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禪家龜鑑

선가귀감(禪家龜鑑)

경호... 2011. 8. 31. 01:09

선가귀감(禪家龜鑑)

 

 

 

 

古之學佛者는 非佛之言이면 不言하고 非佛之行이면
고지학불자 비불지언 불언 비불지행

不行也라 故로 所寶者가 惟貝葉靈文而已러니 今之
불행야 고 소보자 유패엽영문이이 금지

學佛者는 傳而誦則士大夫之句요 乞而持則士大夫之
학불자 전이송즉사대부지구 걸이지즉사대부지

詩라 至於紅綠으로 色其紙하고 美錦으로 粧其 하야
시 지어홍록 색기지 미금 장기축

多多不足으로 以爲至寶하니 라 何古今學佛者之不
다다부족 이위지보 우 하고금학불자지부

同寶也여
동보야

예전에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 하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행실이 아니면 행하지 않았었다. 그 러므로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불경의 거룩한 글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전해 가면서 외는 것이 사대부의 글이요, 빌어 지니는 것이 사대부의 시뿐이었다. 그 것은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족한 줄을 알지 못하고 가장 큰 보배로 생각하니 아! 예와 오늘에 불교를 배우는 이들의 보배 삼는 것이 어찌 이 다지도 같지 않을까.

余雖不肖나 有志於古之學하야 以貝葉靈文으로 爲
여수불초 유지어고지학 이패엽영문 위

寶也나 然이나 其文이 尙繁하고 藏海汪洋하야 後之
보야 연 기문 상번 장해왕양 후지

同志者가 頗不免摘葉之勞故로 文中에 撮其要且切者
동지자 파불면적엽지노고 문중 촬기요차절자

數百語하야 書于一紙하니 可謂文簡而義周也라 如以
수백어 서우일지 가위문간이의주야 여이

此語로 以爲嚴師하야 而硏窮得妙則句句에 活釋迦存
차어 이위엄사 이연궁득묘즉구구 활석가존

焉이시니 勉乎哉인저 雖然이나 離文字一句와 格外
언 면호재 수연 이문자일구 격외

奇寶는 非不用也나 且將以待別機也하노라.
기보 비불용야 차장이대별기야


내가 비록 불초하나 옛 글에 뜻을 두어 불경의 거룩한 글 로써 보배를 삼으나 그러나 그 글이 오히려 번다 하고 장경 의 바다가 넓어서 뒷날의 도반들이 가지를 헤쳐 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까 하여 글 가운데 가장 요긴하고 도 절실한 것 수백 마디를 간추려서 한 장에 쓰니 참으로 글 은 간략하나 뜻은 주밀 하다고 할 만하다. 만일 이 말로써 스 승을 삼아 연찬하고 궁구하여 묘리를 얻으면 자자 구구에 산 석가 여래가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힘쓸 지어다. 그렇더라도 글자를 떠난 한 글귀와 격에 벗어난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 으려는 것도 아니지만 또한 장차 특별한 기틀을 기다리고자 한다.
嘉靖 甲子(1564) 夏
淸虛堂 白華道人 序
 

1.
有一物於此하니 從本以來로 昭昭靈靈하야 不曾生
유일물어차 종본이래 소소영령 부증생

不曾滅이며 名不得狀不得이로다.
부증멸 명부득상부득

여기에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 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 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2.
佛祖出世가 無風起浪이로다.
불조출세 무풍기랑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 결을 일으킨 것이다.

3.
然이나 法有多義하고 人有多機하니 不妨施設이로다.
연 법유다의 인유다기 불방시설

그러나 법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게도 온갖 기틀 이 있으므로 여러 가지 방편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4.
强立種種名字하야 惑心惑佛惑衆生이라 하니 不可
강립종종명자 혹심혹불혹중생 불가

守名而生解하고 當體便是니 動念卽乖니라.
수명이생해 당체편시 동념즉괴

굳이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다, 부처다, 중생이라 하였으나 이름에 얽매어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다. 그러나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그러진다.

5.
世尊이 三處傳心者는 爲禪旨요 一代所說者는 爲
세존 삼처전심자 위선지 일대소설자 위

敎門이라 故로 曰 禪是佛心이요 敎是佛語니라.
교문 고 왈 선시불심 교시불어

세존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은 선지가 되고, 한 평생 말씀하신 것은 교문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6.
是故로 若人이 失之於口則拈花微笑가 皆是敎迹이요
시고 약인 실지어구즉염화미소 개시교적

得之於心則世間序言細語가 皆是敎外別傳禪旨니라.
득지어심즉세간추언세어 개시교외별전선지

그러므로 누구든지 말에서 잃어버리면 꽃을 드신 것이나 방긋 웃는 것이 모두 교의 자취만 될 것이고, 마음에서 얻으 면 세상의 온갖 잡담이라도 모두 교밖에 따로 전한 선지가 될 것이다.

7.
吾有一言하니 絶慮忘緣하고 兀然無事坐하니 春來
오유일언 절려망연 올연무사좌 춘래

草自靑이로다.
초자청

내가 한 마디 말을 할까 한다. 생각 끊고 반연을 쉬고 일없 이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봄이 오매 풀이 저절로 푸르구나.

8.
敎門은 惟傳一心法하고 禪門은 惟傳見性法하니라.
교문 유전일심법 선문 유전견성법

교문에는 오직 한 마음 법만을 전하고 선문에는 오직 견성 하는 법만을 전하였다.

9.
然이나 諸佛說經은 先分別諸法하고 後說畢竟空하되
연 제불설경 선분별제법 후설필경공

祖師示句는 迹絶於意地하고 理顯於心源이니라.
조사시구 적절어의지 이현어심원

그러나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경전에는 먼저 모든 법을 가려 보이시고, 나중에 공한 이치를 말씀하셨다. 조사들의 가 르침은 자취가 생각에서 끊어지고 이치가 마음의 근원에 드 러났다.

