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사람은 / 박재삼
첫사랑 그 사람은
입맞춤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 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물비늘 쓴 채 물살은 울고 있고,
우는 물살 따라
달빛도 포개어진 채 울고 있었네
아득하면 되리라 / 박재삼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 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 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0) | 2012.01.19 |
---|---|
꺼진 촛불 / 모윤숙 (0) | 2012.01.19 |
나무는 여러번 살아서 좋겠다 / 황지우 (0) | 2012.01.19 |
귀소(歸巢) / 나태주 (0) | 2012.01.19 |
독작(獨酌) (0) | 201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