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경호... 2007. 10. 2. 07:06

길 위에서의 생각

시 : 류시화


 

집이없는자는집을그리워하고
집이있는자는빈들녘의바람을그리워한다
나집을떠나길위에서서생각하니
삶에서잃은것도없고얻은것도없다
모든것들이빈들녘의바람처럼
세월을몰고다만멀어져갔다
어떤자는울면서웃을날을그리워하고
웃는자는또웃음끝에다가올울음을두려워한다
나길가에피어난풀에게묻는다
나는무엇을위해서살았으며
또무엇을위해살지않았는가를
살아있는자는죽을것을염려하고
죽어가는자는더살지못했음을아쉬워한다
자유가없는자는자유를그리워하고
어떤나그네는자유에지쳐길에서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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