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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피선(口脣皮禪).일미선(一味禪) / 윤창화

경호... 2012. 11. 22. 00:16

20. 구순피선(口脣皮禪)

 

조주가 훌륭한 법문과 선기로 수행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했기에 붙여진 이름

 

조주(趙州, 778∼897)선사의 선(禪)을 일명 ‘구순피선(口脣皮禪)’이라고 한다. ‘구순피’는 입과 입술을 가리키고 그 의미는 훌륭한 법문을 뜻한다. 즉 조주선사가 훌륭한 법문과 선기(禪機)로 많은 수행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했기 때문에 구순피선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무자화두’라든가, ‘정전백수자’ 그리고 그 유명한 ‘끽다거’도 모두 조주선사의 선문답에서 시작되었다.


<조주구자(趙州狗子) 공안>

 ‘어느 날 한 수행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이에 조주는 “없다(無)”라고 대답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위로는 부처님을 비롯하여 아래로는 하찮은 벌레까지도 모두 다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습니까?”

조주선사가 답했다. “개에게 업식성(중생심)이 있기 때문이다.”


<조주백수(趙州柏樹) 공안>

한 납자가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조주선사가 답하였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庭前柏樹子).”


<끽다거(喫茶去) 공안>

어느 날 한 납자가 조주선사를 찾아왔다. 선사가 물었다.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예, 왔었습니다.”

“아, 그래, 차나 한 잔 마시게(喫茶去).”

다음날 또 납자가 찾아왔다. “일찍이 여기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적이 없습니다.”

“차나 한잔 마시게(喫茶去).”


위의 세 공안은 너무 유명하여 중국 천하를 휩쓸고도 모자라 우리나라와 일본도 점령했다. 이 밖에도 조주선사와 관련된 공안은 매우 많다.

조주선사가 삼거리에서 길을 묻는 납자들을 희롱하고 있는 노파를 감파했다는 <조주감파(趙州勘婆) 공안>, 법당에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법당에서 “불이야! 불이야!”하고 소리쳤다는 <조주구화(趙州救火) 공안>,

“진주(鎭州)에서는 꽤 큰 무가 난다지.”라고 말한 <조주나복(趙州蘿蔔) 공안>,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고 물은 <조주 만법귀일(趙州萬法歸一) 공안>,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게 아니다. 오직 주의할 것은 취사선택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한 <조주무난(趙州無難) 공안>.


그 밖에도 어떤 납자가 “어떤 것이 조주입니까?” 하자, “동문 남문 서문 북문”이라고 답한 <조주사문(趙州四門) 공안>,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하느냐?”고 말한 <조주석교(趙州石橋) 공안>,

“아침을 먹었으면 발우를 씻어라.”고 말한 <조주세발(趙州洗鉢) 공안>,

어떤 납자가 하직을 고하자, “버들꽃을 꺾어라(摘楊花).”고 말한 <조주양화(趙州楊花) 공안>,

“금부처는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고, 목불은 불을 건너지 못하며, 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참 부처는 안에 앉았느니라.” 말한 <조주전어(趙州轉語) 공안>,

짚신을 벗어 머리에 얹고는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 <조주초혜(趙州草鞋) 공안>,

<조주판치(趙州版齒) 공안>, <조주포삼(趙州布杉) 공안>, <조주호리(趙州毫簪) 공안>, <조주해자(趙州孩子) 공안>, <조주분소(趙州分疏) 공안>, <조주불자(趙州拂子) 공안> 등 조주로부터 기원한 공안은 매우 많다. ‘벽암록’에 수록된 100칙 가운데 조주의 공안이 무려 12개나 된다.

 

구순피선이란 조주선의 별칭이다. 그의 가르침과 법문, 선기(禪機), 그리고 지도방법이 워낙 번득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또 조주를 일컬어 ‘천하조주(天下趙州)’, ‘조주고불(趙州古佛)’이라고 하는 데, 그만큼 그의 법력이 탁월했다. 선종 각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무려 120세를 살면서 많은 납자들을 깨우쳤다.

 

14살 때 스승 남전과 오고간 대화는 일화 가운데서도 백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직계에는 법을 이은 제자가 없다.

 

 

 

 

21. 일미선(一味禪)

 

돈오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조사선

귀종선사 대우 스님 선문답서 유래

 

일미선(一味禪)이란 한 가지 맛의 선, 곧 최상승(最上乘)의 선을 가리킨다. 잡선(雜禪)이 아닌 순일(純一) 무잡한 선으로, 시대적으로는 당대(唐代)를 풍미했던 선, 즉 돈오를 기치로 내 걸고 있는 조사선을 가리킨다. 일미선은 당 중기의 선승인 귀종지상(歸宗智常, 생몰연대 미상) 화상과 대우스님 사이에 오고 간 선문답에서 비롯된 말이다. 귀종지상은 마조도일(709∼788)의 제자로서, 귀종은 주석 사명(寺名)이다. ‘경덕전등록’ 등에 그의 설법과 기타 선승들과의 문답이 많이 실려 있다.


일미선의 유래가 된 귀종선사와 대우스님의 선문답은 ‘선종송고연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 11권과 ‘지월록’ 9권, ‘어선어록’ 등 그밖에도 선어록과 공안집에 많이 실려 있는데, 원문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대우(大愚)스님이 귀종(歸宗)화상을 뵙고 나서 하직 인사를 드렸다.

