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戀詩
落梅(낙매) / 金雲楚(김운초)
玉貌氷肌苒苒衰(옥모빙기염염쇠) 옥 같은 하얀 꽃이 하나 둘 시들더니 東風結子綠生枝(동풍결자록생지) 봄바람에 열매 맺어 가지마다 푸릇푸릇 棉棉不斷春消息(면면부단춘소식) 해마다 쉬지 않고 봄소식 이르나니 猶勝人間恨別離(유승인간한별리) 오히려 이별을 슬퍼하는 인간보다 낫구나
봄소식은 때가 되면 돌아오기에 참고 견디며 기다리라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별의 한과 사랑의 그리움에 마음 아파하는 나보다는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저 매화나무가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大同江(대동강) / 鄭知常(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개인 언덕에 봄빛이 파릇파릇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님 보내는 남포엔 걸핏하면 슬픈 노랫소리 大同江水何時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까나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
送人(송인)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데 한국 역대의 시가를 모은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대동강으로 실려있다
柳枝詞(유지사) / 李廷龜(이정구)
搖蕩春風楊柳枝(요탕춘풍양류지) 봄바람에 벌들가지 휘날리는데 畵橋西畔夕陽時(화교서반석양시) 화려한 다리, 물가에 석양이 질 때라 飛花료亂春如夢(비화료란춘여몽) 어지러운 꽃잎 사이로 봄은 꿈처럼 가는데 추愴芳洲人未歸(추잧방주인미귀) 슬프도다, 꽃 핀 삼각주에 님은 오시지 않네
버들가지 늘어선 물가를 따라 아름답게 채색한 다리를 정답게 거닐었던 곳을 이제 홀로 그리워 하니 어느덧 그 행복했던 시절이 꿈처럼 눈앞에 스치는 지난 날
箕城聞白評事別曲(기성문백평사별곡) / 崔慶昌(최경창)
錦繡煙花依舊色(금수연화의구색) 금수산의 안개 낀 꽃 예전과 같고 綾羅芳草至今春(능라방초지금춘) 능라도의 방초는 흐드러진 봄이라 仙郞去後無消息(선랑거후무소식) 도련님 떠나신 후 소식도 없는데 一曲關西淚滿巾(일곡관서루만건) 관서별곡 한 곡조에 수건을 적신다오
기성문백평사별곡을 풀이하면 기성은 평양을 백평사는 정 6품의 무관벼슬인 병마평사(兵馬評事)에 있던 최경창의 친구 백광훈(白光勳)이 지은 관서별곡(關西別曲)을 가리키는데 백광훈이 병마평사가 되어 떠나기 전에 아끼던 용만 기생 몽강남(夢江南)이 있었으니 최경창이 백광훈을 그리워하는 몽강남의 마음을 미루어서 지어 준 것이라 한다
春閨詞(춘규사) / 金三宜堂(김삼의당)
人靜紗窓日色昏(인정사창일색혼) 고요한 사창에 날이 저무는데 落花滿地掩重門(낙화만지엄중문) 꽃잎은 마당에 가득 중문은 닫혀 있네 欲知一夜相思苦(욕지일야상사고) 하룻밤 새 얼마나 그리운지 알고 싶다면 試把羅衾檢淚痕(시파라금검루흔) 비단 이불에 난 눈물자국 찾아보시게나
만물이 봄을 맞아 생기를 발하여도 혼자 있는 규방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님께서 떠난 후 홀로 또다시 봄을 맞이하는 여인네 이제 또 밤이 시작되면 긴긴 밤 동안 잠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고생할까?
悼亡(도망) / 李達(이달)
羅위香盡鏡生塵(나위향진경생진) 비단 휘장 향내 다하고 경대엔 먼지만 앉아 門掩桃花寂寞春(문엄도화적막춘) 문 닫힌 정원엔 복사꽃만 적막한 봄이라 依舊小樓明月在(의구소루명월재) 예전처럼 누대에 밝은 달이 떴건만 不知誰是捲簾人(부지수시권렴인) 모르겠어라, 누가 발을 걷어주리오
선조 때 최경창, 백광훈과 함께 삼당시인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이달은 그의 어머니가 기생인 서자 출신이라 관직에 나갈 수 없었지만 당대의 재야 학자로 이름이 높았고 만년에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스승이 되어 이들 남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南浦(남포) / 李克堪(이극감)
江上雪消江水多(강상설소강수다) 강 위에 눈이 녹아 강물이 불어나니 夜來聞唱竹枝歌(야래문창죽지가) 밤새도록 이별의 노래 들려오누나 與君一別思何盡(여군일별사하진) 이제 헤어지면 그리움은 언제나 끝날까 千里春心送碧波(천리춘심송벽파) 푸른 물결에 이 마음 실어 님 계신 곳에 보내리
정지상의 대동강이라는 시에 차운(次韻)하여 똑같이 多, 歌, 盡, 波를 사용한 작품인데 정지상의 시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無題 / 許筠(허균)
香濃수被元央煖(향농수피원앙난) 향내 짙은 원앙 이불이 따스한데 寶차落枕玄雲亂(보차락침현운란) 비녀 떨어진 베갯머리 검은 구름이 어지럽네 絳燭搖紅風捲만(강촉요홍풍권만) 진홍빛 촛불 흔들리고 바람이 휘장을 걷어 올려 瓊樓西畔低銀漢(경루서반저은한) 아름다운 누대 서쪽엔 은하수가 나직하구나 鳥鳴月落夜將半(조명월락야장반) 새 울고 달 기울어 밤은 깊어가는데 十二巫山春夢短(십이무산춘몽단) 무산 십이봉의 봄꿈은 짧기만 하구나
짙은 향내를 풍기는 원앙 이불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둘째가라면 억울해 할 천하제일의 바람둥이 허균이 지을 법한 글이라고..
贈某女(증모녀) / 金炳淵(김병연)
客枕소條夢不仁(객침소조몽불인) 나그네 잠자리 쓸쓸하고 꿈조차 어수선한데 滿天霜月照吾隣(만천상월조오린) 하늘 가득 차가운 달은 내 곁을 비추누나 綠竹靑松千古節(녹죽청송천고절) 푸른 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 지키지만 紅桃白李一年春(홍도백리일년춘) 붉은 복사꽃 하얀 자두꽃은 한 해의 봄을 즐긴다네 昭君玉骨胡地土(소군옥골호지토) 왕소군의 아름다운 몸 오랑캐 땅의 흙이 되었고 貴妃花容馬嵬塵(귀비화용마외진) 양귀비의 꽃다운 얼굴 외딴 곳의 티끌 되었네 人生本非無無情物(인생본비무정물) 인생이란 본래 무정한 것이 아니나니 莫惜今宵解汝身(막석금소해여신) 오늘밤 너의 몸 푸는 것을 아까워 말지어다
벼슬하여 뜻을 펼칠 수 없었기에 시로 세상을 조롱하고 자신을 자조하며 한평생을 보내야 했던 김삿갓 그래서 사대부들이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하는 내용을 거침없이 시로 쏟아내던 양반. 그는 과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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