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사랑과 운명 / 백무산

경호... 2012. 2. 1. 01:05

 

 

 

 

 

사랑과 운명 / 백무산

갈 수 없어 못 갔겠습니까
이런 세상에 꽃피는 사랑과 종말에 대해
내 어찌 청맹과니로만 살았겠습니까
가슴 한 귀퉁이 무너지는 눈물이 없어
돌아섰겠습니까

그곳은 차라리 길이었으므로 갈 수가 없습니다
길은 붙잡을 수 없으니
내 어찌 무어라도 붙잡기를 바라겠습니까
이런 세상의 사랑과 종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를 리 있겠습니까
이미 존재하는 길은 머무는 길입니다
머물러 할 수 있는 일은 소유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나날은 열겹 스무겹 자신을 방어해야 할 뿐
이내 사랑은 식은 찻잔처럼 저물고 오직 머무름의
안락이나 되돌아보는 휴식에 노을은 지고 맙니다
아아 설사 내 모든 것이 잘못된다 해도 한파처럼 엄습해 올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유혹을 내 어찌 떨쳤겠습니까
운명을 믿지 않으나 사랑에 대해서는
운명이랄 밖에 달리 무어라 하겠습니까

가슴 미어지는 나날을 택했습니다
꽃피듯 한번씩 돌아오겠지요
다함이 없는 그리움으로 돌아오겠지요

 


사는 일이 아니라 그리워 하는 일 / 백무산

이게 사는 일인가 돌아본다
언 땅이 녹으면 되리라
꽃이 피면 되리라
비바람 계절만 지나면 되리라
언제까지고 이게 사는 일인가 돌아본다
삶은 언제까지고 유보되고
삶은 그리움으로만 남고
우리는 사라진다

사는 일과 유보하며 사는 일,
나와 나의 허구가 대칭을 이루면 산다

돌아보니
살았다 해야 하나

아, 산다는 말은
틀린 말.
그리워 하는 일이라고
할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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