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유의 詩

태양의 돌

경호... 2010. 12. 9. 19:25

태양의 돌

 

 

죽은 자는 스스로의 죽음 속에 묶여

다시 달리 죽을 수 없다.

스스로의 모습 속에 못박혀 다시 어쩔 도리가 없다.

그 고독으로부터, 그 죽음으로부터

별수 없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우리를 지켜볼 뿐

그의 죽음은 이제 그의 삶의 동상

거기 항상 있으면서 항상 있지 않은,

우리는 하나의 삶의 기념비

우리 것이  아닌 우리가 살지 않는 남의 삶.

 

그러니까 삶이라는 것이 언제 정말 우리의 것인 일이 있는가.

언제 우리는 정말 우리 자신인가.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되어 본 일이 없다.

삶은 한 번도 우리 것인 적이 없다. 그건 언제나 남의 것.

삶은 아무의 것도아니다. 우리 모두가

삶이고, 남을 위해 태양으로 빚은 빵

우리 모두 남인 우리라는존재.

내가 존재할 때 나는 남이다. 나이 행동은

나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는 남이 되어야 한다.

내게서 떠나와 남들 사이에서 나를 찾아야 한다.

남들이란 결국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

그 남들이 나의존재를 가능하게 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없다. 항상 우리다.

삶은 항상 다른 것, 항상 거기 있는 것, 멀리 있는 것,

너를 떠나 나를 떠나 항상 지평선으로 남아 있는 것.

우리의 삶을 앗아가고우리를 타인으로 남겨 놓는 삶

우리에게 얼굴을 만들어 주고 그 얼굴을 마모시키는 삶.

 

옥타비오 빠스

 

 

1914~1998. 멕시코 시인. 진보주의 소설가인 할아버지와 혁명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19세 때 첫 시집을 발표하고 법대 졸업 후 파리, 일본, 미국, 인도에서 멕시코 대사로 근무했다. 학생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정부에 불만을 품고 대사직을 사퇴한 뒤 편집자와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멕시코 원조민 신화, 동양 철학, 초현실주의 영향을 받았으며, 대표작 <태양의 돌>을 발표했다. 1990년 멕시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 치유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일초  (0) 2010.12.09
힘과 용기의 차이  (0) 2010.12.09
또 다른 충고들  (0) 2010.12.09
  (0) 2010.12.09
그런 사람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