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인간론 / 김경미

경호... 2012. 2. 8. 15:07

 

 

 

 

 

 

 

 

인간론 / 김경미

 

 

1

옳지 않다

나는 왜 상처만 기억하는가

가을밤 국화 줄기같이 밤비 내리는데

자꾸 인간이 서운하여 누군가를 내치려보면

내가 네게 너무 가까이 서 있다

그대들이여, 부디 나를 멀리해다오, 밤마다

그대들에게 편지를 쓴다

 

 

2

물 주기도 겁나지 않는가

아직 연둣빛도 채 돋지 않은 잎들

동요 같은 그 잎들이 말하길

맹수가 아닌 갓 지은 밥처럼 고슬대는 산양과

가슴 한가운데가 양쪽으로 찢긴 은행잎이

고생대 이후 가장 오래 세상을 이겨왔다 한다

 

 

3

관상(觀相)에서 제일 나쁜 건 불 위에 올려진 물 없는

주전자 형상이라지 않는가

바닥 확인하고 싶으면 가끔 울어보라 한다

 

 

 

 

 

가을 통화 /김경미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하면

어제보다 좀 덜 슬플 수 있을까

생각해요......"
 

오래 전 은동전 같던 어느 가을날의 전화.

너무 좋아서 전화기째 아삭아삭 가을 사과처럼 베어먹고

싶던. 그 설운 한마디. 어깨 위로 황금빛 은행잎들

돋아오르고. 그 저무는 잎들에 어깨 집혀 생이라는

밀교. 밤의 어디든 보이지 않게 날아다니던. 돌아와

찬 이슬 털며 가을밤. 나도 자주 잠이 오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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