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歸巢) / 나태주
누구나 오래
안 잊히는 것 있다
낮은 처마 밑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던
생솔가지 태운 냉갈내며
밥 자치는 냄새
누구나 한번쯤
울고 싶은 때 있다
먹물 와락
엎지른 창문에
켜지던 등불
두세두세 이야기 소리
마음 먼저
멀리 떠나보내고
몸만 눕힌 곳이 끝내
집이 되곤 하였다
냉갈내 : 식물성 연료를 태우는 아궁이에서 나는 냄새
달밤 / 나태주
어수룩히 숙어진 무논 바닥에
외딴집 호롱불 깜박이는
산이 내리고
소나기처럼 우는
개구리 울음에
물에 뜬 달이 그만 바스라지다.
달밤.
안개는 피어서 꿈으로 가나,
물에 절은 쌍꺼풀눈
설운 네 손톱을,
한 짝은 어디 두고
홀로이 와서
입안에 집어넣고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은
네 아랫입술 한 짝을,
눈물 아슴아슴
돌아오는 길.
어디서 아득히 밤뻐꾸기 한 마리
울다말다 저 혼자도 지치다.
나 혼자 이슬에 젖는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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