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그리움 / 최승자

경호... 2012. 1. 26. 22:33

 

 

 

 

 

 

그리움 / 최승자

 

이 순간

그대를 불러 놓고도

가슴이 메이는 것은

그대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새우는 아픔에 겨워

창문 열고 하늘 바라보다

두 눈을 감았던 건

그대 앞에서 울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대 지금의 삶이

순간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에 있어

전부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는

가시나무새였기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불러 보고 싶은 그대를

차마 부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노래 / 최승자


떠날까요
떠날까요
바람은 묻는데

그 여자는
창가에서 울고 있었다

떠날까요
떠날까요
파도는 묻는데

그 여자는 천천히
허공에 눕고 있었다

파도치는 바람
한 자락으로 눕고 있었다

(허공에 그녀를 방임해
놓은 사랑의 저 무서운 손)


 

 

고래꿈 / 최승자

 

방안이 캄캄했다.
부드럽고 윤기있게 캄캄했다.
방안이 뭔가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그러면서도 단단한 것으로 가득차 있었다.
천정 못 미쳐서 두 개의
그윽한 램프가 이윽고 켜졌다.
잠시 후 한 쪽 램프가 살짝 꺼지자
마치 커다란 눈동자가 윙크한 것 같았다.

커다란 예쁜 고래 한 마리가
내 방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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