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꽃과 편지 / 엄창섭

경호... 2012. 2. 8. 15:04

 

 

 

 

 

 

 

꽃과 편지 / 엄창섭

 

 

당신의 티없는 미소에

나의 하늘은 마냥 푸르르고

낯익은 물상도 하나같이 허물을 벗고 새로이 변신합니다

 

어제의 태양, 그대로의 강물이지만

나뭇가지 사이에 파닥이는 새들의 하찮은 유희도

등산길에 버려졌던 풀꽃의 기억도

생명의 경이로움 더해줍니다

 

사랑하는 그대가 소중한 모든 것

한치의 인색함없이 떨리는 가슴으로 나누어 주며

초침의 흔들림 아쉬워할 때, 그토록 뒤척이던 대양의 파도는

일순 조용히 숨죽였고

신비롭게도 우리의 작은 우주엔

섬세한 바람마저 율동을 정지했습니다

 

아직은 부끄러움 출렁이는 당신의 커다란 눈망울에

간절한 그리움 하나가 언제가의 눈부신 해후를 위해

고통을 운명으로 감내하는

수초 흔들리는 바다 밑의 진주 조개처럼

창조의 기쁨 싹 틔우고 있습니다

 

 

 

 

꽃과 편지 2 / 엄창섭

 

 

어둠 속에서도 네 수줍은 미소는

청초한 꽃으로 피어난다.

 

천천히 커가는 만월처럼

나뉨의 아픔은 깊이를 더하는데

또박또박 층계 오르던

귀익은 네 발자국소리하며

가슴을 뛰게 하는 고운 눈망울은

새벽 산등성이로 날아오르는

물안개인 양 나를 위감는다.

 

흔적없는 바람에 날려온

향그린 꽃잎 하나가

내 입술 촉촉히 적실 때

상기된 그네의 두 볼은

투명한 눈물에 젖는다.

 

끊임없이 격랑에 부딪낀

피곤한 내 일상의 향해는

안식의 닻을 내리고

 

그토록 오랜 날,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켜온 순수는

뜨락에서 사락사락 나려앉은 눈과 같이

눈부신 태어남의 아침을 맞는다.

 

영혼 깊이 숨겨둔

너와의 내밀한 언어는

침묵 뒤에 일어서는

사랑의 기호학.

 

 

 

엄창섭

강릉 출생,현재 관동대 교수, 한국시문학회 회장, 현대문예비평학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이사,

시집 '바다와 해' '눈부신 약속'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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