귀종화상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대우가 말했다. ‘제방 선원에 다섯 가지 맛의 선(五味禪)을 배우러 갑니다.’

 

귀종화상이 말했다. ‘제방 선원은 다섯 맛의 선이지만 나의 이곳은 오직 한 맛의 선(一味禪)만 있다네.’

대우가 물었다. ‘어떤 것이 한 맛의 선(一味禪)입니까?’

 

그러자 귀종화상이 갑자기 대우를 후려쳤다.

 

대우가 홀연히 크게 깨닫고 나서 ‘사(, 목이 쉰 소리)’하고 소리치면서 말했다.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귀종이 다그쳤다. ‘말해 봐라, 말해봐라(알았다면 말해 보라는 뜻).’

대우가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자(분별심이 들어가 있다) 귀종이 또다시 몽둥이로 내리쳤다.

 

대우는 그 후 황벽(黃蘗) 선사가 머물고 있는 선원에 이르러 이 이야기를 하자, 황벽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마조(馬祖) 문하에 무려 84명의 선지식이 배출되었지만 불법에 대하여 물어보면 모두가 다 오줌싸개 수준인데 오직 귀종만은 좀 깨달은 것이 있다.’라고 하였다.”


오미선(五味禪)이라는 말은 ‘다섯 가지 맛의 선’이라는 뜻이지만, 바꾸어 말하면 순수한 일미선이 아닌 잡선(雜禪)이라는 뜻이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인데, 여기서 오리지널이란 돈오선, 즉 조사선을 가리킨다.

오미선에 대하여 각운은 ‘선문염송설화’에서 ‘천태사교의’의 말을 인용하여 “12부경과 구품수다라, 방등경, 반야경, 법화경”이라고 하여 경전과 교학 전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으나, 일본 ‘선학사전’과 중국에서 나온 ‘선종대사전’에는 ‘선원제전집도서’의 말을 바탕으로 외도선(外道禪), 범부선(凡夫禪), 소승선(小乘禪), 대승선(大乘禪), 최상승선(最上乘禪), 이 다섯 가지가 오미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미선에 대하여 ‘선문염송설화’를 지은 각운은 자신의 서문에서 규봉종밀의 말을 인용하여

 

“선은 선나(禪那)이다.

중국 말로는 ‘사유수(思惟修, 명상), 정려(靜慮, 고요히 생각함)’라고 하는데 이것은 모두 정혜를 통칭한 것이다. 마땅히 이로 본다면 교외별전이 일미선이다

(禪者, 圭峯云. 具云, 禪那.

此云, 思惟修. 亦云, 靜慮. 斯皆定慧之通稱也. 當此看則, 敎外別傳一味禪也)”

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교외별전이란 불립문자의 조사선을 뜻한다.

 

사실 육조혜능 이후 마조도일 때에 이르러 조사선이 형성되었는데, 그들은 조사선이 최고이고 기타는 보잘 것 없이 취급했다. ‘응암화상어록(應菴和語錄)’ 10권 송고(頌古)에는

 

“왜 마음을 다하여 삼조연하(선당 내의 자기 좌선자리. 單이라고도 함)에 앉아 있는가? 곧장 귀종화상의 일미선을 뚫다(窮心何必在三椽, 直透歸宗一味禪)”라고 말하고 있다.

 

 

윤창화

 

/ 법보신문

 

 

 

 

 

碧巖錄

[第063則]南泉斬猫

 

< 垂示>

垂示云.

意路不到. 正好提?.

言詮不及. 宜急著眼.

若也電轉星飛. 便可傾湫倒嶽.

衆中莫有辨得底?. 試擧看.

생각으로도 이르지 못하니 반드시 끊임이 없어야 하고,

말이나 설명으로도 미치지 못하니 대뜸 깨쳐야 한다.

번개가 치고 별똥이 튀는 듯하며, 폭포를 쏟아붓고 산악을 뒤집는 것 같다.

대중 가운데 이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

 

< 本則>

擧.

南泉一日東西兩堂爭?兒.

南泉見遂提起云.

道得卽不斬.

衆無對. 泉斬?兒爲兩段.

하루는 동서 양편 승당에서 고양이를 가지고 다투자,

남전스님이 이를 보고 마침내 고양이를 잡으며 말하였다.

“말할 수 있다면 베지 않겠다.”

대중들이 대답이 없자,

남전스님이 고양이를 두 동강으로 베어버렸다.

 

< 頌>

兩堂俱是杜禪和.

撥動煙塵不柰何.

賴得南泉能擧令.

一刀兩段任偏頗.

양 편 승당에는 모두 엉터리 선객들

티끌만 자욱할 뿐 어찌할 줄 모르네

다행히도 남전스님 법령을 거행하여

단칼에 두 동강내어 한 쪽을 택했네

 

 

 

-[第064則]草鞋頭戴 -

 

< 本則> 擧.

南泉復擧前話. 問趙州.

州便脫草鞋. 於頭上戴出.

南泉云. 子若在. 恰救得?兒.

남전스님이 다시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 조주스님에게 묻자,

조주스님은 문득 짚신을 벗어 머리에 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전스님은 말하였다. “네가 그 때 있었더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 頌>

公案圓來問趙州.

長安城裏任閑遊.

草鞋頭戴無人會.

歸到家山卽便休.

< 송>

공안 분명히 하여 조주에게 물으니

장안성 안에서 한가로이 노니네

짚신 머리에 이었으나 아는 사람 없어

고향산천에만 가면 모두가 쉬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