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 정호승
눈은 내리지 않는다
더이상 잠들 곳은 없다
망치를 들고 못질은 하지 않고
호두알을 내려친다
박살이 났다
미안하다
나도 내 인생이 박살 날 줄은 몰랐다
도포자락을 잘라서 내 얼굴에
누가 몽두를 씌울 줄은 몰랐다
여름에 피었던 꽃은 말라서
겨울이 되어도 아름다운데
호두나무여
망치를 들고
나를 다시 내려쳐다오
축하합니다 / 정호승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다리다가 서서 죽으신 분도 손 드셨군요
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실패를 축하합니다
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밤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희망 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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