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시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경호... 2012. 11. 5. 13:53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 아메리카 원주민 아라파호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

 

 

 

애월(涯月) / 정희성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애월 밤 바다에 가서

나는 보았네

들숨 날숨 넘실대며

가슴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물미는 소리

물써는 소리

오오 그대는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나

 

 

 

 

 

 

 

 

시인본색 / 정희성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烏骨鷄)!


 

 

소나기 / 정희성

 

날 기울고 소소리바람 불어 구름 엉키며

천둥 번개 비바람 몰아쳐 천지를 휩쓸어오는데

앞산 키 큰 미루나무 숲이 환호작약

미친 듯 몸 뒤채며 雲雨의 정 나누고 있다

 

나도 벌거벗고 벼락 맞으러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