10.
諸佛은 說弓하고 祖師는 說絃하시니 佛說無碍之法은
제불 설궁 조사 설현 불설무애지법

方歸一味라 拂此一味之迹하야사 方現祖師所示一心이니
방귀일미 불차일미지적 방현조사소시일심

故로 云庭前柏樹子話는 龍藏所未有底라 하니라.
고 운정전백수자화 용장소미유저

부처님은 활같이 말씀하시고 조사들은 활줄같이 말씀하셨 다. 부처님께서 걸림 없는 법을 설하신 것은 바로 한 맛에 들 아 감이다. 이 한 맛의 자취마저 떨쳐 버려야 바야흐로 조사 가 보인 한 마음이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뜰 앞에 잣나무 이니라}고 한 화두는 용궁의 장경에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11.
故로 學者는 先以如實言敎로 委辨不變隨緣二義가
고 학자 선이여실언교 위변불변수연이의

是自心之性相이며 頓悟漸修兩門이 是自行之始終然
시자심지성상 돈오점수양문 시자행지시종연

後에 放下敎義하고 但將自心現前一念하야 參詳禪旨
후 방하교의 단장자심현전일념 참상선지

則必有所得하리니 所謂出身活路니라.
즉필유소득 소위출신활로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으로써 변하 지 않는 것과 인연 따르는 두 가지 뜻이 곧 네 마음의 본 바 탕과 형상이고, 단박 깨치고 오래 닦는 두 가지 문이 공부의 시작과 끝임을 자세히 가려 알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교의 뜻을 내버리고 오로지 그 마음이 두렷이 드러난 한 생각으로 써 참선한다면 반드시 얻은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뛰쳐나온 살길이다.
12.
大抵學者는 須參活句요 莫參死句어다.
대저학자 수참활구 막참사구

대저 배우는 이들은 활구를 참구할 것이요, 사구를 참구하 지 말아야 한다.

13.
凡本參公案上에 切心做工夫하되 如鷄抱卵하며 如
범본참공안상 절심주공부 여계포란 여

猫捕鼠하며 如飢思食하며 如渴思水하며 如兒憶母하면
묘포서 여기사식 여갈사수 여아억모

必有透徹之期하라.
필유투철지기

무릇 공안을 참구하되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마치 암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이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하고,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며, 목마른 사람 이 물을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엄마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꿰뚫어 사무칠 때가 있을 것이다.

14.
參禪엔 須具三要니 一은 有大信根이요 二는 有大
참선 수구삼요 일 유대신근 이 유대

憤志요 三은 有大疑情이라 苟闕其一하면 如折足之
분지 삼 유대의정 구궐기일 여절족지

鼎하야 終成廢器하니라.
정 종성폐기

참선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큰 신심이고, 둘째는 큰 분심이며, 셋째는 큰 의심이다. 만약 그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이 소용없는 물 건이 되고 말 것이다.

15.
日用應緣處에 只擧狗子無佛性話하되 擧來擧去하며
일용응연처 지거구자무불성화 거래거거

疑來疑去에 覺得沒理路 沒義路 沒滋味하야 心頭熱悶
의래의거 각득몰리로 몰의로 몰자미 심두열민

時가 便是當人放身命處며 亦是成佛作祖底基本也니라.
시 편시당인방신명처 역시성불작조저기본야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도 오직 {어찌하여 개한 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라고 한 화두를 끊임없이 들어, 이 치의 길 끊어지고 뜻 길이 사라져 아무 맛도 없어지고 마음 이 답답할 때가 바로 그 사람의 몸과 목숨을 내던질 곳이며, 또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될 대목이다.

16.
話頭를 不得擧起處에 承當하며 不得思量卜度하며
화두 부득거기처 승당 부득사량복탁

又不得將迷待悟하며 就不可思量處하야 思量하면 心
우부득장미대오 취불가사량처 사량 심

無所之함이 如老鼠入牛角하야 便見倒斷也하리라 又
무소지 여노서입우각 편견도단야 우

尋常에 計較安排底도 是識情이며 隨生死遷流底도
심상 계교안배저 시식정 수생사천류저

是識情이며 怖 惶底도 是識情이어늘 今人이 不
시식정 파포장항저 시식정 금인 부

知是病하고 只管在裡許하야 頭出頭沒하나니라.
지시병 지관재리허 두출두몰

화두를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지도 말고, 생 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라.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고 더 생각할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가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 곳이 없어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가다가 잡히듯 할 것 이다. 또 평소이런가 저런가 따지고 맞춰 보는 것이 식정이 며, 생사를 따라 굴러다니는 것이 식정이며, 무서워하고 갈팡 질팡하는 것도 또한 식정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 속에서 빠졌다 솟았다 할뿐이다.

17.
此事는 如蚊子가 上鐵牛하야 更不問如何若何하고
차사 여문자 상철우 갱불문여하약하

下嘴不得處에 棄命一 하면 和身透入이니라.
하취부득처 기명일찬 화신투입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 아서,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떼어놓고 한 번 뚫어 보면 몸뚱이 째 들어갈 것이다.

18.
工夫는 如調絃之法하야 緊緩에 得其中이니 勤則近執
공부 여조현지법 긴완 득기중 근즉근집

着하고 忘則落無明하리니 惺惺歷歷하고 密密綿綿이니라.
착 망즉낙무명 성성역력 밀밀면면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 팽팽하고 늦음이 알맞아야 한 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 한다.

19.
工夫가 到行不知行하며 坐不知坐하면 當此之時하야
공부 도행부지행 좌부지좌 당차지시

八萬四千魔軍이 在六根門頭伺候라가 隨心生起하나니
팔만사천마군 재육근문두사후 수심생기

心若不起하면 爭如之何리요.
심약불기 쟁여지하

공부가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 모르 게 되면, 이 때 팔만 사천의 마군이가 육근 문 앞에 지키고 있다가 마음을 따라 온갖 생각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

20.
起心은 是天魔요 不起心은 是陰魔요 或起或不起는
기심 시천마 불기심 시음마 혹기혹불기

작韶彿ご?然이나 我正法中엔 本無如是事니라.
시번뇌마 연 아정법중 본무여시사

일어나는 마음은 천마요 일어나지 않는 마음은 음마요, 혹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도 않기도 하는 것은 번뇌마이다. 그러나 우리 바른 법 가운데에는 본래 그런 일이 없다.

