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47>谷(골 곡)
谷의 윗부분은 水(물 수)의 부분적 모습이고 아랫부분의 口(입 구)는 입구를 상징하여, 물이 흘러나오되 아직 물길을 이루지 못한 산에 있는 샘의 입구를 그렸다. 그래서 ‘설문해자’에서도 ‘물이 솟아 나와 내(川·천)로 통하는 곳을 谷이라 하며, 水의 반쪽 모습으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谷은 내가 시작되는 산속 샘의 입구라는 뜻으로부터 산 사이로 우묵 들어간 ‘골짜기’를 의미하게 되었다. 골짜기는 ‘물길’이자 사람이 다니는 좁은 통로이기도 했으며, 깊게 팬 골짜기는 크고 텅 빈 공간으로서 넉넉함과 수용을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고 깊은 협곡에 빠져 적의 매복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다는 뜻에서 進退維谷(진퇴유곡)처럼 困境(곤경)을 뜻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谷의 자형에 유의해야 하는데, 윗부분이 물을 그렸기 때문에 사실은 갑골문에서처럼 아래 위 획 모두 중간이 분리되어야 하는데, 예서에 들면서 지금처럼 되어 버렸다.
이와 반대로 아래 위 획 모두 붙어 人(사람 인)처럼 되면 ‘입(口) 둘레로 난 굽이’를 뜻하는 ‘각’자가 되는데, 각(? 물리칠 각)은 이 글자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谷은 계곡을 지칭하거나 계곡의 상징을 말한다. 예컨대, 豁(뚫린 골 활)은 칼로 자른(割의 생략된 모습) 듯 깊게 파여 ‘확 트인 계곡(谷)’을 말하며, 溪(시내 계)는 원래 谿(시내 계)로 썼으나 谷이 水로 대체되었다.
그런가 하면, 浴(목욕할 욕)은 沐(머리감을 목)과 대비해 계곡(谷)의 흐르는 물(水)에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정신을 가다듬는 모습을 담았고, 俗(풍속 속)은 새 봄이 시작되면 계곡(谷)에 사람들(人)이 모여 목욕하던 옛날의 습속을 그렸고 여기서 風俗(풍속)의 뜻이 생겼다.
또 容은 계곡(谷)처럼 큰 집(면·면)으로 그 속에 모든 것을 담고 수용할 수 있음을, 欲(하고자 할 욕)은 입을 크게 벌리고(欠·흠) 큰 계곡(谷)처럼 끝없이 바라는 것이 바로 ‘욕심’임을, 裕(넉넉할 유)는 옷(衣·의)이 골짜기(谷·)처럼 커 ‘여유로움’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물리칠 각 ㉠물리치다 ㉡물러나다 ㉢피하다(避--) ㉣돌아가다 ㉤그치다, 쉬다, 멎다 ㉥사양하다(辭讓--) ㉦뒤집다 ㉧도리어 ㉨반대로 ㉩어조사(語助辭) ㉪발어사 ㉫틈
却 물리칠 각
豁 뚫린 골 활. ㉠뚫린 골짜기 ㉡소통하다(疏通--) ㉢깨닫다 ㉣넓다 ㉤비다 ㉥크다
溪 시내 계. ㉠시내 ㉡시냇물 ㉢산골짜기 ㉣텅 비다 ㉤헛되다
谿 시내 계, 다툴 혜. ㉠시내㉡시냇물㉢산골짜기㉣텅 비다㉤헛되다ⓐ다투다 (혜)ⓑ송장메뚜기 (혜)
欠 하품 흠, 이지러질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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