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테라스의 여자 / 문정희

경호... 2012. 1. 19. 23:23

                        

 

 

 

 

 

 

 

 

 

                                  

 

 

                             

 

 

 

 

 

 

 

 


 

 



 테라스의 여자 / 문정희

 

 


마지막 화살을 쏘아버린 퀭한 눈을 하고
긴 손톱으로 담배를 피우는 여자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머리칼
주름 진 입술에 붉은 술을 붓는 여자

 
쉬운 결혼들, 그보다 더 쉬웠던 이혼들
그러나 모든 게 좋아
가끔 외롭지만 그것도 좋아
그 많은 상처와 그 많은 고백들은
무슨 꽃이라 부르는지 몰라도 좋아

 
덧없는 포용, 바람처럼 사라진 심장 소리
말하자면 통속이지만
그 아픔이 모여 인생이 되지

 
도깨비 비늘처럼 달라붙을까 봐
날렵한 농담으로 피해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보며
홀로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테라스의 여자

 
생전 처음 만났는데
어디선가 많이도 보았던
수많은 저 여자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화상 / 서정주   (0) 2012.01.19
낙타 / 신경림   (0) 2012.01.19
낯선 편지 / 나희덕   (0) 2012.01.19
저 혼자 깊어가는 강 / 박경순   (0) 2012.01.19
입술 / 허수경   (0) 201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