21.
工夫가 若打成一片則縱今生에 透不得이라도 眼光
공부 약타성일편즉종금생 투부득 안광

落地之時에 不爲惡業所牽이니라.
낙지지시 불위악업소견

공부가 한 고비를 넘긴다면 비록 금생에 깨치지 못하더라 도 마지막 눈감을 때에 악업에 끌리지는 않을 것이다.
22.
大抵參禪者는 還知四恩이 深厚?아 還知四大醜身이
대저참선자 환지사은 심후마 환지사대추신

念念衰朽?아 還知人命이 在呼吸?아 生來値遇佛祖?아
념념쇠후마 환지인명 재호흡마 생래치우불조마

及聞無上法하고 生希有心?아 不離僧堂하여 守節?아
급문무상법 생희유심마 불리승당 수절마

不與隣單으로 雜話?아 切忌鼓扇是非?아 話頭가
불여인단 잡화마 절기고선시비마 화두

十二時中에 明明不昧?아 對人接話時에 無間斷?아
십이시중 명명불매마 대인접화시 무간단마

見聞覺知時에 打成一片?아 返觀自己하야 捉敗佛祖
견문각지시 타성일편마 반관자기 착패불조

?아 今生에 決定續佛慧命?아 起坐便宜時에 還思地
마 금생 결정속불혜명마 기좌편의시 환사지

獄苦?아 此一報身이 定脫輪廻?아 當八風境하야 心
옥고마 차일보신 정탈윤회마 당팔풍경 심

不動?아 此是參禪人의 日用中點檢底道理니 古人云
부동마 차시참선인 일용중점검저도리 고인운

此身不向今生度하면 更待何生度此身이리요 하니라.
차신불향금생도 갱대하생도차신

대저 참선하는 이는 이렇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네 가지 은혜가 깊고 두터운 것을 알고 있는가? 네 가지 요소로 구성 된 더러운 몸이 순간 순간 썩어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에 달린 것을 알고 있는가? 일찍 이 부처님이나 조사 같은 이를 만나고서도 그대로 그대로 지 나쳐 버리지 않았는가? 높고 거룩한 법을 듣고서도 기쁘고 다행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공부하는 곳 을 떠나지 않고 수도인 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곁에 있 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지내지 않는가? 분주하 게 시비나 일삼고 있지 않는가? 화두가 어느 때나 또렷또렷 하게 매하지 않는가? 남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보고 듣고 알아차릴 때에도 한결같은가? 제 공부를 돌아볼 때 부처와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금생에 꼭 부처님의 지혜를 이룰 수 있을까? 앉고 눕고 편할 때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는가? 이 육신으로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가?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올 때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가?
이것이 참선하는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때때로 점검해야 할 도리이다. 옛 어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내 몸을 이생에 못 건지면 어느 생을 기다려서 ┻되?리요}

23.
學語之輩는 說時似悟나 對境還迷하나니 所謂言行이
학어지배 설시사오 대경환미 소위언행

相違者也라.
상위자야

말을 배우는 무리들은 말할 때에는 깨친 듯하다가도 실지 경계에 당하게 되면 그만 아득하게 된다. 이른바 말과 행동이 서로 틀리는 것이다.

24.
若欲敵生死인댄 須得這一念子를 爆地一破하야사
약욕적생사 수득자일념자 폭지일파

方了得生死하리라.
방료득생사

만약 생사를 막아내려면 이 한 생각을 탁 깨뜨려야 비로소 생사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25.
然이나 一念子를 爆地一破然後에도 須訪明師하야
연 일념자 폭지일파연후 수방명사
決擇正眼이니라.
결택정안

그러나 한 생각을 깨친 뒤에라도 반드시 밝은 스승을 찾아 가 눈알이 바른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26.
古德이 云 只貴子眼正이요 不貴汝行履處라 하니라.
고덕 운 지귀자안정 불귀여행리처

옛 어른이 말씀하시기를 {다만 자네의 눈 바른 것을 귀하게 여길 뿐이지 자네의 행실을 보려고 하지 않네}라고 하였다.

27.
願諸道者는 深信自心하야 不自屈不自高니라.
원제도자 심신자심 부자굴부자고

바라건대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 스 스로 굽히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28.
迷心修道하면 但助無明이니라.
미심수도 단조무명

마음을 모르고 도를 닦는다는 것은 오직 무명만을 도와줄 뿐이다.

29.
修行之要는 但盡凡情이요 別無聖解니라.
수행지요 단진범정 별무성해

수행의 요결은 다만 범부의 생각을 떨어지게 할뿐이지 따 로 성인의 알음알이가 없는 것이다.

30.
不用捨衆生心이요 但莫染汚自性하라 求正法이 是
불용사중생심 단막염오자성 구정법 시

邪니라.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자성을 더럽히지 말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바르지 못한 사도니라.

31.
斷煩惱가 名二乘이요 煩惱不生이 名大涅槃이니라.
단번뇌 명이승 번뇌불생 명대열반

번뇌를 끊는 것은 이승이요,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열반이다.
32.
須虛懷自照하야 信一念緣起無生이어다.
수허회자조 신일념연기무생

모름지기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비춰 보아, 한 생각 인연 따라 일어나는 것이 사실은 일어남이 없음을 믿어야 한다.

33.
諦觀殺盜淫妄이 從一心上起하면 當處便寂이니 何
체관살도음망 종일심상기 당처변적 하

須更斷이리요.
수갱단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난하고 거짓말하는 것이 다 한 마음 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자세히 살펴보라. 그 일어나는 곳이 곧 비어 없는데 무엇을 다시 끊으리요.

34.
知幻卽離라 不作方便이며 離幻卽覺이라 亦無漸次니라.
지환즉리 부작방편 이환즉각 역무점차

환상인 줄 알면 곧 여읜 것이라 더 방편을 지을 것이 없고,
환상을 여의면 곧 깨친 것이라 또한 닦아 갈 것도 없다.

