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이 되면
김승희 (1952~, 전남 광주 출생, 시인이자 소설가)
육십이 되면
나는 떠나리라
정든 땅 정든 집을 그대로 두고
장농과 식기와 냄비들을 그대로 두고
육십이 되면 나는
떠나리라
갠지스 강가로
딸아, 안녕히,
그동안 난 너를 예배처럼 섬겼으니,
남편이여, 그대도 안녕,
그동안 그렸던 희비의 쌍곡선을
모두 잊어주게,
축하한다는 것은 용서한다는 것,
그대의 축하를 받으며
난 이승의 가장 먼 뱃길에 오르리
생명의 일을 모두 마친 사람들이
갠지스 강가에 누워
태양의 괴멸작용을 기다린다는 곳,
환시 인 듯
허공 중에 만다라花가 꽃피며,
성스러운 재와 오줌이 혼합된
더러운 갠지스 물을 마시며
이승의 정죄와 저승의 빛을
구한다는
더러운 순결의 나라로
해골의 분말이 물 위에 둥둥 뜨면
해와 달과 별이
그려진 거대한
수레바퀴가 반짝반짝 혼령을 실어나르고
미쳐도
오직 신령으로 미친 사람들이
죽음의 천궁도를 들여다보며
환생을 근심하는 찬란한
강가
난 그 강가로 가리
힌두의 장법대로
붉은 천 하나 몸에 두르고
어느 날 햇빛 아래 문득 쓰러지면
힌두의 승려들이 나를 태워주겠지
저승돈 삼십 냥을 빈손에 들고
나는 끝으로 말하리라
부디 사리를 채취하지 말아주게,
마치 모닥불 위에 장미꽃잎을 얹은
것처럼
그리고 그 불은 아름답겠지
해골의 분말이
그 강위에 뿌려지면
난 저승으로 가지 않고
이곳으로 오리,
한강이 되어 섬진강이 되어
광주 어귀의 극락강이 되어
어머니의 나라 딸의 나라
내 원죄의 나라로
육십이 되면
그러나 나는 떠나리라
성훼와 식수가 뒤섞인
그 이상한 나라,
뼈 한 점 한 점마다
환각의 약초가 피어나고
슬픔이 완전 소독되고
임종의 오줌 안에서
뱀이 불 같은 머리를 트는 그곳으로,
죽음마저 차마 예술이 되는
끝없는 끝의
그 먼 나라로
*사진 / Maha Avatar Babaji (Mahāvatār Bābājī) / India
*禪音樂 (Meditation music)/ by Karunesh (1956~,Germany)
01. Way of the winding valley 幽谷之路(유곡지로)
02. Flowing With The Tea 上茶(상다)
03. Layers Of Tranquility 入定(입정)
04. Moon Temple 月亮廟(월량묘)
05. Calling Wisdom 感召智慧(감소지혜)
06. Zen Breakfast 禪聚(선취)
07. Remembering To Forget 爲忘而憶(위망이억)
08. Breathing Silence 納靜(납정)
09. Returing To Now 重返今生(중반금생)
10. Tao and Zen 道和禪(도화선)
11. Zen samadhi 禪悟(선오)
*MEDITATION - Haidakhan Babaji
http://youtu.be/hkuDGSR3Xc8?list=PLEADC3523666A0FF1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경이 되다 ........ 천양희 (0) | 2015.07.04 |
---|---|
죄가 되는 자비 / 서우승 (0) | 2015.07.04 |
어제를 돌아보다 / 천양희 (0) | 2015.07.04 |
주검의 애인 / 이기와 (0) | 2015.07.04 |
그냥 그렇게 앓는거다 / 김대규 (0) | 2015.07.04 |