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침묵
한 백인 인류학자가
어느 날 밤 칼라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여기면서.
농사를 지은 적도 없고
사냥할 도구도 변변치 않으며
평생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온
두 명의 키 작은 부시맨이
그 인류학자를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데려가
밤하늘 아래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이 속삭이며 물었다.
이제는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느냐고.
그는 의심스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시맨들은 그를 마치 아픈 사람처럼
천천히 모닥불가로 데려간 뒤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라고, 참으로 유감이라고.
인류학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유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데이비드 웨이고너
1926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시인이며 소설가. 30년 동안 9편의 장편소설과 11권의 시집을 엮어 낸 다작 작가다. 시 모음집 <부서진 나라>는 1980년 미국 북 어워드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1966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미 북서부 시문학' 지의 편집장으로 지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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