35.
衆生이 於無生中에 妄見生死涅槃이 如見空花起滅이니라
중생 어무생중 망견생사열반 여견공화기멸

중생이 나는 것 없는 가운데서 망녕되게 생사와 열반을 보 는 것이 마치 허공에서 꽃이 기멸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36.
菩薩이 度衆生入滅度나 又實無衆生이 得滅度니라.
보살 도중생입멸도 우실무중생 득멸도

보살이 중생을 건져 열반을 들게 했다 할지라도 실은 열반 을 얻은 중생이 없는 것이다.

37.
理雖頓悟나 事非頓除라.
이수돈오 사비돈제

이치를 단박에 깨칠 수 있으나, 버릇은 한꺼번에 가시어지 지 않는다.

38.
帶狀修禪은 如蒸沙作飯이요 帶殺修禪은 如塞耳叫
대음수선 여증사작반 대살수선 여색이규

聲이요 帶偸修禪은 如漏 求滿이요 帶妄修禪은 如
성 대투수선 여루치구만 대망수선 여

刻糞爲香이니 縱有多智라도 皆成魔道니라.
각분위향 종유다지 개성마도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으며,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가득 차 기를 바라는 것 같고,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 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 라도 다 악마의 길을 이룰 뿐이다.

39.
無德之人은 不依佛戒하며 不護三業하며 放逸懶怠
무덕지인 불의불계 불호삼업 방일나태

하야 輕慢他人하며 較量是非로 而爲根本하니라.
경만타인 교량시비 이위근본

덕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의 계율에 의지하지 않고, 삼업을 지키지 않는다. 함부로 놀아 게을리 지내며, 남을 깔보아 따 지고 시비하는 것을 일삼고 있다.

40.
若不持戒면 尙不得疥癩野干之身이온대 況淸淨菩
약불지계 상부득개나야간지신 항청정보

提果를 可冀乎아.
리과 가기호

만약 계행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는 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는가?

41. 欲脫生死인댄 先斷貪欲과 及除愛渴이어다.
욕탈생사 선단탐욕 급제애갈

생사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불꽃을 꺼 버려야 한다.
42.
無碍淸淨慧가 皆因禪定生이니라.
무애청정혜 개인선정생

걸림 없는 청정한 지혜는 다 선정에서 나온다.

43.
心이 在定則能知世間生滅諸相하니라.
심 재정즉능지세간생멸제상

마음이 정에 들면 세간의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모든 일 을 다 밝게 알 수 있다.

44.
見境心不起가 名不生이요 不生이 名無念이요 無
견경심불기 명불생 불생 명무념 무

念이 名解脫이니라.
념 명해탈

어떤 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나지 않 음이라 하고, 나지 않는 것을 무념이라 하며 무념의 상태를 해탈이라 한다.

45.
修道證滅이 是亦非眞也요 心法本寂이 乃眞滅也라
수도증멸 시역비진야 심법본적 내진멸야

故로 曰 諸法從本來로 常自寂滅相이라 하니라.
고 왈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도를 닦아 열반을 얻는다면 이것은 또한 진리가 아니다. 심 법이 본래 고요한 것임을 알아야 그것이 참 열반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본래부터 늘 그대로 열반이다}라고 하 신 것이다.

46.
貧人이 求乞이어든 隨分施與하라 同體大悲가 是
빈인 구걸 수분시여 동체대비 시

眞布施니라.
진보시

가난한 이가 와서 구걸하거든 분수대로 나누어 주라. 한 몸 처럼 가엾이 여기면 이것이 참 보시니라.

47.
有人이 來害어든 當自攝心하야 勿生瞋恨하라 一
유인 내해 당자섭심 물생진한 일

念瞋心起하면 百萬障門開니라.
념진심기 백만장문개

누가 와서 나를 해롭게 하더라도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 생각 성내는 데에 백만 가지 장애 의 문이 열린다.

48.
若無忍行하면 萬行不成이니라.
약무인행 만행불성

만약 참는 일이 없다면 보살의 육도만행도 이루어질 수 없다.

49.
守本眞心이 第一精進이니라.
수본진심 제일정진

본바탕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50.
持呪者는 現業은 易制라 自行可違어니와 宿業은
지주자 현업 이제 자행가위 숙업

難除라 必借神力이니라.
난제 필차신력

진언을 외우는 것은 금생에 지은 업은 비교적 다스리기 쉬 워서 자기 힘으로도 고칠 수가 있지만 전생에 지은 업은 지 워 버리기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신비한 힘을 빌려야 하는 것 이다.

51.
禮拜者는 敬也요 伏也니 恭敬眞性하고 屈伏無明이니라
예배자 경야 복야 공경진성 굴복무명

예배란 공경이요 굴복이다. 참된 성품을 공경하고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52.
念佛者는 在口曰誦이요 在心曰念이니 徒誦失念하면
염불자 재구왈송 재심왈념 도송실념

於道無益이니라.
어도무익

염불이란 입으로 하면 송불이요, 마음으로 하면 염불이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를 닦는 데 아 무 도움도 없다.

53.
聽經은 有經耳之緣과 隨喜之福하며 幻軀는 有盡이나
청경 유경이지연 수희지복 환구 유진

實行은 不亡이니라.
실행 불망

경을 들으면 귀를 거치는 인연도 있게 되고, 기쁨이 따른 복도 짓게 된다. 물거품 같은 이 몸은 다할 날이 있으나 참다 운 행은 헛되지 않는다.

54.
看經은 若不向自己上做工夫하면 雖看盡萬藏이라도
간경 약불향자기상주공부 수간진만장

猶無益也니라.
유무익야

경을 보되 자기 마음속을 돌이켜봄이 없다면 비록 팔만대 장경을 다 보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보탬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55.
學未至於道하고 衒耀見聞하야 徒以口舌辯利로 相
학미지어도 현요견문 도이구설변리 상

勝者인댄 如厠屋塗丹 이니라.
승자 여칙옥도단확

배워 도를 이루기 전에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갓 말재주만 부려 서로 이기려고 한다면 마치 변소에 단청하는 것과 같다.

56.
出家人이 習外典하면 如以刀割泥하야 泥無所用이요
출가인 습외전 여이도할니 니무소용

而刀自傷焉이니라.
이도자상언

출가한 사람이 외전을 공부하는 것은 마치 칼로 흙을 베는 것과 같아서 흙은 아무 소용도 없는데 칼만 망가지게 된다.

