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웃는 울음 / 천양희

경호... 2012. 4. 28. 00:54

 

 

 

웃는 울음

 

 천양희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는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없이 우는 것 말고

몸에 들어왔다 나가지 않는 울음 말고

웃는 듯 우는 울음 말고

 

저녁 어스름 같은 긴 울음

폭포처럼 쏟아지는 울음

울음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울음

집 구석 어디에서든

울 곳이 있어야 한다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 / 박창기   (0) 2012.04.28
북 / 채풍묵  (0) 2012.04.28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 손택수  (0) 2012.04.28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 김왕노   (0) 2012.04.28
꼬추농사 뭐 별거 있나 / 허림   (0) 2012.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