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시

이름모를 소녀 / 수천 김용오 (낭송:고은하)

경호... 2007. 10. 8. 23:06
 


이름 모를 소녀
                         수천 김용오/(낭송:고은하)
이렇듯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에 그려지는 이름 모를 소녀가 있었습니다.
눈가엔 우수를 띄우듯 
가느다란 이슬이 맺혀 있어 
무엇을 갈망하는 사슴의 눈이었고 
손에는 늘 책이 쥐어져 있었지요.
하얀 실루엣 브라우스에는 
아름다운 금빛레이스가 달려 있었고
검정 후리야 스커트에 단정한 자주색 단화를 신었었던 
꿈에나 그릴 수 있는 이름 모를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비오고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날이면 
하늘로 날리는 그녀의 머릿결은 나신의 모두를 
하늘에라도 내어 놓은 듯 머리를 흔들어 댈 때면 
세잔느의 화폭에 담아도 좋을 천상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리.
이렇듯 비오고 바람 부는 날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