57.
出家爲僧이 豈細事乎아 非求安逸也며 非求溫飽也며
출가위승 기세사호 비구안일야 비구온포야

非求名利也라 爲生死也며 爲斷煩惱也며 爲續佛慧命
비구이명야 위생사야 위단번뇌야 위속불혜명

也며 爲出三界度衆生也니라.
야 위출삼계도중생야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의 편안함 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 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 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 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것 이다.

58.
佛云, 無常之火가 燒諸世間이라 하고 又云, 衆生
불운 무상지화 소제세간 우운 중생

苦火가 四面俱焚이라 하며 又云 諸煩惱賊이 常伺殺
고화 사면구분 우운 제번뇌적 상사살

人이라 하니라 道人은 宜自警悟하야 如救頭燃하라.
인 도인 의자경오 여구두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덧없는 불꽃이 온 세상을 태운 다} 하셨고, 또 {중생들의 고뇌의 불이 사방에서 함께 불타고 있다} 하셨으며, 또 {모든 번뇌의 적이 항상 너희들을 죽이려 고 엿보고 있다} 하셨다. 그러므로 수도인은 마땅히 스스로 깨우쳐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해야 한다.

59.
貪世浮名은 枉功勞形이요 營求世利는 業火加薪이니라
탐세부명 왕공노형 영구세리 업화가신

세상의 뜬 이름을 탐하는 것은 쓸데없이 몸만 괴롭게 하는 것이요, 세상의 잇속을 따라 허덕이는 것은 업의 불에 섶을 더 보태는 것이다.

60.
名利衲子는 不如草衣野人이니라.
명리납자 불여초의야인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납자는 초의를 걸친 야인만도 못하다.

61.
佛云하사대 云何賊人이 假我衣服하고 稗販如來하야
불운 운하적인 가아의복 패판여래

造種種業고 하시니라.
조종종업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 려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느냐}고 하셨다.
62.
於戱라 佛子여 一衣一食이 莫非農夫之血이요 織
오희 불자 일의일식 막비농부지혈 직

女之苦어늘 道眼이 未明하면 如何消得이리요.
녀지고 도안 미명 여하소득

아! 불자여. 그대의 한 벌 옷과, 한 그릇 밥이 농부들의 피 요, 직녀들의 땀이거늘, 도의 눈이 밝지 못하다면 어떻게 삭 여 낼 것인가.

63.
故로 曰 要識披毛戴角底?아 卽今虛受信施者是니라
고 왈 요식피모대각저마 즉금허수신시자시

有人은 未飢而食하고 未寒而衣하니 是誠何心哉아
유인 미기이식 미한이의 시성하심재

都不思目前之樂이 便是身後之苦也로다.
도불사목전지락 변시신후지고야

그러므로 말하기를 {털을 쓰고 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 인 줄 아느냐? 그것은 지금 신도들이 주는 것을 공부하지 않 으면서 거저 받아먹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 니 이 무슨 심사일까? 도대체 눈앞의 쾌락의 바로 후생이 괴 로움인 줄을 생각지 않는구나.

64.
故로 曰 寧以熱鐵로 纏身이언정 不受信心人衣하며
고 왈 영이열철 전신 불수신심인의

寧以洋銅灌口언정 不受信心人食하며 寧以鐵 投
영이양동관구 불수신심인식 영이철확투

身이언정 不受信心人房舍等이라 하니라.
신 불수신심인방사등

그러므로 이르기를 {차라리 뜨거운 철판을 몸에 두를지언 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옷을 입지 말며, 차라리 쇳물을 마실 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음식을 억지 말고, 차라리 끊는 가마솥에 뛰어들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집에 거처하지 말라}한 것이다.

65.
故로 曰 道人은 進食을 如進毒하고 受施를 如受
고 왈 도인 진식 여진독 수시 여수

箭이니 幣厚言甘은 道人所畏니라.
전 폐후언감 도인소외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에 독약을 먹는 것같이 하고, 시주를 받을 때에는 화살을 받는 것과 같이하라}고 한 것이다. 두터운 대접과 달콤한 말은 도 를 닦는 사람으로서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66.
故로 曰 修道之人은 如一塊磨刀之石하야 張三也來
고 왈 수도지인 여일괴마도지석 장삼야래

磨하고 李四也來磨하야 磨來磨去에 別人刀는 快하되
마 이사야래마 마래마거 별인도 쾌

而自家石은 漸消라 然이나 有人은 更嫌他人이 不來
이자가석 점소 연 유인 갱혐타인 불래

我石上磨하나니 實爲可惜이로다.
아석상마 실위가석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한 개의 숫돌과 같아 서 장 서방이 와서 갈고, 이 서방이 와서 갈아 가면 남의 칼 은 잘 들겠지만 나의 돌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 러나 어떤 사람은 도리어 남이 와서 돌에 칼을 갈지 않는 것 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67.
故로 古語에 亦有之하니 曰 三途苦가 未是苦라
고 고어 역유지 왈 삼도고 미시고

袈裟下失人身이 始是苦也라 하니라.
가사하실인신 시시고야

그러므로 옛말에 또한 이르기를 {삼악도의 고통이 고통이 아니라, 가사를 입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참말 고통이 다}라고 하였다.

68.
哉라 此身이여 九孔常流하고 百千癰疽에 一片
돌재 차신 구공상류 백천옹저 일편

薄皮로다 又云 革囊盛糞하야 膿血之聚가 臭穢可鄙라
박피 우운 혁낭성분 농혈지취 취예가비

無貪惜之는 何況百年將養이나 一息背恩이니라.
무탐석지 하황백년장양 일식배은

우습다, 이 몸이여.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 러나오고, 백천 가지 부스럼 덩어리를 한 조각 엷은 가죽으로 싸 놓았구나. 또 가죽 주머니에는 똥이 가득 담기고, 피고름 뭉치라. 냄새나고 더러워 조금도 탐나거나 아까울 것이 없다. 더구나 백년을 잘 기른다 해도 숨 한 번에 은혜를 저버리고 마는 것이랴.

