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漢詩및 시조

본체(本體) / 권 근(權近, 1352-1409)

경호... 2012. 12. 6. 00:00



본체(本體) / 권 근(權近, 1352-1409)

舟南者見月之南 舟北者見月之北
주남자견월지남 주북자견월지북

남쪽으로 가는 배는 달을 보며 남쪽으로 가고
북쪽으로 가는 배도 달을 보며 북쪽으로 간다.

而一月之體 無南北也
이일월지체 무남북야

하지만 하나의 달이란 본체는
남과 북의 구분이 없다.

分南北者 謂之非月不可也 謂之眞月亦不可也
분남북자  위지비월불가야  위지진월역불가야

남북으로 나뉜 것을 달이 아니라고 해도 안되고,
진짜 달이라고 해도 또한 안 된다.

卽分照之影 而求其不分之體
즉분조지영  이구기불분지체

나뉘어 비추는 그림자에
나아가 나뉘지 않은 본체를 구한다면

則眞月卽在分照之中 非有二也
칙진월즉재분조지중  비유이야

진짜 달은 바로
나뉘어 비치는 가운데 있을 뿐
둘이 있는 것이 아니다.

- 권근(權近, 1352~1409) -



달 보며 남쪽으로 흘러 내려가도
달빛은 날 따라오고,
달 보며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달빛은 날 따라온다.

남쪽으로 날 따라 내려간 달빛과
북쪽으로 날 따라 올라온 달빛은
같은 달빛인가 아닌가?

달은 그저 중천에 높이 떠 있는데
저마다 저 있는 자리에서
그 달을 보며 제 생각을 한다.

월인천강(月印千江),
천 개의 강물 위로 도장 찍힌 달빛은
진짜 달일까 아닐까?

강물 위에 비친 그림자가 허상일 뿐이라면
진짜 달은 허공에만 붙박혀 있는걸까?

하늘에 뜬 달과
강물에 비친 달의 거리는 아득히 먼데,
맑은 강물 빛에 어린 밝은 달빛은
그 아득한 거리를 아랑 곳 않는다.

물위에 비친 달을 보며
한 이치에서 나와
일 천개 일 만개로 나뉘어지는
일리만수(一理萬殊)의 간격 없음을 생각한다.

한 깨달음이 내 마음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내 모든 행동으로 옮겨지고,
그것이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옮겨지는
그 아름다운 감염의 경로를 생각한다.

나를 버림으로
내가 존재한다.
버린다하여
어이 내가 없어질 것이며

그 본체는 영원하거늘
버린 나와 존재하는 나,
그 속에 우리의
맺음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