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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 채풍묵
사물놀이를 시작한 아들에게 등허리를 맡기고 북으로 누워보니 알겠다 더 세게 두드리라는 말 맞아보니 알겠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북은 평생 농사일로 늙은 소가 벗어준 옷을 입은 것이라는 말 밟혀보니 알겠다 늙은 소는 북채로 때릴 때마다 찌쁘드드한 소리 움찔움찔 주무르고 저런 소리 납작납작 밟아 펴면서 제 가죽 안에 한소리 길렀을 것이다 음, 좋은 소리는 시원한 소리였구나 꼭꼭 밟고 주무르고 두드려야 새어나오는 둥근 소리를 담고 뚜벅뚜벅 흙을 디뎠던게다 한 발 한 발 둥둥 땅의 소리로 기둥을 세워서 하늘 아래 사물이 담기는 놀이의 집을 지었을 게다
채풍묵 시인
1959년 전북 고창 출생, 서울에서 성장.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3년 ‘월간문학’을 통해 시조로 등단 1999년 ‘문학사상’에서 시로 등단 2008년 시집 <멧돼지> 천년의시작 현재 대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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