69.
有罪卽懺悔하고 發業卽 愧하면 有丈夫氣象이요
유죄즉참회 발업즉참괴 유장부기상

又改過自新하면 罪隨心滅이니라.
우개과자신 죄수심멸

허물이 있거든 곧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곧 부끄러워 할 줄 알면 대장부의 기상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면 그 죄업은 마음을 따라 없어질 것이다.

70.
道人은 宜應端心하야 以質直爲本하야 一瓢一衲으로
도인 의응단심 이질직위본 일표일납

旅泊無累니라.
여박무루

도인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여 검박하고 곧은 마음으 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한 개의 표주박과 한 벌의 누더기 옷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 것이 없다.

71.
凡夫는 取境하고 道人은 取心이니 心境을 兩忘하야사
범부 취경 도인 취심 심경 양망

乃是眞法이니라.
내시진법

범부들은 눈앞의 현실에만 따르고, 수도인은 마음만 붙잡 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현실 두 가지를 다 잊는다면 이것이 바로 참다운 법이다.
72.
聲聞은 宴坐林中이나 被魔王捉하고 菩薩은 遊戱
성문 연좌임중 피마왕착 보살 유희

世間이나 外魔不覓이니라.
세간 외마불멱

성문은 숲 속에 편히 앉아서도 마왕에 붙잡히고, 보살은 세간에 노닐어도 외도와 마군이 보지 못한다.

73.
凡人이 臨命終時에 但觀五蘊皆空하야 四大無我요
범인 임명종시 단관오온개공 사대무아

眞心無相하여 不去不來니 生時에도 性亦不生하고 死
진심무상 불거불래 생시 성역불생 사

時에 性亦不去라 湛然圓寂하고 心境이 一如라 但能
시 성역불거 담연원적 심경 일여 단능

如是直下頓了하면 不爲三世所拘繫니 便是出世自由
여시직하돈료 불위삼세소구계 변시출세자유

人也라 若見諸佛이 無心隨去하며 若見地獄이라도
인야 약견제불 무심수거 약견지옥

無心怖畏니 但自無心하면 同於法界니 此卽是要節也라
무심포외 단자무심 동어법계 차즉시요절야

然則平常은 是因이요 臨終은 是果니 道人은 須着眼
연즉평상 시인 임종 시과 도인 수착안

看하라.

누구든지 임종할 때에는 다만 오온이 다 빈 것이어서 네 가지 원소가 나라고 할 것이 없고, 참마음은 모양이 없어 가 는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다. 날 때에도 성품은 또한 난 바가 없고, 죽을 때에도 성품은 또한 가는 것이 아니다. 지극 히 맑고 고요하여 마음과 경계가 둘이 아닌 하나인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단박 깨친다면 삼세 인과에 이끌리거나 얽매 이지 않게 될 것이니 이것이 곧 세상을 뛰어난 자유인이다. 만약 부처님을 만나더라도 따라 갈 마음이 없고, 지옥에 가더 라도 두려운 마음이 없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무심하게 되면 법계와 같이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요긴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좋은 씨를 심고 임종할 때에 좋은 열매를 거둘 것 이다. 도를 닦는 사람은 모름지기 이곳에 주의하여야 한다.

74.
凡人이 臨終命時에 若一毫毛라도 凡聖情量이 不
범인 임종명시 약일호모 범성정량 부

盡하고 思慮를 未忘하면 向驢胎馬腹裡하야 托質하며
진 사려 미망 향려태마복리 탁질

泥犁 湯中에 煮 하며 乃至依前再爲 蟻蚊 이니라.
니리확탕중 자잡 내지의전재위루의문맹

사람이 임종할 때에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이다 범부다 하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게 되면 나귀나 말의 뱃속에 끌려들 거나 지옥의 끊는 가마 속에 처박히게 되며, 혹은 개미나 모 기 같은 것이 되기도 할 것이다.

75.
禪學者가 本地風光을 若未發明則孤 玄關을 擬從
선학자 본지풍광 약미발명즉고초현관 의종

何透리요 往往斷滅空으로 以爲禪하며 無記空으로
하투 왕왕단멸공 이위선 무기공

以爲道하며 一切俱無로 以爲高見하나니 此는 冥然
이위도 일체구무 이위고견 차 명연

頑空이니 受病幽矣니라 今天下之言禪者가 多坐在此
완공 수병유의 금천하지언선자 다좌재차

病이니라.

참선하는 사람이 본래 면목을 만약 밝히지 못한다면 높고 아득한 진리의 문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왕왕 어떤 이는 아 주 끊어 없어진 빈 것으로써 참선을 삼기도 하고,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이 빈 것으로써 도를 삼기도 하며 일체 모두 없는 것으로써 높은 소견을 삼기도 하나니 이것은 컴컴하게 비기 만 한 것이라 병든 바가 깊다. 지금 천하에 참선을 말하는 사 람들은 거의가 이런 병에 걸려 있다.

76.
宗師도 亦有多病하니 病在耳目者는 以 眉努目과
종사 역유다병 병재이목자 이당미노목

側耳點頭로 爲禪하며 病在口舌者는 以顚言倒語와
측이점두 위선 병재구설자 이전언도어

胡喝亂喝로 爲禪하며 病在手足者는 以進前後退와
호할난할 위선 병재수족자 이진전후퇴

指東畵西로 爲禪하며 病在心腹者는 以窮玄究妙와
지동화서 위선 병재심복자 이궁현구묘

超情離見으로 爲禪하나니 據實而論컨대 無非是病이니라
초정이견 위선 거실이론 무비시병

종사도 또한 병이 많다. 병이 귀와 눈에 있는 자는 눈을 부 릅뜨고, 귀를 기울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선을 삼고, 병이 입과 혀에 있는 자는 횡설수설되지 않은 말과 함부로 {할}하는 것으로써 선을 삼는다. 병이 손발에 있는 자는 나아 갔다 물러갔다 이쪽저쪽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선을 삼으며, 병 이 마음 가운데 있는 자는 진리를 찾아내고 오묘한 것으로써 선을 삼는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느 것이고 병 아닌 것이 없다.

