환경과 해당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유사함을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뱀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뱀이 서식하기 유리한 하천과 100m 내외의 낮은 산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라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실제 자라가 서식하는 습지로 된 곳이 많음을 확인하였다.54)

 

한편 마(馬), 용(龍), 웅(熊)으로 시작되는 지명중의 상당수는 동물과 직접 관련이 없이, ‘으뜸 또는 큰(大)’의 의미를 지닌 공통점을 보인다.55)

예를 들어, 마령(馬嶺)?곰티(곰재)?용고개(龍峴)는 인근에서 가장 높거나, 그 자체로 큰 고개를 의미한다. 또한 마산(馬山)마을?곰실?용곡(龍谷)은 지역 일대에서 으뜸 되는 마을을 나타낸다. 식물 명칭으로 사용되는 ‘송(松)’은 소나무라는 뜻 이외에도 ‘살만한 곳’이라는 뜻도 있다.

 

53) 강길부, 앞의 책, 1997, 40쪽.
54) 이영희, 앞의 논문, 299쪽.
55) 김영일, ?동물 명칭 관련 지명의 새로운 인식-말(馬), 곰(熊), 용(龍)계 지명을 중심으로?, 『어문학』 제92권, 한국어문학회, 2006, 14쪽.

 

 

5. 맺음말

 

본 연구는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을 고찰한 것이다. 지명은 장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표현된 것으로서, 해당 장소의 지리적 특성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지명이 해당 ‘장소’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환경지각 사상인 풍수도 지명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풍수를 우리의 전통적인 환경지각 사상 및 땅을 파악하는 마음틀로 정의할 경우, 지명이 해당 ‘장소’를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명에는 각 지역 땅의 모양이나 위치, 방향 등은 물론 기후, 지형, 토양 등의 자연 지리적 특성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13개 종류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의 대부분이 풍수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지명에 반영된 지리적 특성이 해당 지역의 풍수적 특성과 길?흉의 정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역 개발 및 도시 계획 등에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지명에 반영된 지리적 특성을 통해 터의 성격에 부합된 풍수적 활용을 위한 기준점이 되기도 하며, 지명 속 지리적 특성이 나타내는 풍수적 결함을 보완하여 보다 살기 좋은 지역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한 참고점이 되기도 한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한국지명총람』에 수록된 전체 지명을 대상으로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추출한 정량적 분석이 아닌, 지명과 풍수의 연관성에 대한 기초적인 고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을 풍수적인 시각에서 포괄적으로 고찰한 것은 최초의 시도라고 여겨지며, 여기에 본 논문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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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Connection between Feng-Shui and Place Names that Reflect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Park, Sung-Dae

 

Place name reflects the geographical, cultural and historical characteristics of a region. If place name is the product of geography, culture and history, we can guess that the formation of place name by feng-shui, a Korean traditional spatial epistemology. This study noticed that place name reflects 'the geographical place'. That's why place name reflects all of the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of a region.

This study investigates the connection between feng-shui and place names that reflect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Surveying 13 types of place names, there was a connection between most of place names that reflect the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and feng-shui. This study will serve as a reference for the regional development and urban planning consistent with the characteristics of the region(place).

 

* Key Words: Place Name, Geography, Topography, Feng-Shui, Hyeonggug Theory

 

ㆍ논문투고일: 2012년 10월 5일

ㆍ심사완료일: 2012년 11월 5일

ㆍ게재결정일: 2012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