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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歸巢) / 나태주

경호... 2012. 1. 19. 15:33

 

 

 

 

 

귀소(歸巢) / 나태주

 

누구나 오래
안 잊히는 것 있다

낮은 처마 밑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던
생솔가지 태운 냉갈내며
밥 자치는 냄새

누구나 한번쯤
울고 싶은 때 있다

먹물 와락
엎지른 창문에
켜지던 등불
두세두세 이야기 소리

마음 먼저
멀리 떠나보내고
몸만 눕힌 곳이 끝내
집이 되곤 하였다

 

냉갈내 : 식물성 연료를 태우는 아궁이에서 나는 냄새

 

 

 

달밤 / 나태주

 

어수룩히 숙어진 무논 바닥에

외딴집 호롱불 깜박이는

산이 내리고

 

소나기처럼 우는

개구리 울음에

물에 뜬 달이 그만 바스라지다.

 

달밤.

 

안개는 피어서 꿈으로 가나,

물에 절은 쌍꺼풀눈

설운 네 손톱을,

 

한 짝은 어디 두고

홀로이 와서

입안에 집어넣고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은

네 아랫입술 한 짝을,

 

눈물 아슴아슴

돌아오는 길.

 

어디서 아득히 밤뻐꾸기 한 마리

울다말다 저 혼자도 지치다.

나 혼자 이슬에 젖는 어느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