77.
本分宗師의 全提此句는 如木人唱拍하며 紅爐點雪이요
본분종사 전제차구 여목인창박 홍로점설

亦如石火電光이니 學者實不可擬議也니라 故로 古人이
역여석화전광 학자실불가의의야 고 고인

知師恩曰 不重先師道德이 只重先師不爲我說破라 하니라.
지사은왈 부중선사도덕 지중선사불위아설파

본분 종사가 이 구를 온전히 들어 보임은 마치 장승이 노 래하고 불붙는 화로에 눈 떨어지듯 하며, 또한 번갯불이 번쩍 이듯 하여, 배우는 자가 참으로 생각하고 의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그 스승의 은혜를 알고 말하기를 {스님 의 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고, 다만 스님이 나에게 설파하여 주지 않는 것을 중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78.
大抵學者는 先須詳辨宗途니 昔에 馬祖一喝也에
대저학자 선수상변종도 석 마조일할야

百丈은 耳聾하고 黃檗은 吐舌하고 這一喝은 便是拈
백장 이롱 황벽 토설 자일할 변시염

花消息이며 亦是達摩初來底面目이라 라 此臨濟宗
화소식 역시달마초래저면목 우 차임제종

之淵源이니라.
지연원

대저 배우는 사람은 먼저 종파의 갈래부터 자세히 가리어 알아야 한다. 옛날에 마조스님이 한 번 {할}하는데, 백장스님 은 귀가 먹고, 황벽스님은 혀가 빠졌다. 이 한 {할}이야말로 곧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소식이며, 또한 달마대사의 처음 오 신 면목이다. 아! 이것이 임제종의 근원이 된 것이다.

79.
大凡祖師宗途가 有五하니 曰臨濟宗 曰曺洞宗 曰雲
대범조사종도 유오 왈임제종 왈조동종 왈운

門宗 曰 仰宗 曰法眼宗이니라. 臨濟宗은 本師釋迦
문종 왈위앙종 왈법안종 임제종 본사석가

佛로 至三十三世六祖慧能大師下直傳하니 曰南嶽懷
불 지삼십삼세육조혜능대사하직전 왈남악회

讓 曰馬祖道一 曰百丈懷海 曰黃檗希運 曰臨濟義玄
양 왈마조도일 왈백장회해 왈황벽희운 왈임제의현

曰興化存奬 曰南院道 曰風穴延沼 曰首山省念 曰
왈흥화존장 왈남원도옹 왈풍혈연소 왈수산성념 왈

汾陽善昭 曰慈明楚圓 曰楊岐方會 曰白雲守端 曰五
분양선소 왈자명초원 왈양기방회 왈백운수단 왈오

祖法演 曰圓悟克勤 曰俓山宗 禪師等이니라.
조법연 왈원오극근 왈경산종고선사등

무릇 조사의 종파에 다섯 갈래가 있다. 즉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앙종 등이다. 임제종은 본사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33대 되는 육조 혜능대사의 밑에서 곧게 전하여 내려가기를 남악회양, 마조도 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임제의현, 흥화존장, 남원도옹, 풍혈연 소, 수산성념, 분양선소, 자명초원, 양기방회, 백운수단, 오조법 연, 원오극근, 경산종고 선사 등이다.

80.
曹洞宗은 六祖下傍傳이니 曰靑原行思 曰石頭希遷
조동종 육조하방전 왈청원행사 왈석두희천

曰藥山惟儼 曰雲巖曇晟 曰洞山良价 曰曹山耽章 曰雲
왈약산유엄 왈운암담성 왈동산양개 왈조산탐장 왈운

居道膺禪師等이니라.
거도응선사등

조동종은 육조의 아래에서 곁 갈래의 청원행사, 석두희천, 약 산유엄, 운암당성, 동산양개, 조산탐장, 운거도웅 선사 등이다.

81.
雲門宗은 馬祖傍傳이니 曰天皇道悟 曰龍潭崇信 曰
운문종 마조방전 왈천황도오 왈용담숭신 왈

德山宣鑑 曰雪峰義存 曰雲門文偃 曰雪竇重顯 曰天
덕산선감 왈설봉의존 왈운문문언 왈설두중현 왈천

衣義懷禪師等이니라.
의의회선사등

운문종은 마조의 곁 갈래로 천황도오, 용담숭산, 덕산선감, 설봉의존, 운문문언, 설두중현, 천의의회 선사 등이다.
82.
仰宗은 百丈傍傳이니 曰 山靈祐 曰仰山慧寂 曰
위앙종 백장방전 왈위산영우 왈앙산혜적 왈

香嚴智閑 曰南塔光湧 曰芭蕉慧淸 曰?山景通 曰無着
향엄지한 왈남탑광용 왈파초혜청 왈곽산경통 무왈착

文喜禪師等이니라.
문희선사등

위앙종은 백장의 곁 갈래로 위산영우, 앙산혜적, 향엄지한, 남탑광용, 파초혜청, 곽산경통, 무착문희 선사 등이다.

83.
法眼宗은 雪峰傍傳이니 曰玄沙師備 曰地藏桂琛 曰
법안종 설봉방전 왈현사사비 왈지장계침 왈

法眼文益 曰天台德韶 曰永明延壽 曰龍濟紹修 曰南
법안문익 왈천태덕소 왈영명연수 왈용제소수 왈남

臺守安禪師等이니라.
대수안선사등

법안종은 설봉의 곁 갈래로 현사사비, 지장계침, 법안문익, 천태덕소, 영명연수, 용제소수, 남대수안 선사 등이다.

84.
臨濟家風은 赤手單刀로 殺佛殺祖하며 辨古今於玄
임제가풍 적수단도 살불살조 변고금어현

要하고 驗龍蛇於主賓이라 操金剛寶劍하여 掃除竹木
요 험용사어주빈 조금강보검 소제죽목

精靈하며 奮獅子全威하여 震裂狐狸心膽이로다 要識
정령 분사자전위 진열호리심담 요식

臨濟宗?아 靑天轟霹靂이요 平地起波濤로다.
임제종마 청천굉벽력 평지기파도

임제 가풍은 맨손에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부처도 조사도 죽이고, 예와 이제를 삼현 삼요로써 판단하며, 용과 뱀을 주 인과 손으로 징험한다. 금강이 보검으로 도깨비를 쓸어 내고 사자의 위험을 떨쳐 여우와 삵쾡이의 넋을 찢다. 임제의 종지 를 알겠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물결 인다.

