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입술 / 허수경

경호... 2012. 1. 19. 23:20

 

 

 

 

 

 

 

 

 

 

 

                                   

 

 

 

 

 

 

 

 

 

 

 

 

 

 

 입술 / 허수경

 



너의 입술이 나에게로 왔다

너는 세기 말이라고, 했다

나의 입술이 네 볼 언저리를 지나갔다

나는 세기초라고, 했다

그때 우리의 입김이 우리를 흐렸다

너의 입술이 내 눈썹을 지나가자

하얀 당나귀 한 마리가 설원을 걷고 있었다

나의 입술이 너의 귀 언저리를 지나가자

검은 당나귀 한 마리가 석유밭을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리의 모든 쓰레기를 몰고 가는 바람

너의 입술이 내 가슴에서 멈추었다

나의 입술이 네 심장에서 멈추었다

너의 입술이 내 여성을 지나갔다

나의 입술이 네 남성을 지나갔다

그때 우리의 성은 얼어붙었다

말하지 않았다

입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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