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건배
/ 복효근
우리 남원을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김선생은 나를 소개했다
그 순간 아, 씨발 이왕이면 좀 더 써서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하든지 아니면
전라도를 하든지
... 아, 좁아터진 겨우 남원을 대표하는 시인이라니
뭐 돈 드는 일도 아닐 텐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유명한......
아, 아, 솔직하자 그 정도는 아니고
전라도를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사는 남원 인근의 임실 순창을 합쳐 대표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남원이면 됐다 넘친다
아, 그래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나
나는 나를 대표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김 선생은 나를 소개하기 전에 물었어야 했다
나는 나를 대표할 수 있나
그러고 보니 그것마저 자신할 수 없으니
실없이 소줏잔 앞에서 나는 물어야 한다
나는 있지도 않은 나를 잊자고
오늘 또 한 잔
술집 벽의 흐릿한 유리에 나를 닮은 사내가 왼손으로 건배를 청한다
넌 누구냐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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