85.
曹洞家風은 權開五位하여 善接三根하며 橫抽寶劍하며
조동가풍 권개오위 선접삼근 횡추보검

斬諸見稠林하며 妙協弘通하여 截萬機穿鑿이로다 威
참제견조림 묘협홍통 절만기천착 위

音那畔에 滿目煙光이요 空劫已前에 一壺風月이로다
음나반 만목연광 공겁이전 일호풍월

要識曹洞宗?아 佛祖未生空劫外에 正偏不落有無機로다
요식조동종마 불조미생공겁외 정편불락유무기

조동 가풍은 권도로 오위를 열어 세 가지 근기를 잘 다루 며, 보검을 빼어 들고 모든 사건이 자라는 빽빽한 숲을 베어 내며 널리 통하는 길을 묘하게 맞추어서 천만 가지 모든 생 각을 끊고 천착하여 가도다. 위음왕불 나시기 전 눈에 가득찬 풍광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 신선 세계 경치로다. 조동 종을 알겠는가? 부처님과 조사도 안 나시고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바른 것, 치우친 것, 있는 것이나 없는 것에 떨어지지 않는다.

86.
雲門家風은 劍峰有路하고 鐵壁無門이라 蒜露布
운문가풍 검봉유로 철벽무문 흔번노포

葛藤하고 剪却常情見解니라 迅電은 不及思量하고
갈등 전각상정견해 신전 불급사량

烈焰에 寧容湊泊이리요 要識雲門宗?아 杖子勃跳
열염 영용주박 요식운문종마 주장자발도

上天하고 盞子裡에 諸佛이 說法이로다.
상천 잔자리 제불 설법

운문 가풍은 칼날에 길이 있고, 철벽에는 문이 없다. 온 천 하의 갈등을 흔들어 엎고 못된 소견을 잘라 내버리다. 빠른 번개와 같이 미처 생각할 수 없고 활활 타는 불꽃 속에 어찌 뛰어들어 갈 수 있을까. 운문종을 알겠는가? 주장자가 날아 하늘 높이 오르고 잔 속에서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한다.

87.
仰家風은 師資唱和하고 父子一家로다 脇下書字하니
위앙가풍 사자창화 부자일가 협하서자

頭角이 觴嶸이요 室中驗人에 獅子腰折이로다 離四
두각 쟁영 실중험인 사자요절 이사

句絶百非를 一槌粉碎하니 有兩口無一舌이여 九曲珠
구절백비 일추분쇄 유양구무일설 구곡주

通이로다 要識 仰宗?아 斷碑는 橫古路하고 鐵牛는
통 요식위앙종마 단비 횡고로 철우

眠少室이로다.
면소실

위앙 가풍은 스승과 제자가 부르면 화답하고 아버지와 아 들이 한 집에 살고 있네. 옆구리에 글자 쓰고 머리 위에 뿔이 높이 솟았구나. 방안에서 사람들을 시험하니 사자 허리 부러 지다 네 가지 말 다 여의고, 백가지 아닌 것도 모두 끊어 버 려 한 망치로 부수었네. 입은 둘이 있으나 혀는 하나도 없는 것이 구곡주를 꿰뚫었다. 위앙종을 알겠는가? 부러진 비석 옛 길에 쓰려져 있고 무쇠 소 작은 집에 자네.

88.
法眼家風은 言中有響하고 句裡藏鋒이라 壻?는 常
법안가풍 언중유향 구리장봉 촉루 상

干世界하고 鼻孔은 磨壻家風이라 風柯月渚는 顯露眞
간세계 비공 마촉가풍 풍가월저 현로진

心하고 翠竹黃花가 宣明妙法이로다 要識法眼宗?아
심 취죽황화 선명묘법 요식법안종마

風送斷雲歸嶺去하고 月和流水過橋來로다.
풍송단운귀령거 월화유수과교래

법안 가풍은 말끝에 메아리가 울려오고 글 속에 칼날이 숨 었구나, 해골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콧구멍은 어느 때나 그 가풍을 불어 내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는 참마음이 드러나고 푸른 대와 누른 국화 묘한 법을 환히 밝 혀 주네. 법안종을 알겠는가? 맑은 바람 구름을 산마루로 보 내 주고 밝은 달 물에 떠서 다리지나 흘러오네.

89.
臨濟喝德山棒이 皆徹證無生하여 透頂透底라 大機
임제할덕산방 개철증무생 투정투저 대기

大用이 自在無方하여 全身出沒하며 全身擔荷하여
대용 자재무방 전신출몰 전신담하

退守文殊普賢大人境界니 然이나 據實而論컨대 此二
퇴수문수보현대인경계 연 거실이론 차이

師도 亦不免偸心鬼子니라.
사 역불면투심귀자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가 다 나는 것 없는 도리를 철 저하게 증득하여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꿰뚫었다. 큰 기틀과 큰 작용이 자유자재하여 어디나 전신으로 출몰하며 전신으로 짐을 져, 물러나 문수와 보현의 대인 경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실상대로 말한다면 이 두분도 또한 도깨비가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90.
大丈夫는 見佛見祖를 如寃家하나니 若着佛求하면
대장부 견불견조 여원가 약착불구

被佛縛이요 若着祖求하면 被祖縛이라 有求皆苦니
피불박 약착조구 피조박 유구개고

不如無事니라.
불여무사

대장부는 부처님이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와 같이하여야 한 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부처에게 얽매인 것이요, 만약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게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든 구하는 것이 있다면 다 고통이 되므로 아무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91.
神光이 不昧하여 萬古徽猷로다 入此門來에 莫存知箏?

신광 불매 만고휘유 입차문래 막존지해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환하여라. 이 문안에 들어오 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