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식 지음/홍성사·1만3000원
한국 교회는 ‘영화관 교회’다. 목사는 설교만 하고, 교인들은 그저 듣기만 한다. 목사의 목소리가 커질 때면 간간히 ‘아멘’이나 ‘할렐루야’를 외치는 게 전부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인들의 정신상태는 갈수록 관람자나 시청자처럼 변해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가서 ‘개인기’로 충만한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면 그걸로 ‘땡’이다. 교인들은 개척교회에 가길 꺼린다. 건물 신축 헌금 등 각종 헌금 강요가 불 보듯 뻔하다. 차라리 번듯한 건물이 있는 대형 교회에 다니면 부수적으로 얻는 이익도 많다.
목사의 성공은 교인 수나 헌금 액수, 교회 건물 규모로 평가받는다. 목사는 교회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중소기업 사장님에 가깝다. 자기 손으로 일군 ‘기업’에 대한 강한 애착과 소유욕, 그 기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는 의지, 권위적 태도가 그렇다. 많은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들은 감동적인 설교를 위해 표절도 생활화돼 있다. 유학파 목사가 늘어나면서 영어 성경을 인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일상 언어와 담쌓은 성경책은 교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어려운 성경은 언제나 해석해줄 ‘브로커’가 필요하다. 말씀을 해석할 권한을 독점한 ‘브로커’는 그에 따른 권력을 누리게 된다.
‘사탄’으로 불릴 각오가 서 있지 않다면 기독교 내부 논의에 아예 끼어들 생각을 말아야 한다. ‘무개념’에 기초한 기독교인들의 공격성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단으로 낙인찍는다. 이 함정에 걸려들면 그 사람의 사회적 생명은 끝장이다. 이기적이며 말과 행동이 다른 독선적 기독교인들의 자화상이다. 생명력이 완전히 빠져나가 윤기라고는 전혀 없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북어포나 오징어포 또는 잘 말린 육포를 연상케 한다.
법학자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지금까지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슬픔·절망·희망을 담은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펴냈다. 그에게 교회는 기쁨의 원천이면서 슬픔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은 쓰고 싶어서 쓴 책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쓴 책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책은 제목처럼 세상 속의 교회가 아니라 교회 속의 세상이 돼 버린 한국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세상 속에 있기는 하지만 세상과 구별돼야 하는 공동체가 어느새 철저히 세속화해 ‘교회 속에’ 세상의 가치와 기준이 들어오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속화된 교회는 날로 그 힘을 축적해,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언까지 시작한다. 반공·친미·기복의 기독교를 비판하면 당장 친북·친공·불신의 기독교인으로 낙인찍힌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야 할 역할을 국가와 보험회사에 빼앗겨버렸다. 교인들 모두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을 나눠주자는 메시지는 있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자는 메시지는 없다. 이처럼 샬롬 공동체의 본질을 잃어버린 결과, 교회도 세상도 아닌 중간적 의미의 조직이 급증했다. 기독교 대학, 기독교 기업, 기독교 로펌, 기독교 정당, 기독교 시민단체 등 ‘기독교+거시기’를 만드는 것이 마치 기독교인의 중요한 소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은이는 약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질문을 바꾸는 교회,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교회, 실험을 주저하지 않는 교회가 한국 교회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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