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 詩.문태준 낭송 진광 장대현
김천의료원 6인실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옆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갈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 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 생각한다
그녀의 죽음 소리가
느릅나무 컵질처럼 점점 거칠해진다
나는그녀의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염처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 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