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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 뭐 별게 있나 / 허림
내 생전 첨 본다니 증말 가랑이 확 찌저지게 달렸드라구 농사란 게 사내놈들이 짓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 지지배 고추밭 보구는 속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니 츰에는 좆맛도 모르는 간내이가 뭔 농사를 저어 혀찼는디 부대낄쪽마다 생글생글 웃으며 거름은 은제 줘야 해유 첫물은 은제 따 줘유 묻는데 빈둥 건둥 내 고추나 받으라고 구래이 같은 속내를 내보이고 싶더만 내깐에 가끔씩 막걸래 사발이나 받아먹고 건성건성 일러줬는디 말대루 증말 짚이 갈고 뭔 두엄이랑 망우를 퍼다 뿌리는지 온 동네가 진동한 게 요 며칠 전인디 정게는 그 밭떼기에 동네 할머이들 열다섯이나 들러붙어 백 마흔 시박시를 땄다나 하더라구 어끄적께는 신배벽에 일어나 그 밭둑서리를 걷는디 또 한번 놀랐다니 저 위 밭둑서리에 웬 여자가 앉아 뒤를 보는지 뭐하는지 모르 것는디 암튼 뭐를 봤는지 고추가 불끈불끈 심을 쓰더니 또 가랑이가 찌저지게 주렁주렁 매달리더라구 그려 정작 고추농사만큼은 여자가 져야하는 같야 새내들이 주물러 봐야 그려 아침저녁으로 예편네를 올려보내 치마만 몇 번 걷어올렸다 내리면 지들이라구 벨 수 있어 커질대루 커져 용 쓰것지
* 지난 주에 춘천의 a4 동인이기도 한 허림 시인께서 자작시 한 편을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시편지로 띄웁니다. 사투리詩, 「고추 농사 뭐 별게 있나」입니다.
해학과 사투리가 살면 확실히 시도 삽니다.^^
지금이야 여성들의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습니다만, 여자와 아이를 사람 취급도 안 하면서 대놓고 박대하고 무시했던 세월이 참 깊습니다. (하긴 지금도 40대 아메리칸 상류층 백인 남성의 눈으로 세계는 돌고 있다는 우스개말도 있습니다만) 자고로 여자가 할 일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고 굳게 믿던 세월이 엊그제이지요.
허림 시인의 시도 그러한 여성편견에 대한 풍자와 함께 해학이 담긴 작품입니다.
생각해보면 어디 고추 농사뿐이겠습니까? 여자가 하면 뭘 해도 남자보다 낫지 않나 싶습니다.(딸 둘 둔 아빠의 편견입니다.^^)
2010. 11. 15
박제영(시인)
[출처] [소통의 월요시편지_216호]고추농사 뭐 별게 있나 / 허림|작성자 마경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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